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화기애매 문화부 국감 "말, 말, 말"

일반입력 :2013/10/16 12:03    수정: 2013/10/16 12:13

남혜현 기자

15일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는 여야 의원간 비교적 화목(?)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3대 문화권 사업'을 놓고 잠시 날선 대립이 있었으나, 그 외엔 문화재정 확보와 산하기관 혈세 낭비, 문화예술체육 부문 약자들을 위한 정책 질의에 대부분 할애됐다.

흥미로운 발언은 증인으로 출석한 유진룡 문화부 장관에서, 또는 유 장관의 태도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에서 많이 나왔다.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장관이 그렇게 대답하면 곤란하다고 질타했다. 사전 질의서를 보냈음에도 제대로 답변을 준비하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국감은 자정을 넘겨 이틑날 0시 15분 경까지 진행됐다. 다른 상임위 대비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서 진행됐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날카로운 질문들도 늘어났다. 다음은 문화부 국감에서 쏟아진 말들이다.

O…여기도 사실 해당되는 분들이 몇 분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거든요.

대답하기 조금 곤란하다며 꺼낸 유진룡 장관의 말.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정치인들이 낙하산을 타고 이런 곳(협회장)에 내려오는 낡은 관행 좀 바로 잡아달라고 요구하자, 가타부타 뚜렷한 대답없이 꺼낸 말이다. 유 장관이 말한 해당되는 분 들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산하기관장들 중 일부를 일컫는다.

이날 박 의원은 대한레슬링협회 김혜진 전 회장이 런던올림픽 선수단에 지급해야할 격려금 일부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정황을 공개했다.

O…그게 편법이죠. 의원님 원하는 대답이 그걸텐데

역시 유진룡 장관의 말이다. 배재정 의원이 예술인센터 공연장 완공을 위한 예산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쪽지 예산이 아닌가, 예산 배정과 집행을 다른 곳에서 하는 경우가 있나라고 묻자 꺼낸 말. 유 장관의 대답은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배의원도 장관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냐며 거듭 사과를 촉구했다.

O…체육인들은 즐겁지 않아요

문체부 감사가 열린 이날은 공교롭게도 체육인의 날이었다. 이 에리사 의원은 장관에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냐라고 묻자 유 장관이 체육인의 날입니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체육계 산적한 문제들을 짚으며 체육인들은 즐겁지 않다라고 질타했다.

O…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장관 태도, 시정되어야 해요

국감 현장에서 '을들의 눈물'을 강조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발언이다. 우 의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비롯, 문화부 전반에 걸친 표준계약서 불이행 사례를 고발하며 장관에 시정을 요구했다. 유 장관이 사실을 파악해 보겠다 등의 대답을 하자 그렇게 대답하는 장관을 믿고서 , 이런 을들의 상태를 땀흘려 준비해 온 것이 황당하다. 고민이 전혀 없다라고 비판했다.

O…나는 아직 금 냄새를 못맡아봤다. 그런 단체도 많다

박홍근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국감 사회를 본 신학용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이같은 발언을 해 웃음을 이끌어 냈다. 박 의원은 김혜진 전 대한레슬링협회장이 선수들에 돌아갈 격려금에 협회 예산을 보태 순금 40돈짜리 금메달을 만들어 이건희 회장, 박연차 회장, 천신일 회장 등에 전달키로 했다며, 전 협회장을 검찰에 고발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다른 의원들의 시각이, 일하는데 장애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게임 산업 진흥과 규제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윤관석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유 장관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라며 한 답변이다. 유 장관은 그 중심에 저희 문체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런데 여가부와의 관계,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다른 국회의원들의 시각이 사실은 일하는데 장애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O…맞습니다, 무궁화입니다. 별이 없단 이야기입니다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은 무궁화로 표시되는 국내 호텔 등급을 외국인들이 알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이 국내 호텔 등급은 무궁화로 나누고 있다고 답하자 이같이 말해 국감의 긴장된 분위기를 풀었다. 박 의원은 무궁화로 분류되는 국내 호텔 등급을 외국인들이 잘 알지 못한다며 시정을 위한 심도 깊은 고민을 하라고 주문했다.

O…3대 문화권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니까 느닷없이 광주 얘기하는거 아닙니까

박혜자 의원이 3대 문화권 사업을 경북 특혜 사업으로 지목하자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광주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사업의 예산낭비 요소를 언급했다. 박 의원인 추가질의 시간에 주 의원 이야기에 한 말씀 해야겠다라며 아마도 주 의원이 3대 문화권 사업이 영남 사업의 문제점이다 보니까 호남 사업을 들먹인 것 같다. 아시아 중심 문화도시는 호남 사업이 아니라 특별법에 의한 국가 사업이라 강하게 반박했다.

O…설국열차 주인공은 끝에서 두번째나 세번째에 타고 있지 않습니까?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이 설국열차 봤나? 대한민국 문화는 몇번째 칸에 타고 있는 것 같냐고 묻자 질문을 잘못 이해한 유진룡 장관이 꺼낸 답. 같은 대답이 두세차례 반복되자 동료 의원들이 질문을 너무 어렵게 했다며 웃었다. 박 의원은 이날 영화 방송 스탭들의 처우 문제를 언급했다.

O…저렿게까지 황폐했을 거라는 것은 생각을 못했다

유진룡 장관이 배재정 민주당 의원이 국감서 지적한 세종대왕 기념관 실태 사진을 보고 한 말. 배 의원이 사진으로 공개한 기념관은 곰팡이가 피고 먼지가 쌓이는 등 관리감독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O…좀 좋은거를 고르려고 했는데, 품바를 골랐어요

이날 국감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었다. 중간 중간 유머 섞인 말로, 경직된 분위기를 풀었다. 품바는 안 의원 보좌관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온 라디오 겸용 오디오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왔다. 안 의원은 이 플레이어를 통해 불법 음원이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O…야당은 한 분도 빠짐 없이 남아 있다. 해방 이후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

역시 안민석 의원의 말이다. 국감 마지막 추가 질의 직전, 11시가 넘은 시간에 야당 의원들이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같은 시각 새누리당 소속 교문위 14명 위원 중 일부는 자리를 뜬 상태였다. 안 의원은 야당을 뭐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라며 이런 일이 해방 이후 처음 있는 일일 것 같다, 칭찬해 달라라고 말했다.

교문위 소속 30명 위원 중 자정을 넘겨 국감이 끝날때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총 25명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전체가, 새누리당은 김희정, 강은희, 김세연, 박인숙, 박창식, 염동열, 이에리사, 이학재, 주호영 의원 등 총 9명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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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장관, 주말에 시간되면 일본에 다녀올 생각 없나?

마지막 '말말말'도 안민석 의원의 것이다. 조선왕 투구를 보러 일본에 갈 의향이 없냐고 유 장관에 질의한 것. 유 장관이 그럴 시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자 안 의원은 지난번에 대마도 부석사 불상 때문에 곤혹 치뤘는데 조선왕 투구로 만회할 기회가 되지 않겠냐라며 우리 왕의 것인데 뭐가 두려워 그러느냐라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