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키넥트 ‘립모션’ 정말 쓸만한가

일반입력 :2013/12/14 08:22    수정: 2014/01/03 19:20

봉성창

인터페이스의 혁신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잇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키보드의 등장으로 연필을 쥐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게 됐으며, 마우스는 PC를 대중화시키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제 3의 PC 인터페이스에는 몇 가지 후보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이제 마우스 만큼이나 익숙한 터치스크린을 비롯해 음성 제어, 동작 인식 등이 그것이다. 이미 터치스크린은 윈도8 운영체제에서 공식 지원되면서 최근 출시되는 일부 노트북 제품에 채택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동작인식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터치스크린이 스타일러스 펜을 몰아내고 손가락을 쓰도록 한 것 처럼, 동작 인식 역시 마우스를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는다. 전원도 필요없고 분실 염려도 없는 가장 좋은 컨트롤러야 말로 사람의 신체 부위라는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콘솔 게임기기 X박스360에서 키넥트를 선보이며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기대 이상의 인식률이 호평받았다. 기존 게임패드를 완전히 밀어낸 것은 아니지만 게임의 재미를 확장시켰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PC용 동작인식 장치도 등장했다. 바로 립모션이다. USB 스틱 메모리 크기의 이 장치는 PC 앞에서 사람의 손 움직임을 특화해 인식한다. 손가락 관절 하나하나와 손바닥의 움직임을 체크해 마치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제어를 할 수 있는 신기한 제품이다. 미국 타임지는 지난 4일 2013년 IT기기 톱10에 립모션을 9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립모션은 해외 뿐 아니라 국내서도 최근 정식 출시됐다. 국내 총판인 올아이피정보통신을 통해 판매되며 한국어 지원 및 콘텐츠 제공까지 함께 이뤄지고 있다. 차세대 PC인터페이스로 급부상한 립모션을 직접 써봤다.

동작인식 센서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얼마나 잘 인식되느냐다. 일단 기술적으로 그 걱정은 붙들어매도 된다. 적어도 립모션은 손에 한해서 만큼은 손가락 마디 관절의 구부림까지 거의 완벽하게 인식한다.

기술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로 써보면 생각만큼 그렇게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아직 립모션을 아직 완벽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떤 앱은 상당히 편리하지만, 또 다른 앱은 쓰다보면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마우스에 손이 간다.

일단 적당한 거리와 높이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팔꿈치를 책상에 대고 사용해야 오랜시간 사용해도 팔이 아프지 않다. 의자에 앉을때도 정자세로 허리를 펴고 앉으면 더욱 좋다. 이 모든 조건이 갖춰져도 1시간 이상 립모션을 사용하면 팔이 꽤 아프다. 립모션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더라도 업무용으로 쓰기에는 동작인식은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립모션을 지원하는 앱은 주로 게임이나 교육이 많다.

가장 편하고 인식이 좋은 형태는 손가락이다. 마치 판타지 소설의 마법사처럼 손가락을 가르키면 정확히 그 위치에 커서가 위치한다. 커서를 움직였을때 반응속도나 움직임도 마우스 못지 않다. 클릭을 할때는 주로 손가락을 앞으로 찍거나 혹은 그 자리에 일정 시간 대고 있으면 된다. 손의 움직임을 마우스나 키보드에 대응시키는 앱을 사용하면 마우스 대용으로 인터넷 서핑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립모션 전용 앱은 에어스페이스라는 전용 앱스토어를 통해서 구할 수 있다. 모바일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유료와 무료가 있으며 아직 한글 콘텐츠는 전무하다. 그러나 대부분 직관적이고 쉬운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용에 큰 어려움은 없다.

앱은 윈도OS와 맥OS를 동시에 지원하거나 혹은 어느 한쪽만 지원하는 형태다. 지금까지 립모션을 지원하는 앱은 총 153개이며, 이 숫자는 립모션 흥행 여부에 따라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카테고리를 보면 컴퓨터를 제어하는 앱을 비롯해 교육, 게임, 엔터테인먼트, 유틸리티 등이 있다. 구글어스나 웹브라우저를 제어하는 앱이 눈길을 끈다.

게임에서는 일인칭 슈팅 게임이나 레이싱 게임들이 할 만하다. 손을 총 모양으로 쥐고 마치 오락실에서 인기 게임 ‘타임크라이시스’를 하는 것과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정작 총의 트리거를 당기는 형태가 아닌 총알은 자동으로 나가는 형태라는 점이 다소 아쉽다. 이밖에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인디 게임들이 주를 이룬다. 이는 우리가 흔히 PC나 콘솔에서 즐기는 것과는 다른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교육 쪽에서는 활용 잠재력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동작 인식을 통해 아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와 관련된 앱도 몇 가지 나와있다. 교육 효과 측면에서 동작 인식은 아이들에게 좀 더 재미있고 효율적인 체험 학습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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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모션은 분명 동작인식이 PC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기기다. 문제는 콘텐츠다. 이것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킬러 콘텐츠의 부재가 립모션의 구입을 망설이게 한다.

반대로 립모션 스스로도 PC의 킬러 콘텐츠가 될 필요가 있다. 특히 데스크톱PC의 경우 갈수록 하락세를 걷고 있다. 노트북이 충분한 성능을 제공하고 있는데다가 인터넷이나 영화, 게임 등은 이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책상에 앉아 다루는 데스크톱 PC에 동작인식이 대중화된다면, 이는 또 다른 활용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