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만으로 세계일주한 별난 부부 이야기

101일간 세계 3개 대륙 현금 없이 여행

일반입력 :2013/11/15 15:43    수정: 2013/11/15 15:52

손경호 기자

가상화폐로 주목받고 있는 비트코인만을 이용해 세계일주에 성공한 부부 이야기가 화제다. 이들은 지난 7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약 101일 간 비트코인만으로 세계 여행에서 살아남았다.

주유소를 찾는 것에서부터 비행기표를 끊고 호텔을 예약하고, 피자 한 판을 먹는 것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오스틴 크레이그㉚와 베시 빙엄 크레이그㉙ 부부가 미국 유타주 프로보 지역을 시작으로 비트코인만 쓰면서 전 세계 3대륙을 여행한 이야기를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남편 오스틴 크레이그는 불편함이 지속됐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실제 돈 대신 오로지 비트코인만으로 경비를 해결했다. 우리나라는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을 만한 곳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트코인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운건 해외도 마찬가지다.이들 부부는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서부터 비트코인 여행을 시작했다. 이후 독일 베를린, 스웨덴 스톡홀름, 싱가포르 등을 거쳤다. 미국 내 여행은 부인 빙엄 크레이그가 몰고다니는 자동차를 활용했다.

크레이그 부부는 음식부터 가스까지 모든 것들을 비트코인으로 지불했다. 당시 1비트코인은 일본 마운트 곡스 거래소 기준으로 98달러였다.

여행 중 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을 소개하면서 실제로 결제시스템에 활용해 보라고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몇 주 간 설득끝에 이들 부부가 사는 집 소유주인 저스틴 제임스도 비트코인으로 집세 내는걸 허용키로 하고 비트코인 전용 계좌를 개설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까지 크레이그는 비트코인 사용자는 아니었다. 오스틴 크레이그는 2011년 처음으로 비트코인에 대해 들었고, 혼자 비트코인만으로 여행을 할 계획을 갖게 됐다. 여행을 마친 후 그는 비트코인과 이 통화의 미래가 기대된다며 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행 중 필요한 음식, 물품들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결국 프로보 지역 내에 로로 후레시 푸드 웨어하우스라는 상점을 찾아냈다. 이들은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되는 자동차 보험회사도 알아냈다.

문제 중 하나는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주유소를 찾는 일이었다. 오스틴 크레이그는 처음 2주 동안 어떤 주유소도 찾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와중에 이들은 제레미 퍼비시라는 구세주를 만났다. 비트코인 열광자였던 그는 일명 '퍼브'라고 불렸다.

그는 미국 솔트 레이크 시티 외곽 필립스 66 스테이션에서 야간 주유원으로 근무 중이었다. 부부가 겪고 있는 문제를 듣고 흔쾌히 비트코인 결제를 수락했다. 이후 부인인 빙엄 크레이그는 금요일 밤에 1시간 거리를 운전해 밤 10시에 주유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오스틴 크레이그의 고용주도 그에게 설득돼 비트코인으로 월급을 지급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들 부부는 다음으로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되는 여행사를 찾았다. 호텔과 세계여행을 위한 비행편을 알아보는데도 비트코인을 사용했다.

부부는 빙엄 크레이그의 차로 이동했고,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동행한 사람 역시 유타주 소재 파이브 스타 오토 다이렉트로부터 비트코인으로 렌트에 성공했다. 파이브 스타 오토 다이렉트는 이들 계획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그들은 미국 내에서는 프로보에서부터 덴버, 켄사스 시티, 시카고, 피츠버그, 뉴욕 등을 돌아다녔다. 부부는 자동차에 음식과 생필품들을 실었다. 자동차에는 5갤런짜리 석유통 4개도 실렸다.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미국 뉴욕 브룩클린 지역 인근에 위치한 린 크러스트 피자 가게에서 그들은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냐고 묻자 점원으로부터 뭐라구요?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세계여행에서는 두 명 독일 여행사 직원 도움으로 심플리트레블온라인닷컴, 9프래츠 등은 비행기와 호텔 예약을 도왔다.

스톡홀름에서 그들은 첫날 밤을 굶어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노하우가 쌓이기 시작했다. 남편 크레이그는 모든 도착지에서 최소 한 명 이상 도움을 줄 수 있는 비트코인 사용자를 찾았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물이 암호화 기술 메일링 리스트인 메인(Gmane)에 올린 논문을 통해 탄생했다.

금을 모토로 한 이 가상화폐는 약 34자리 영어 대소문자, 숫자로 이뤄진 전용 계좌로 P2P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마치 금처럼 여러 사람들이 별도 프로그램을 동원해 캐낼 수 있고, 마운트곡스와 같은 거래소에서 달러 등 다른 화폐로 구매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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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급에 따라 1비트코인 가격은 수시로 바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달러화를 마구 발행해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앞으로 100년간 발행되는 비트코인 수는 2천100만개로 제한된다.

아직 비트코인이 보급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환율변동, 각국 통화정책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모바일 환경에서도 손쉽게 결제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상화폐로 부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