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의 미래 "휘고 감고 구멍나도 멀쩡"

일반입력 :2013/10/17 10:46    수정: 2013/10/17 10:58

이재운 기자

플렉서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 산업이 발전하면서 이에 발맞춘 배터리 기술의 진화가 눈부시다.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에너지대전 '인터배터리 2013'에서 삼성SDI, LG화학 등은 배터리 관련 미래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휘어지는 커브드(Curved) 형태의 배터리는 물론, 제품 내 빈 공간을 이용한 계단식 배터리나 줄처럼 감을 수 있는 케이블 배터리에 이어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를 전해질로 이용한 전고체 배터리까지 등장했다.

우선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하며 현재 진행 중인 인터배터리 2013 전시회 관람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 이온의 이동 경로인 전해질이 현재의 액체 또는 폴리머(젤리 성분)가 아닌 고체 형태인 제품이다. 삼성SDI는 전기차 및 스마트 기기의 확산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배터리의 위험성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떠한 외부 충격 또는 환경에서도 절대 터지지 않는 배터리가 개발됐다는 설명이다.

한 예로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에 구멍이 뚫린다고 해도 위험성 없이 정상적인 작동이 가능하다고 회사는 밝혔다. 또 고체 전해질 주입으로 향후 웨어러블 기기에 쓰일 초박막 형태가 가능하며, 다수의 전극(양극·음극)을 여러 겹 쌓을 수 있어 기존의 여러 개 배터리를 하나의 고전압·고밀도 배터리로 구현할 수도 있게 된다.

회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자유자재로 휘거나 감을 수 있는 완전한 형태의 플렉서블 배터리 개발에 걸림돌로 지적돼 왔던 안전성, 용량, 두께를 모두 해결할 수 있어, 상용화될 경우 '사용자가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는(Bendable)' 단계 뿐 아니라 '둘둘 말 수 있는(Rollable)',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Foldable)' 단계까지 적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고체 전해질의 핵심 요소기술을 이미 확보했고, 내년까지 이를 기반으로 중대형 배터리에 적용해 오는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외에도 삼성SDI는 갤럭시기어 등 스마트워치에 탑재된 초소형 크기의 폴리머형 및 각형 커브드 배터리와 전기차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탑재되는 48V 시스템 파워팩도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다.

LG화학은 지난 8일 LG전자 고급형 스마트폰 G2 해외용 제품에 탑재된 계단식 배터리를 비롯, 커브드 배터리와 케이블 배터리를 공개했다.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제품은 케이블 형태로 구부리거나 매듭을 지을 수도 있는 케이블 배터리다. 최근 개발을 마친 이 제품은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여러 기기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이미 양산에 돌입한 계단식 배터리와 커브드 배터리도 제품 설계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고 있다. 계단식 배터리는 제품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작은 배터리를 계단식으로 쌓는 형태로, LG화학은 해외용 G2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배터리 용량이 16% 증가해 사용시간이 3시간 더 늘어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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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드 배터리에는 자사의 고유 기술인 스택앤폴딩(Stack&Folding) 기술이 적용돼 곡면 형성 시 물리적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성능 및 안정성 측면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가까운 시일 내에 출시될 LG전자의 플렉서블 스마트폰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배터리 형태가 지원돼야 모바일 기기의 형태 디자인도 다양화될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기술이 중요하다”며 “작은 크기는 물론이고 배터리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어 웨어러블 기기 디자인에 있어서도 보다 자유로운 상상력 발현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