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현역 병역특례 대학생 배제 논란

일반입력 :2013/12/10 17:44    수정: 2013/12/10 18:05

최근 내년도 병무청 현역 병역특례(산업기능요원 편입) 기회가 특성화고등학교 또는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에게만 돌아갔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산업기능요원 복무 기회를 기다려 온 대학생들이나 이들을 이미 채용한 국내 소프트웨어 벤처업체와 중소기업들의 인력운영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군이 필요인원을 충원한 후 남는 인원을 중소기업에 제조·생산인력으로 지원하는 대체복무 형태다. 현역 입영대상자는 34개월, 보충역은 26개월로 해당 기업체에서 일하는 것으로 병역 의무를 대체한다. 현재 1만5천427명이 5천707개 업체에서 복무 중이다.

지난 9일 병무청은 내년도 산업기능요원 편입인원 8천명을 4천682개업체에 배정했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편입 인원 중 절반인 4천명은 현역 대상인데, 이중 3천530명이 게임과 SW를 포함한 기간산업체에 할당됐다. 병무청은 기간산업체에 할당한 전원을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졸업생으로 배정했다. 그리고 향후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 위주로 산업기능요원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에게는 2년전부터 산업기능요원 지원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이에 따른 영향으로 대학교 진학자나 재학생이 완전 배제된 건 처음이다. 일반고교 졸업자와 대학교 관련학과 전공자에 대한 차별로도 비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직 SW개발자, 중소 및 벤처업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10일 한 IT업계 종사자는 국내 IT업계 신생 기업들 가운데 과거 병역특례로 채용한 개발자들과 함께 성장했고, 그들 활약이 국내 인터넷, 게임, SW산업에 상당히 기여했다며 그런데 업계 기여가 컸다고 평가되는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 일반대학교 컴퓨터 전공 학부생은 아예 병역 특례를 못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미 이를 예상치 못한 중소 및 벤처 SW업계는 내년도 산업기능요원으로 지원을 목적으로 하반기 대학 진학 예정자나 재학생 또는 졸업자를 이미 채용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당초 기대처럼 산업기능요원으로 채용되지 않을 경우, 당사자의 경력관리와 해당 기업의 사업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자신도 십수년전 병역특례제도로 업계 경력을 쌓았다는 한 벤처업체 대표는 이 정책으로 일반 대학 컴퓨터공학 출신자들이 역차별을 받게 됐고, 병역과 진로 등 경력관리에 어려움을 겪겠다며 이들을 산업기능요원으로 삼기 위해 미리 채용해 개발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기업들도 경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내 SW개발자와 연구개발 관련 정책을 담당해온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의 한 실무자는 산업기능요원처럼 공공정책과 맞물려 있는 제도의 경우, 그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주어질 기회의 확대나 축소는 예상할 수 있더라도 이번처럼 아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를 예상하긴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병무청은 특정 고교 출신 인력들에게만 산업기능요원 복무 기회가 돌아간 상황이 새로운 정책 때문에 빚어진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학에 진학했거나 재학중인 사람들 가운데 산업기능요원 편입을 준비해왔거나 이들을 채용한 기업들이 이를 인지할 기회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월 당시 김영후 병무청장은 전년도(2012년)에 이어 당해(2013년) 특성화고 졸업자에 대한 산업기능요원 배정을 확대할 것이라 밝혔고, 2014년부터 특성화고, 마이스터고를 졸업해야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유관기관인 중소기업청이나 벤처기업협회에도 이를 알려왔다는 게 병무청 측의 해명이다.

그러나 올해 산업기능요원 인원배정을 신청하고 합격한 중소 게임SW제작업체의 인사담당자조차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졸업자 배정을 신청하면 가산점을 준대서 그쪽에 편중되겠다는 짐작은 했다면서도 아예 일반 대학 진학자들에게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곤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담당자가 인원배정에 쏠림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시점도 지난 2월 들어서다. 병무청이 직접 해당 사안에서 달라지는 점들을 설명해 왔다는 시점보다 적어도 1년가량 늦다. 병무청이 내년도 인원배정 방침을 직접 고시한 시점은 지난 5월 30일로 불과 7개월 전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인원배정 편중에 대해 고졸 취업 확대에 나선 정부 정책에 맞춰 2011년부터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졸업자에 산업기능요원 우선 배정을 해왔다며 이후 해당 출신 인력의 산업기능요원 채용 비중이 계속 늘어 왔고, 올들어 전체 비중을 초과해 다른 대상자들에게 할당할 기회가 없어진 것이라 설명했다.

병무청은 산업기능요원 편입 비율이 높은 특성화고 출신 인력의 경우 단순 졸업만으로 편입 자격을 얻는 게 아니라, 앞서 산학연계 과정을 추진해온 학교를 졸업하고 지정된 협약업체에 취업한 졸업자일 경우에 한해 우선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졸업자에게 기회를 몰아준 건 아니란 얘기다.

이를 타당히 여기더라도 해당 정책은 현 정부가 미래 성장 발판으로 바라보는 IT업계, 특히 중소 및 벤처 SW업체들에겐 악재다. 일례로 산업기능요원에 현역 편입될 수 있는 기간산업체 인력 규모는 지난해 1천800여명에서 3천500여명으로 늘었지만, 그중 '게임/SW' 업종 규모는 200명에서 150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병무청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서 일정 근무기간 이후 대학생들처럼 학교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출신 인력들을 산업기능요원으로 채용하는 게 업무연속성 보장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올해 현역으로 편입될 수 있는 산업기능요원 숫자가 줄어든 IT업계엔 해당사항이 없어 보인다.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발을 맞추겠다는 병무청의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앞서 국내 IT업계 성장에 병역특례 대상자들의 기여분이 적지 않음을 지적한 관계자는 1997년 당시 1학기 이상 대학원에 등록한 사람은 산업체 특례 편입을 제한해, 어렵게 대학원을 나와 벤처기업에 일하던 병특 대기자들이 입대하거나 학교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올해 배정 원칙도 어떻게 보면 일반 학부생들이 빼앗은 일자리를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에 돌려주겠단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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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산업기능요원 편입 기회는 이미 산학연계 프로그램으로 묶인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인력이 해당 업체에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조건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사람이 산학연계 기업에서 일하고 있더라도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내년도 편입 자격을 갖게 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배정인원에 대해 최종학력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자인 경우에만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이 가능하다며 다만, 졸업 후 업체에 근무하면서 야간 또는 방송통신대학에서 수업 중인 자와 그 졸업자도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