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상속분쟁 전격 화해수순 밟을까

이맹희측 화해 의사…암 재발·이재현 회장 재판 부담 느낀듯

일반입력 :2013/12/24 18:05

정현정 기자

삼성가 이맹희, 이건희 재산분할 소송이 화해로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이맹희 전 회장이 화해의 뜻을 내비쳤고 재판부도 원만한 합의를 권고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차명재산을 두고 2년 간 진행된 형제간의 갈등이 소송으로 번진 이후 2년만이다.

이건희 회장측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형인 이맹희 전 회장이 전격 화해의사를 내비쳤고 재판부의 강력한 의지도 작용하고 있는 만큼 양측이 조정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커졌다.

24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재판장 윤준) 심리로 열린 항소심 다섯 번째 공판에서 원고인 이맹희 전 회장측 변호인은 양 당사자 간 집안 문제로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가족 간의 대화합 차원에서 합리적인 선이라면 피고측과 조정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맹희씨 측은 판결에 앞서 화해를 위한 양측 당사자 간 비공개 조정기일을 별도로 열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폐암 수술을 받은 이맹희 전 회장은 최근 일본에서 암이 부신으로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고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신장이식 수술을 받으면서 이에 대한 많은 심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맹희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아들인 이재현 회장의 형사사건 소식에 여러가지로 (의뢰인의) 마음이 불편한 상황으로 알고있다면서 삼성그룹 성장 과정에서 이맹희 회장의 역할이 컸음에도 그동안 장자로서의 권리는 무참히 훼손된 만큼 이를 바로잡고 싶은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피고인 이건희 회장 측은 변론 과정에서 이 사건은 돈의 문제가 아닌 선대회장의 유지와 재산분배 의지에 대한 정의의 문제라면서 화해가 이뤄지면 이같은 선대회장의 유지가 왜곡될 수 있는 만큼 현재로써는 화해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날 원고측의 화해 제의가 전달된 이후 이건희 회장의 뜻이 바뀔 가능성은 남은 상태다. 원고측 변호인은 앞서 재판부 권고 당시 원고와 피고 모두 화해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이후 입장은 확인되지 않아 개인적인 소견을 말씀드린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돈보다는 진실을 찾는 것이 핵심으로 이 문제가 정리된다면 돈과 관련된 문제도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한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양측 간 화해에 대한 재판부의 의지도 강력하다. 재차 원고와 피고 간 화해를 제안해왔던 재판부는 일단 내달 14일 결심공판을 진행한 후 별도의 조정 화해기일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결심을 진행하고 별도의 조정기일을 여는 것은 조정기일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빠른 시일내에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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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인 윤준 부장판사는 우리나라 정서상 선대회장이 살아계신다면 화해를 하라고 했을 것이라면서 쌍방간의 재판은 그대로 진행하되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지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삼성가 재산분할 소송의 결심공판 전 마지막 변론기일은 새해 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