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취임 1년, 韓 게임은 지금…

마약 수준으로 규제…업계

일반입력 :2013/12/21 08:30    수정: 2013/12/26 10:51

작년 12월19일 당시 새누리당 대선 주자였던 박근혜 후보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이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 게임은 마약처럼 무서운 존재가 됐고 게임업계는 더 많은 규제 분위기 속에서 “게임은 문화다”라고 외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당시 18대 대선 주자였던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도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물어 돌아온 답변을 공개한 것.

경실련이 정책선거 도우미 사이트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는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에 ‘찬성’을, 문재인 후보는 ‘유보’의 입장을 밝혔다. 두 후보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모바일 게임까지 셧다운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공통 질의에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당시 박근혜 후보 측인 새누리당은 “게임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도가 필요하다”면서 “셧다운제 시행 뿐 아니라 청소년의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의 관심과 지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여가 문화 환경 조성에 힘써야할 것”이라며, 청소년 게임중독 원인으로 “공부만을 강조하는 사회풍토”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전국 초중고에 전문상담교사를 현재 5%에서 100%로 증원 배치하고, 교사와 학생 간 대면 상담은 물론 SNS 기반 실시간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 측은 게임 셧다운제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민주당(구 민주통합당) 측은 “법적 강제수단만 강조하다 보면 관련 산업의 위축 및 청소년들의 주민번호 도용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 시민사회단체, 학부모 등 다양한 의견 수렴 후 확대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대선 후보에게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지만 사실 이 조사는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으로 불리는 게임을 진흥과 규제 중 어느 시각에서 접근하는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척도였다. 결과적으로 나타난 지금의 우울한 국내 게임산업 분위기가 이를 잘 알려준다.

결국 두 후보 측의 답변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당론처럼 굳어졌다. 당내에서도 의원마다 입장차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새누리당은 게임 규제를, 민주당은 게임 진흥을 주장하는 분위기다.

한편 모바일 게임 규제에 찬성한 박근혜 정부가 꾸려지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게임업계를 발칵 뒤집은 법안은 총 3개로 압축된다.

▲게임사 매출 1%를 강제 징수하는 것으로 요약되는 ‘손인춘법’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신의진법’ ▲영세한 콘텐츠 업계를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게임 등 콘텐츠 사업자의 매출을 5% 징수하는 ‘박성호법’이 대표적이다.

이 중 무엇보다 논란을 일으키며 세대 간 갈등, 정치적 대립, 종교 내 혼란을 가져다 준 신의진법, 즉 게임중독법이 가장 뜨거운 감자다.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게임업계를 넘어 예술·문화계로까지 번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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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단체, 정신의학계, 일부 기독교 단체가 게임중독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지만 이 법안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만한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결국 게임중독법은 지난 20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보류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작년 박근혜 후보가 18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되면서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게임에 대한 규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 “새누리당 측도 과거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가정의 관심과 지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던 만큼 보다 규제로만 해결하려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