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에어·미니로 본 태블릿 존재 이유

애플, 아이패드로 포스트PC 방향성 제시

일반입력 :2013/12/24 11:16    수정: 2014/01/03 19:19

봉성창

지난 2010년 아이패드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아이폰으로 세상을 놀래킨 애플이 야심차게 내놓은 물건인 만큼 많은 기대감을 표시하는 쪽과 화면이 커진 아이팟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팽팽하게 맞섰다.

불과 4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태블릿은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수 많은 PC 제조사들이 태블릿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애플 이외에도 안드로이드, 윈도우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과 달리 태블릿은 애플이 확실한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50만개에 달하는 아이패드 전용 애플리케이션 숫자가 이를 뒷받침 한다. 아이패드에 대항하기 위해 경쟁사들은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방법 밖에 아직 뾰족한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태블릿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태블릿이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반대로 스마트폰으로 하기 어려운 것들은 태블릿으로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키보드가 없는 스마트폰으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없듯, 태블릿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태블릿이 모바일PC 시장에서 노트북을 완전히 밀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로 답했다.

태블릿 최종 목표는 포스트PC

아이패드 에어는 더 얇고 가벼운 설계로 휴대성이 좋아졌고, 아이패드 미니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최신 프로세서 탑재로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굳이 장문의 글을 쓸 필요 없이,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는 이 한 문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짧은 문장 속에 애플이 태블릿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그대로 녹아있다.

애당초 애플은 아이폰을 만들고 그 다음 아이패드를 고민한 것이 아니다. 아이패드는 애플이 사명을 변경하기 이전, 그러니까 애플 컴퓨터이던 시절부터 준비된 포스트PC 프로젝트의 결과다. 올씽즈디의 유명 IT컬럼니스트 월터 모스버그가 지난 20년간 최고의 IT 제품으로 꼽은 뉴턴 메시지패드를 그 원형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잖다.

따라서 포스트PC로서 아이패드가 상대해야 할 경쟁상대는 키보드가 달린 노트북이다. 그러나 2000년대까지 기술력으로는 노트북과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정도의 기술력이 축적되지 않았다. 그 사이 애플은 아이패드 개발 과정에서 파생된 기술력으로 아이폰이나 아이팟 터치를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아이패드가 포스트PC가 되기 위해서는 노트북과 대등한 성능, 더욱 뛰어난 휴대성을 지녀야 한다. 애플이 그토록 두께와 무게에 목숨을 걸고 자체 프로세서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그 결과 한층 진일보한 휴대성을 가진 아이패드 에어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발군의 성능을 자랑하는 아이패드 미니 2세대가 나왔다.

태블릿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단순히 하드웨어만 가지고 포스트PC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노트북을 서류 받침대로 쓰는 웃지못할 촌극을 떠올려 보라. 아이패드가 아무리 얇고 가볍다고 해도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려줘야 한다. 단순히 얇고 가볍기만 하다면 플라스틱 책받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묵묵부답이다. 실제로 애플 홈페이지에 가봐도 아이패드를 어떻게 활용하라는 구체적인 방향성은 제시돼 있지 않다. 그냥 아이패드가 얼마나 좋은 제품이고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이다.

애플은 그것을 개발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대신 개발자들이 충분히 좋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성능을 꾸준히 향상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이 시키지 않아도 한국 게임 개발자들이 훌륭한 온라인게임을 만들어 내는 것 처럼 말이다.

개발자들의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필수적이다. A7 프로세서를 탑재한 아이패드 에어나 미니의 성능은 이제 보급형 노트북 수준까지 와있다. 뿐만 아니라 M7 프로세서는 노트북에는 없는 아이패드 만의 차별화 된 컴퓨팅 설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 세계 개발자들이 노트북에서는 할 수 없는 아이패드만의 확실한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불과 4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한 개발자의 천재적인 발상이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다. 그것은 비단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태블릿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태블릿은 배우지 않아도 되는 컴퓨터

초창기 컴퓨터는 프로그래밍 하는 방법을 모르면 사용할 수 없는 복잡한 계산기의 일종이었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PC)의 등장으로 프로그래밍 혹은 코딩을 몰라도 쓸 수 있는 기기로 진화했다. 그럼에도 사용법은 어느 정도 배워야 한다.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90년대만 하더라도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 학원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포스트 PC는 따로 배우지 않아도 쓸 수 있어야 한다. 단적인 예로 버튼만 100개에 달하는 키보드만 해도 일정 기간 연습하지 않으면 제대로 쓰기 어렵다. 아이패드 혹은 태블릿이 포스트 PC로 각광받는 이유는 이러한 학습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이다.

즉, 아이패드는 단순히 화면이 커진 것이 아니라 PC의 인터페이스 자체를 바꾼 시도로 봐야 한다. 단지 그것이 먼저 나온 아이폰과 동일해 별로 신선하게 여겨지지 않을 뿐이다. 아이패드가 4년째 성능이나 디자인 이외에 다른 변화가 없는 것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이미 애플은 포스트PC로서 아이패드를 완성시켰고 이제 남은 것은 성능과 휴대성을 더욱 끌어올리는 일만 남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태블릿이 완전히 노트북 혹은 PC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그 질문에 대답은 N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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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이패드를 설명할 때 자동차에 비유한 것 처럼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를 필요로 한다. 1톤 트럭이 스포츠카보다 더 많은 짐을 싣을 수 있다고 해서 소개팅 나갈때 끌고 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많은 문서 작성을 요구하는 업무 환경에서는 키보드가 있는 노트북이 여전히 유용하며, 검색이나 교육 혹은 각종 엔터테인먼트는 태블릿이 좀 더 적합하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내놓고 맥 계열 제품을 단종시키지 않은 것 처럼 포스트PC가 이전 세대 PC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태블릿의 진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