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오라클-HP 관계 개선 나섰나?

1억5천만 달러 규모 SW 라이선스 갱신 계약설

일반입력 :2013/12/20 16:43    수정: 2013/12/20 16:53

오라클이 HP를 상대로 1억5천만달러치 제품 라이선스 갱신 계약을 체결했다는 루머가 나왔다. 사실일 경우 2년 전 오라클이 HP 유닉스용 소프트웨어(SW) 지원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틀어졌던 양사 관계를 돌이키려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20일 현재 썬을 인수한 오라클과 HP는 서버 하드웨어(HW) 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오라클이 SW사업만 할 땐 HP의 인텔 아이태니엄 기반 유닉스 서버용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제 그런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두 회사는 지난 3년간 소송전을 벌였고, 조금 오버하면 나몰라라 하는 사이가 됐다.

2가지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HP는 지난 2010년 마크 허드 당시 사장을 해임했는데, 그는 막바로 오라클 사장이 됐다. HP는 기업 기밀 유출을 이유로 오라클을 제소했다. 양사는 이후 합의로 소송을 끝내면서 유닉스 사업 협력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 HP는 이 약속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계약'이라 여겼다.

HP와의 약속에 구속력이 없다 여긴 오라클은 2011년 3월 아이태니엄용 SW개발 중단을 통보했다. HP는 그해 6월 오라클을 계약 위반으로 고소했다. 법원은 지난해 8월 1심과 지난 2월 오라클이 제기한 항소심 판결 모두 HP 손을 들어 줬다. 아직 배상 절차가 남았다. HP가 당초 주장한 유닉스사업 손실은 약 40억달러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미디어 비즈니스인사이더 호주판은 양사는 HP가 오라클 (제품) 라이선스를 갱신하는 내용의 1억5천만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고 알릴 것이라는 JMP시큐리티 소속 애널리스트 패트릭 D. 월러번스의 발언을 인용하며 오라클은 손상된 HP와의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양사가 이미 관련 협상을 매듭지었거나 적어도 관계 개선이 진행 중이라면, HP는 오라클의 서버 사업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다만 HP가 오라클과 쌓인 감정을 청산하려면 항소심 판결의 후속 절차인 배상규모 산정 심리나 합의를 통해 유닉스 서버 사업과 관련된 손실을 보전받는 과정이 남은 듯하다.

월러번스는 오라클과 HP의 관계 개선을 뒷받침할 별다른 사실을 제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업계서 오라클 사정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8월 오라클 북미지역 영업담당 최고 임원 앤서니 페르니콜라가 세일즈포스닷컴으로 이직한 사실을 그달초 처음으로 업계에 전하기도 했다.

앞서 오라클은 지난 6월 하순 세일즈포스닷컴과 9년간 클라우드 사업 파트너십을 운영할 계획을 알렸다. 오라클은 자사 클라우드 재무, 인재관리 앱을 세일즈포스CRM에 통합하고 직접 도입하기로 했다. 또 세일즈포스에 리눅스, DB, 엑사데이터, 자바 미들웨어 제품 라이선스와 유지관리 서비스를 공급할 것이라 밝혔다.

과거 오라클이 퍼블릭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기 전부터 수장 래리 엘리슨은 세일즈포스닷컴의 기술과 서비스를 폄훼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경쟁 관계에 날을 세워온 점을 비춰볼 때 양사 협력은 파격적으로 비쳤다. 오라클이 부진한 실적을 극복할 '경쟁업체 파트너로 영입' 카드를 HP에게 쓸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에서도 HP는 항상 오라클의 대형 고객사였고 수십년간 오라클 (SW)기술 판매를 거들어 온 긴밀한 파트너였다고 묘사하며 (HP와 등을 돌린 뒤) 전반적인 성장 정체를 겪어 온 오라클은 HP와 다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월러번스는 이와 별개로 오라클이 미국내 영업조직을 재조정 계획을 공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했다. 그는 영업조직 재조정은 이번 분기중 진행될 수 있고, 오라클의 관련 인사들은 이번주 후반부 관련된 변화를 알리기 위해 마련될 회의에 소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HW사업 개편 소식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월러번스가 HP와의 협력이나 미국 영업조직 및 HW사업 개편 공지같은 내부 움직임을 예상해 대외적으로 언급한 때는 지난 18일, 오라클이 2014 회계연도 2분기 실적 공개를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그는 SW매출을 제자리걸음, HW매출을 11분기 연속 후퇴로 예상하며 '미국 영업조직 재조정은 희소식'이라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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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조정이 이뤄진다면 근본 목적은 오라클의 실적 개선일 것이란 뉘앙스다. 실제로 이번 매출(92억7천500만달러)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추정치(92억달러)를 근소하게 넘긴 반면 영업이익(34억1천만달러)과 순이익(25억5천300만달러)은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하락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한 업계 예상을 빗나갔다.

오라클과 HP는 이 내용과 관련된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