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G플렉스 “휘어진 폰 뭐가 좋냐고?”

일반입력 :2013/12/03 13:34    수정: 2014/01/03 19:21

봉성창

정말 휘어지긴 휘어졌네… 신기하다. 그런데 그래서 뭐가 좋아?

LG전자가 내놓은 플렉서블 스마트폰 ‘G플렉스’에 대한 한결같은 반응이다. 휘어진 폰이 소비자들에 직관적인 장점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비슷한 시기에 휘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플렉서블 스마트폰을 내놨다. 일부에서는 자유자재로 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플렉서블(Flexible, 구부릴 수 있는)이라는 말보다는 커브드(Curved, 휘어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LG G플렉스는 강제로 힘을 주면 잠시 펴졌다가 다시 복원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 갤럭시 라운드에 비해 좀 더 플렉서블 개념에 가깝다. 물론 이것으로 LG G플렉스가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잠시 펴진다는 것 조차도 휘어진 것 만큼이나 소비자들에게 직관적인 장점을 알려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

크고 검은 바나나 디자인…셀프 힐링 기능 어디까지?

G플렉스의 곡률은 드라마틱한 정도는 아니다. 옆에서 봐야 휘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일단 파지성은 합격점이다. 6인치 크기에도 불구하고 베젤이 G2만큼이나 얇아서 한손으로 잡기에 큰 무리가 없다. 여기에 제품이 살짝 휘어 후면 버튼을 누르기 용이하다. 휘어져서 좋은 점 첫 번째다. “후면 버튼을 누르기 좋다” 단 잡기 좋은 이유는 좁은 베젤 때문이지 꼭 휘어져서만은 아니다.

그외에도 전반적인 모서리 곡률이나 형태는 G2와 매우 유사하다. 여기에 뒷면의 빗살무늬 헤어라인 문양도 꽤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특히 후면은 흠집을 다시 원래대로 복원시켜주는 ‘셀프 힐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몇 가지 실험을 해본 결과 열쇠로 긁은 뭉퉁한 흠집은 거의 대부분 복원된다. 반면 면도칼로 아주 살짝 흠집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완전히 복원되지 않았다. 즉 날카로운 흠집은 복원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화면이 휘었기 때문에 통화할 때 좀 더 안정감을 준다는 LG전자의 설명은 쉽사리 납득하기 힘들다. 물론 거리상 아주 약간 가까워졌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실제 통화 감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그저 얼굴 곡선에 따라 G플렉스가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심미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무게도 꽤 가벼운 편이다. 갤럭시노트3보다 0.3인치가 큰 것에 비해 무게는 고작 5g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5.9인치 베가 시크릿 노트와 비교하면 13g 가볍다.

G2 DNA 그대로 이었다

LG전자도 이제 스마트폰에 공력이 쌓일만큼 쌓였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특히 화면을 두드리면 화면이 켜지고 커지는 스마트 노크온 기능은 다른 경쟁제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작지만 큰 차별화 요소다. 한번 써보면 다른 스마트폰에도 무의식적으로 노크를 할 정도로 대단히 편리하다. 여기에 LTE-A를 비롯해 TDMB, NFC, 24bit/192KHz 하이파이 음원 재생 등 최신 스마트폰이 갖출건 다 갖췄다.

화질도 크게 부족함은 없다. 해상도가 1280x720인데다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만큼 화질이나 화면 밝기, 야외 시인성 등에 어느 정도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G2와 비교해 육안으로 그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논란이 된 잔상 현상은 수 시간을 연속으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많은 지적이 나온데다가 LG전자 역시 플라스틱 OLED의 열전도율 특성에 따른 것이라는 해명이 나온 만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큰 화면에 비해 해상도가 떨어지면 화소 집적도가 낮아져 또렷한 화면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대신 해상도가 높아지면 배터리 사용시간이 짧아진다. 가뜩이나 화면도 큰데다가 배터리 교체도 불가능한 일체형이라는 점에서 차라리 낮은 해상도가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물론 G플렉스에는 3천500mAh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그것도 휘어져 있는 채로 말이다. 덕분에 배터리 사용시간은 상당히 긴 편이다. 테스트 과정에서 통화를 비롯해 인터넷, 동영상 재생 등을 적잖히 하고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쓰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G플렉스의 휜 느낌은 LG전자 커브드 OLED TV와 맥락을 같이 한다. 동영상을 볼 때 좀 더 몰입감이 있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빨려들어갈 정도는 아니다. 옛날 볼록 브라운관 TV를 보다가 평면 TV를 봤을 때 느낀 이질감과 편안함이 공존한다. 화면이 휘었다고 해서 영상이나 화면이 왜곡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긴 스크롤을 내릴 때 약간의 입체감도 느껴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터치를 하는 재미가 더해진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화면이 휘어져 좋은 점 두 번째다.

휘어짐의 미학이 던진 숙제

휘어져 좋은 점 세 번 째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이리저리 돌려봐도 딱히 내세울 만한 특징은 안보였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잠시 빼앗을 수 있다’, ‘뒷주머니에 넣었을 때 엉덩이 곡선과 밀착감을 준다’ 등 몇 가지 후보가 있었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주변의 시선은 아주 잠시 뿐이었고 뒷주머니에는 제품 자체가 커서 넣을 일이 별로 없었다.

LG전자는 G플렉스를 팔려고 내놓은 폰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휘어져서 좋은 점이 별로 없다고 해서 이 제품 자체가 별로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단 가격이 G2보다 5만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해상도와 일체형 배터리라는 점만 빼면 신기하게 휘었는데다가 화면도 큰 G플렉스는 분명 LG전자 스마트폰 라인업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기에 충분하다. 개인 취향에 따라 5만원 더 쓰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소비자가 돈 내고 제품 테스트를 하는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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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쉬운 점은 G플렉스가 아무리 일체형 배터리 디자인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을 지원하지 않는 부분이다. 기왕 보는 스마트폰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를 원했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내장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마이크로SD 슬롯이 반드시 필요했다. 소니 엑스페리아 Z1이 일체형 배터리에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을 단 전례가 있다. 낮은 해상도는 어차피 풀HD 영상이 별로 없고 파일 크기를 감안할 때 차라리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다.

LG전자 G플렉스는 기술력 과시가 아닌 팔려고 내놓은 제품이 맞다. 다만 휘어진 화면은 단지 이 제품이 가진 많은 특징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나중에는 더 많이 휘고, 자유자재로 휘는 스마트폰이 나올 수도 있다. 단순히 기술적인 진화만으로는 부족하다. 휘어져서 소비자에게 어떤 잇점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과 힘을 합친 LG전자에 던져진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