2013 스마트폰코리아, 샴페인뚜껑 닫았다

시장 포화-애플의 반격…내년 위기 돌파 큰 숙제

일반입력 :2013/12/26 15:54    수정: 2013/12/27 09:29

김태정 기자

휘었다 펴지고 더 밝으며, 손목에 차는 기기까지 내놓은 기술 진보. 미국과 유럽, 일본 기업들이 부러워할 만한 시장 점유율과 이익. 2013년 스마트폰 코리아의 밝은 부분만 봤을 때 이렇게 요약된다.

관전자 입장에서 대단한 기록들이 나왔지만 현장 분위기는 긴장과 불안 등으로 채워져 간다. 지금의 위치가 롤러코스터 꼭대기라는 우려가 가득하다. 내려갈 일만 남았을까. 다시 더 올라갈 길을 찾는 것이 한국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큰 숙제다.

내년 숙제 접근을 위해 올해 휴대폰 업계 이슈를 돌아봤다. 삼성전자의 실적 신기록을 제외하면 우울한 내용들이 연이어 나왔다.

1. 중국-일본서 ‘진격의 애플’

애플이 처음으로 중국 차이나모바일, 일본 NTT도코모와 손을 잡았다. 각각 현지 최대 이동통신사다.

우선, NTT도코모가 지난 9월 애플 아이폰5s-5c를 출시했다. 이 전까지 10~15% 정도였던 애플의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70%대로 수직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0% 챙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에는 차이나모바일이 애플과의 정식 계약 소식을 알렸다. 제품 출시는 내달 예정이다. 차이나모바일의 가입자 수는 무려 7억명. 현지 점유율 순위 7위 애플이 단단히 벼르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시장 규모 순위를 판매량 기준으로 두면 중국은 1위, 일본은 4위다. 이 나라들에서 밀리면 세계 시장 점유율에 막대한 타격이 온다. 3분기까지 최고 실적을 낸 삼성전자가 웃지 못하는 이유다.

2. 삼성의 독주, 그리고 불안

아이폰5s-5c가 본격적으로 매대에 오른 올해 4분기 각사 실적은 내년 초에 나온다. 1~3분기 삼성전자는 승승장구 역시 높이 평가받을 대목이다.

미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파악한 올해 1~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33.1%→32.6%→35.2%다. 스마트폰 중심의 삼성전자 IM(IT/모바일) 사업부는 올 3분기에만 영업이익 6조7천억원을 거뒀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에서 무려 66%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애플은 17.9%→15.6%→13.2%로 하향세를 걸었다. 물론, 아이폰5가 구형으로 분류되고 신제품에 대한 애플 팬들의 기대감이 커졌던 시기임을 감안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의 전력 강화보다 스마트폰 시장 전체 성장 둔화가 삼성전자의 숙제”라고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3. 웨어러블-커브드 아직 멀었다

시장 침체를 돌파하고 스마트폰 다음을 위한 카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신기술을 내세웠다. 착용형 (웨어러블) 기기, 휜(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대표 주자다.

커브드는 세계 최초 타이틀까지 차지했으나, 기술 평가와 별개로 성적은 냉담했다.

삼성전자는 손목 착용형 웨어러블 ‘갤럭시기어’를 지난 9월25일부터 약 두 달 간 80만대 정도 팔았다고 밝혔다. 국내 성적은 미공개. 애플을 위협할 정도의 전력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데이비드 은(한국이름 은상혁) 삼성전자 오픈이노베이션센터 부사장이 외신에 “갤럭시기어는 덜 익은 토마토”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커브드 스마트폰으로 각각 ‘갤럭시라운드’, ‘G플렉스’ 등을 하반기 출시했으나 성적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라운드’는 국내용, ‘G플렉스’는 내년 초 본격 해외 공략에 나선다.

4. 정부의 단통법 추진, 삼성 곤혹

나라 안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형 악재가 생겼다. 지난 5월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지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법률안(이하 단통법)’에 떠들썩하다.

제조사가 휴대폰 판매에 투입하는 장려금을 정부에 공개하라는 내용이 핵심인데 삼성전자는 적극 반대 입장이다. LG전자와 팬택이 찬성 입장을 나타내면서 정부는 힘을 받았고 삼성전자의 걱정이 더 커졌다. 법안 통과 시 제조사의 장려금 책정은 보수적이고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겠다지만 속살을 그대로 보고 있는데 파격적 장려금 책정은 어렵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장려금 축소는 실 구매가 상승을 뜻한다.

SA에 따르면 한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한국 지난해 3천70만대에서 올해 2천630만대로 14% 줄어들 전망이다.

5. 팬택, 박병엽을 잃다

‘풍운아’, ‘승부사’ 등의 별명을 가진 박병엽 팬택 창업자가 지난 9월24일 회사를 떠났다. 그를 정신적 지주로 뒀던 팬택 임직원들의 충격이 크다.

그는 “(경영 어려움으로 인해)직원들과 채권단에 대한 미안함이 커졌다”로 사의 표명 이유를 요약했다. 현재까지 가족들과 휴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시작된 팬택의 적자는 올해 3분기까지 이어졌다. 올 들어 1분기 78억원, 2분기 495억원, 3분기 1천923억원 적자를 냈다. 역시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타격이 컸다.

포스트 박병엽 시대 팬택을 맡은 이준우 대표는 4분기 총력전을 기울였다. 해외 사업을 크게 줄이고 국내에 집중, 점유율 15% 정도를 회복했다.

무급 휴가 직원 800명을 다시 복귀시키고 경영진이 누차 언급한 ‘영속 회사’가 되기 위해 내년에도 사투를 이어간다.

6. 아! 노키아…MS가 삼켰다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 인수라는 대형 사건이 터졌다. 인수 금액은 54억5천만유로(약 7조8천650억원). MS는 운영체제(OS)에 이어 휴대폰 기기까지 직접 만들 계획이다.

미래형 사업을 제외하면 휴대폰은 노키아의 전부다. 적어도 휴대폰 부분에서는 노키아 제국의 역사는 마지막 페이지에 넘어왔다는 뜻이다. 노키아를 자국의 산업 심장으로 여긴 핀란드 국민들은 슬픔을 나타냈다. 이제 내년 1분기경에는 노키아 휴대폰이라는 브랜드가 사라질 전망이다. MS는 노키아의 관련 직원들을 흡수, 시너지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개혁을 주저했던 노키아. 다시 뛰어보려고 했으나 너무 늦었고 여러 가지 교훈만을 남겼다.

7. LG전자-구글 끈끈한 연합

구글의 LG전자 지원사격이 심상치 않다. 과장을 더하면 삼성전자보다 LG전자와 더 끈끈해 보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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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지난달 새로운 OS ‘킷캣’을 내놓았고, 첫 탑재 제품이 LG전자 ‘넥서스5’다. 이 제품 출시를 위해 구글과 LG전자는 긴밀히 협력해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존 스마트폰에 대한 ‘킷캣’ 업그레이드도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빨리 하겠다고 공언했다. 내달 경 ‘G2’와 ‘G플렉스’ 등 주요 제품에 ‘킷캣’이 들어선다.

구글의 적극 협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구글 OS 업그레이드가 가장 빠른 제조사는 삼성전자’라는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