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규제에 대한 주옥같은 ‘말말말’

일반입력 :2013/12/12 11:35    수정: 2013/12/12 15:13

“자국 정부가 해롭다고 낙인찍은 문화 상품의 수출이 가능할까. 게임이 담배보다 더 해롭다는 말 때문에 한국 게임 전체에 낙인이 찍힌다.” <김윤상 와일드카드 대표>

“게임업계도 유년기가 끝났다. 외형적인 것도 신경 쓰고 고민해야 한다. 싸우는 것 외에 냉정하게 하자. 분노에 휩쓸리지 말고 냉정하게 나아가자.” <김광삼 별바람스튜디오 대표>

“게임은 중독이라기보다 소통이다. 관계의 접점에는 게임이 있다. 정치와 선거도 중독이 있다. 정치인들도 선거철만 되면 견디기 힘든 중독자가 아닐까.” <권영준 모비클 사장>

지난 11일 역삼동 D캠프에서 열린 ‘게임 마약법 반대 대토론회’에서 게임 규제와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을 비판하는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졌다.

토론회에는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를 비롯해 이화여자대학교 이인화 교수, 이병찬 변호사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 학부모 방승준 씨, 강용원 한의사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발제자로는 김윤상 와일드카드 대표, 김광삼 별바람스튜디오 대표, 권영준 모비클 사장 등이 자리했다.

이번 토론회는 ‘중독예방 관리 및 치유에 관한 법률안’의 맹점을 지적하고, 때만 되면 불거지는 게임 죽이기 마녀사냥을 업계가 현명하게 대처하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이에 게임을 사랑하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현 상황의 문제를 꼼꼼히 짚어냈다.

먼저 김윤상 와일드카드 대표는 한국 게임산업이 단군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단정한 뒤 “북한도 모바일 게임을 지원하고 개방하는 데 우리나라만 각종 규제를 퍼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은 시간 대비 가장 저렴한 엔터테인먼트다”라면서 한국 게임 전체에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직 의사인 김광삼 대표는 게임업계가 현재 ‘화가 난 사람’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이미 게임중독법 논란의 논리가 아닌 감정의 싸움이 됐기 때문에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김 대표는 “게임산업은 이제 어느 정도 잘못과 실수가 용납되는 유년기를 지났다”면서 “외형적인 것도 신경 쓰고 고민해야 한다”는 말로 현 상황에 냉정하라고 주문했다.

권영준 모비클 사장은 게임이 대화를 단절시키고 중독 문제를 일으킨다는 일각의 지적에 “게임은 소통이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가족 간에 소통하는 데 게임이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는 것. 권 사장은 “게임 문제는 외부 규제로 풀 수 없는 가정에서 풀어야할 문제다”며 “부모들이 게임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학부모를 대표해 참석한 방승준 씨는 엄마의 성적 중독 문제를 꼬집어 말했다. 공교육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본질적인 우리나라 현 교육 실태도 비판했다. 특히 그는 “게임을 규제할 경우 오히려 아이들과의 소통은 더 단절될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자기조절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패널로 나온 강용원 한의사는 신의진 의원을 정면 비판했다. 신의진 의원이 입법 발의한 게임중독법을 가리켜 “의학적 프레임이 아닌 폭언적, 경찰적, 수탈적”이라면서 “물도 사랑도 중독이 되는데 왜 하필 게임 중독만 운운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로 게임중독법 발의 취지에 의혹을 표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신의진 의원이 블로그에 올린 해명글을 언급하며 “전직 의사라고 할 수 없는 발언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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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를 대표해 나온 이병찬 변호사는 미국 대법원 판결문을 예로 들며 게임과 폭력 관계를 정의내렸다. 이 변호사는 “게임과 폭력이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과관계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폭력은 입시지옥, 무한경쟁, 장래 불안의 영향일 뿐”이라며 “아이들의 유일한 탈출구인 게임을 어른들이 이해해줘야지 아이들을 재배하듯 키워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발상”이라고 충고했다.

이 외에도 발제자로 참석한 한 고등학생은 신의진 의원에게 “정말 중독을 규제하고 싶다면 국민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돼야 한다”며 “편협한 시각에서 게임 가치 평가를 내린 건 아닌지 생각해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