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게이트, 웹표준 세계화 도전

국내 전자결제대행(PG) 업체인 페이게이트가 국외 무대에 도전한다. LG 다저스 류현진처럼 국내에서 검증을 받은 뒤 국외로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서는 규제 장벽에 막히다보니, 국외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성격이 강하다. 정부의 규제가 국외 시장 진출을 부추기는 묘한 장면이 벌어진 셈이다.

페이게이트가 최근 웹표준화 기구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에 합류했다.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는 W3C에 페이게이트가 정식 가입했다며 3년간 준회원사로 이미 참여 중이었고 올해 정식 멤버가 됐다고 말했다.

W3C는 주요 브라우저 개발업체와 각국 민간 사업자와 개인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웹표준을 만드는 조직이다.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나 제품 개발업체 등 이해당사자들이 회원으로 가입시 비즈니스에 유리한 기술 규격을 제안하고 표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특히 기업 회원의 경우 조직내 다른 인력도 표준화 활동에 가담할 수 있고 W3C 운영기구 성격을 띠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페이게이트가 기업 자격으로 웹표준화에 참여시 PG업체라는 회사 특성상 온라인 결제서비스 분야의 혁신을 위한 기술 표준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기대된다.

페이게이트는 지난 2011년부터 웹기반 결제 기술을 논의하는 모임을 운영해왔는데, 이 모임이 W3C에서 표준화 추진 단계로 갈 수 있는 워킹그룹(WG)으로 승격될 것으로 보인다.

결제표준 관련 작업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WG 명칭은 '웹페이먼트WG'이다.

이에 따라 페이게이트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기술과 서비스를 세계 시장에 내놓고 국외 업체들과 경쟁해 볼 수 있게 됐다.

또 페이게이트라는 국내 업체가 정식 회원사로 승격돼 W3C 웹표준 활동에 목소리를 냄으로써 다소 특수한 시장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웹 비즈니스 환경의 규제나 문화 등을 반영할 여지도 생겼다.

박 대표는 과거 웹표준 제정 과정에서 국내 시장 특성이나 사업자와 사용자들의 여건은 배제되곤 했다며 다른 나라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통해 자국 입장을 반영한 표준화를 추진해오는 동안 국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페이게이트는 지난 2~3년간 정부나 공공기관이 외면하는 상황에서도 W3C 활동에 적잖은 비용을 지출하며 옵저버 내지 준회원사 자격으로 활동해 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정식 회원 자격을 갖추고 정부 지원까지 받는 타국 사업자들만큼 표준화 과정에 한국 여건을 반영하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이제는 W3C에 속한 사업자들과 다른 이해관계자들도 웹기술 표준화에 우리나라의 시장 여건을 고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세계 시장에서 '갈라파고스'로 분류되는 국내 웹 환경을 앞으로도 고립되게 놔 둘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외의 경우 현재 브라우저가 지원하는 웹표준 기술만으로도 결제 관련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미국 페이팔은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결제와 화폐 유통 기반을 제공해왔고, 중국 텐센트는 채팅앱 '위챗'에 온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결합해 확산시키고 있다. 2곳 모두 W3C 회원사다.

페이게이트는 국내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했던 회사다. 페이게이트 솔루션을 기기반으로 알라딘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닌 사용자들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고, 이것은 사용자들의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7월부터 각 카드사의 일방적 거래 거부사태에 직면, 서비스가 중단됐다. 간편결제는 페이게이트 '금액인증'과 알라딘 회원을 위한 '비인증거래'를 결합한 웹표준 결제방식이다. 이가운데 금액인증 기술만 금융감독원 인증방법평가위원회 승인을 받았고 이를 변형한 간편결제 자체는 별도 승인을 받지 않은 방식이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현대카드 측 입장이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결제시 본인인증과 관련된 보안 강화 조치를 취했고 알라딘 측이 자체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시만텍의 확장유효성검사SSL(EVSSL) 인증을 받는 등 후속 대응을 통해 간편결제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