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보조금’ 불똥…소형판매점 울상

일반입력 :2013/10/24 11:29    수정: 2013/10/24 12:42

정윤희 기자

“하루 한 대 팔기도 힘들어요.”

“권리금만 받으면 당장 그만둘 거예요.”

최근 휴대폰 보조금이 하이마트 등 대형유통으로 몰리면서 소형 판매점들의 곡소리가 쏟아진다. 올해 들어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규제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진데다 대형유통까지 치고 들어오면서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토로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하이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전자랜드, 삼성디지털프라자, LG 베스트샵 등 대형유통점, 가전 양판점에서의 과다 보조금 지급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적인 예가 지난 5~6일 일어난 하이마트 갤럭시S4 17만원 대란이다.

■소형판매점 한숨…“매장 접어야 하나”

하이마트에서 17만원 갤럭시S4가 등장한지 약 2주가 지난 23일, 서울 홍대와 합정 일대 휴대폰 대리점, 판매점들을 둘러봤다. 이통사 직영점이 아닌 생계형 소형판매점들은 대부분 대형유통망의 공세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A 판매점주는 “하이마트 보조금 이후 내방 고객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손님들도 거의 하이마트나 디지털플라자보다 싼지만 물어보고 나가거나 연락처만 남기고 간다”고 한숨을 쉬었다.

B 판매점주도 “하이마트 사태 이후 고객님들이 주변분들 얘기를 듣고 취소해 달라고 오는 경우가 늘었다”며 “양심적으로 싸게 드렸는데도 멀쩡한 휴대폰을 반품 요청하니 그것도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오랜만에 단골손님이 기기변경 건으로 방문하셨기에 잘 아는 분이고 해서 평균마진도 안 되는 금액으로 진짜 최대한 싸게 드렸는데 하이마트 때문에 결국 사기꾼 소리를 들었다”고 분개했다.

휴대폰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유통은 특수채널로 분류, 70만원을 웃도는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판매점에 비해 평균적으로 단가가 10~15만원 가량 더 좋은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소형 판매점이 당해낼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17만원 갤럭시S4 당시 하이마트 송파점에서 하루에 600대를 팔았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영세 대리점, 판매점이 매장 임대료와 세금을 제외하고 최소 이윤을 남기며 빠듯한 운영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다른 C 판매점주는 “더 이상 대형 양판점의 물량과 요금공세를 당해내기 힘들어서 이달 중으로 문을 닫을 생각”이라며 “만약 지금 누가 휴대폰 유통을 하겠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 규제를 풀어 대형 양판점과 동일한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하고 싶은데 이것도 쉽지 않다”며 “소상공인들은 통신시장에서 퇴출될 일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일부 비양심적인 휴대폰 판매인들이 복잡한 통신요금제 등을 무기로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횡행하면서 신뢰를 잃어버리는 등 어려움을 자초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D 판매점주는 “워낙 휴대폰 대리점, 판매점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사실 휴대폰 판매하는 사람들도 양심을 저버리지 말고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통위, 대형유통 겨냥 사실조사…실효성은

‘하이마트 보조금’ 문제가 불거지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3일부터 본격적인 사실조사에 들어갔다. 대형유통 과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지난 8월 하순부터 일평균 번호이동이 2만7천건으로 상승하는 등 과열조짐을 보였다는 판단이다.

방통위는 사실조사를 통해 위법사실이 확인된 통신사에 대해서는 과징금 및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방통위 사실조사가 진행되더라도 이통3사에 대한 제재 조치만 취해질 뿐 제조사 장려금, 대형유통 자체 장려금 등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이동전화 파파라치 신고포상제(폰파라치)’를 대형유통점으로 확대했지만 하이마트 17만원 갤럭시S4는 막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휴대폰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제재를 한다고 해도 정작 대형유통, 제조사 장려금에 대해서는 규제를 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이통사 보조금, 제조사 장려금 등을 투명하게 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통과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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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역시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불법보조금에 대한 처벌 대상은 이통사로만 국한돼있다.

방통위는 “최근 시장과열 현상은 이통사의 가입자 확대 등 연말 목표달성에도 원인이 있지만 단말기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 이에 따른 재고 단말기 밀어내기에 주요 원인이 있다”며 “보조금 규제의 실효성, 규제형평성 확보를 위해 제조사의 차별적인 장려금 제공 등에 대한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