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마약’? ‘보약’?…여당도 제각각

일반입력 :2013/10/30 11:50    수정: 2013/10/30 13:12

여당인 새누리당 안에서도 게임을 ‘보약’과 ‘마약’으로 상반되게 바라보는 시각이 공존하면서 게임업계만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4대악으로 규정하면서 규제하자는 목소리를, 다른 쪽에서는 한류의 중심이자 수출 효자로서 국내 게임산업을 진흥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마치 하나의 당 안에서 진보와 보수의 힘겨루기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게임을 4대 중독물 중 하나로 규정하고 보건복지부가 규제 권한을 갖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소위 ‘중독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 달 초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을 통해 게임 마약 알코올 도박을 4대 중독으로 규정, 이 내용을 정기국회에서 논의한 뒤 4대 중독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황 대표는 “이 나라에 만연된 이른바 4대 중독, 즉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 중독에서 괴로워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이해한다”면서 “이를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그는 “최근 게임에서처럼 그냥 죽여보고 싶었다는 묻지마 호기심 살인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심지어 한 중학생은 컴퓨터게임 하는 것을 나무란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임중독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17대부터 19대까지 3선에 성공한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도 같은 당 안에서 황우여 대표와 생각을 같이 하는 보수적인 인물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인 서 의원은 지난 29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문제 삼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임은 양면성이 있다. 게임 때문에 부모가 애를 돌보지 않아 애가 사망하고 중학생이 어머니를 살해하는 등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비극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추가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황우여 대표의 발언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또 그는 “일각에서 알코올 마약 등과 함께 인터넷 게임도 4대 중독이라고 얘기하는데 게임은 청소년들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부정적 영향은 몇 배 더 크다”고 역설했다. 즉 게임이 청소년들의 놀이인 만큼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보다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서상기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과잉 해석이 될 것을 우려 “게임의 역기능 해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며 “게임을 알코올 마약 도박보다 심각하다고 말한 것은 청소년들이 여기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을 볼 때 서 의원은 게임을 ‘창조경제 핵심’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규제의 대상에 무게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새누리당에서 쇄신파로 분류되는 남경필 의원은 황우여 대표와 다른 시각으로 게임을 바라본다.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구 한국게임산업협회, 이하 K-IDEA) 협회장이기도 한 남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게임이 절대 가정의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면서 “4대 중독에서 게임은 빠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평소 남경필 의원은 새누리당 안에서도 소신 있는 발언을 통해 당의 잘못을 따끔히 지적해온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게임 중독법 추진 과정에서도 당 내부의 낡은 생각과 편향된 사고를 문제 삼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경필 의원은 “게임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자율 규제를 통해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는 방식으로 게임의 역기능을 풀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4대 중독에 게임이 들어가는 것은 반대한다. 게임은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19대 국회의원인 강은희 의원도 게임의 산업적 성과와 신성장동력 관점에 초점을 두고 진흥을 주장하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29일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게임이 우리나라 한류 수출액 중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게임이 케이팝보다 12배나 많은 수출액을 기록 중이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게임 산업으로 청년층 일자리 증가 등 우리나라 고용 문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나아가 중국 등 해외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게임 산업이 큰 성장을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진흥과 규제의 모순에 빠져 게임 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강은희 의원은 협의체를 구성해 외산 게임이 잠식하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수출 콘텐츠로서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처럼 새누리당 안에서도 게임을 바라보는 보수와 진보의 시각이 공존하면서 게임업계는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특히 스타트업 회사나 중소 게임업체의 경우 정부 여당의 오락가락 하는 정책과 일관지 못한 시각 탓에 게임 사업을 시작하거나 계속 꾸려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게임산업을 육성해야할 정부가 스파이처럼 누구보다 규제에 앞장서고 있다”며 “게임의 진흥을 말하면서도 역기능 해소란 명목으로 게임산업 전체를 말살하겠다는 현 정부의 모순에 국내 게임업계가 갈피를 못잡고 있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