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규제, 공정위 오늘 결정에 달렸다

공정위 동의의결 개시 여부에 주목...과도한 규제 글쎄

일반입력 :2013/11/27 11:43

남혜현 기자

정부가 인터넷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실마리가 오늘 풀린다. 공정경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정부는 포털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시장의 자율 개선 논의를 지원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오후 2시 세종청사 공정위 심판정에서 대규모 포털사업자들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전원회의를 연다.

회의의 골자는 네이버와 다음이 공정위에 제출한 시정안을 논의의 대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다. 포털이 제시한 시정안은 '검색과 광고 분리'가 핵심인데, 이미 지난 10월부터 시행중인 방안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현재 검색광고에 옅은 바탕색을 깔아 일반 검색 결과와 차이를 두고, '00 관련 광고입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공정위 제재 결정에 앞서 미래부의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여 결정한 행위다.

공정위는 5월부터 네이버와 다음의 전반적인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여부를 현장 조사해왔고, 10월 공정거래법 관련 혐의사실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포털에 발송했다.

■과도한 규제안은 공정위에도 부담

이날 전원회의를 통해 공정위는 네이버와 다음이 제출한 시정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한다. 전원회의서 '개시'를 선언하면, 포털과 공정위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이 합리적 시정안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업계, 법조계 관계자들은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받아들이고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본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포털 규제에 대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각을 세우고 있지만 여론이 강한 규제엔 오히려 반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네이버에 대한 규제 법안을 발의하긴 했지만, 산업 전체 분위기로 봐선 호의적이지 않다며 규제는 필요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사회 전체 분위기가 강한 규제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업계도 비슷한 분위기다. 지난 26일 오후 여의도 전경련 회관서 열린 '인터넷 기업인의 밤'에 참석한 복수의 IT 기업 인사들도 공정위 결정에 대해선 미리 알 수 없다면서도 공정위가 동의의결 개시를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놨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포털들이 이미 시장의 비판적 의견을 수용해 미래부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응답책을 내놓은 상황이라며 공정위가 어떤 처분을 내리던지 간에 이미 문제가 잘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만약 공정위의 행정조치가 과하다고 판단되면 기업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공정위, '동의의결' 제도 시험 무대

한편 공정위 입장에선 이번 사례가 조문으로 마련해 놓은 '동의의결' 제도를 실행해볼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1년 동의의결 제도를 조문으로 마련했으나 한번도 이를 개시한 사례는 없다.

공정위 측에 따르면 앞서 SAP코리아가 지난달 6일 국내 처음으로 동의의결을 신청했으나, 본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이 미뤄졌다. 네이버와 다음은 공정위 심사보고서를 수령한 후 각각 지난 20일과 21일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가 동의의결 제도를 마련한 것은 시장의 자율적 정화 노력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IT 선진국에선 각종 기업간 분쟁을 동의의결 제도로 풀어내고 있다. 유럽에선 지난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 사건, 램버스 사건 등에 동의의결 제도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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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최근 인터넷 포털 업계의 자발적 시정과 상생이 부각되는 시점에서 공정위가 동의의결 제도를 처음 개시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정부가 직접 규제의 칼을 휘두른다기 보다는, 동의의결 제도를 통해 합리적 상생안을 도출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어서다.

네이버 측은 이와 관련 동의의결 제도로 인터넷 업계와 규제당국이 상호 협력함으로써 이용자 후생을 위한 실질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