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창조경제, 창조? 진화?…말말말

일반입력 :2013/10/15 11:14    수정: 2013/10/15 11:24

정윤희 기자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는 흥미로운 발언들이 쏟아졌다. 창조경제를 놓고 때 아닌 창조론 vs 진화론 설전이 이어지는가 하면, 셀프 디스(?)까지 나왔다. 또 한선교 미방위원장의 노련한 진행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미래부 국정감사에서는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요금 및 단말기 원가 공개, 이통사-대리점간 불공정 계약, 유료방송 합산규제, 인터넷 검색서비스 권고안, 우정사업본부의 위탁집배원 문제 등이 도마에 올랐다.

다음은 미래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눈길을 끄는 발언들을 모아봤다.

O…창조경제, 창조론인가 진화론인가

여야 의원 사이에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천지창조의 개념으로 봐야하는지, 진화론의 개념에서 봐야하는지 가벼운 설전이 벌어졌다.

김기현 의원은 “성경 창세기 1장에서 하느님이 한 순간에 뿅하고 세상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6일 동안 단계적으로 창조했듯, 창조경제도 단계별로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고 했으나, 최재천 의원은 “창조경제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며 “천지창조의 창조개념과 비슷하기 보다는 진화론의 개념에 더 합당하다”고 말했다.

O…최재천 변호사님, 무슨 일이세요?

미래부에게 자료 제출을 촉구하던 한선교 미방위원장의 발언 중. 자료를 제출치 못한다면 변호사에 자문을 구해 법률상 소명 자료를 가지고 오라고 하는 와중에 변호사인 최재천 의원이 의석에서 코멘트를 내놓자. 최재천 의원은 법무법인 한강의 대표 변호사기도 하다.

O…‘눈팅’만 하라는 거냐

최재천 의원의 분노의 일갈. 미래부가 통신비 원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야당의원들에게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제출은 불가능하고 열람만 가능하다”고 답변하자. 최 의원은 “법에 따라 안 된다고 하면 열람과 제출 모두를 거부해야지, 열람만 된다는 미래부의 논리는 졸렬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O…미래부가 ‘뭐유부’가 됐다

전병헌 의원이 최문기 미래부 장관에게 창조경제의 모호성에 대해 지적하며. 전 의원은 미래부 출범 이후 맺은 19개 양해각서(MOU)를 언급하며 “미래를 창조하라고 했더니 MOU만 창조한 것 아닌가”라며 “이대로라면 MOU창조부로 바꾸는 것이 어떤가”라고 말했다.

이어 “MOU를 우리말로하면 ‘뭐유’, 미래부가 ‘뭐유부’가 돼버렸다”며 “국민들은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미래부가 무엇하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완전 ‘뭐유부’다”라고 덧붙였다.

O…아니, 질의가 더 감사한 거예요

한선교 위원장이 임수경 의원에게 웃으며. 오후 증인심문 시간이 길어지면서 모두가 피곤해할 때 한 위원장이 의원 이름을 호명하며 질의를 하지 않을 경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넘어가다가 임수경 의원이 질의하겠다고 나서며 “죄송합니다, 위원장님”이라고 말하자.

O…추가시간 듬~뿍 드리십시오

유승희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이 길어지자 다음 순서인 이우현 의원이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최재천 의원이 껄껄 웃으며 한선교 위원장에게. 이우현 의원은 “3시까지 한마디도 못했구만…”이라고 중얼거리기도.

O…마이크를 오래 켜드렸던 점 감안해 달라(웃음)

한선교 위원장이 전병헌 의원에게. 질의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열심히 질의한 전 의원이 발언을 끝내자. 한 위원장은 “전 의원께는 여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마이크를 오래 켜드렸던 점을 감안해 달라”며 “잘 부탁드리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에 웃음을 줬다.

전 의원 역시 웃으며 “감안하겠다”고 답했다. 전병헌 의원은 현재 민주당 원내대표직을 맡고 있다.

O…내가 봤어. 제대로 나온 사람 별로 없어

밤 9시 10분 KBS 9시 뉴스에서 미래부 국정감사를 생방송하고 빠진 후 한선교 위원장의 발언. 한 위원장은 “내가 (KBS 생방송을) 슥 봤는데, 제대로 나온 사람 별로 없다”며 “김을동 의원님은 옷 색깔이 특별해서 잘 나오셨다”고 말했다. 이날 김을동 의원은 붉은색 상의를 입었었다.

한 위원장은 KBS 생방송에 앞서 의원 및 피감기관에 촬영사실을 알리며 “아직 시간 10분 있으니까 메이크업 하실 분들은 하시라”, “(카메라 위치 때문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죄다 뒤통수야”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키도 했다.

O…사실 저희가 문제 많은 상임위인 건 맞죠

관련기사

최민희 의원의 차분한 셀프 디스(?). 밤 11시 30분경 미래부 국정감사 막바지에 유승희 의원과 박대출 의원간에 언성이 높아지자 두 의원을 말리며. 최 의원은 “오늘은 비교적 자제하면서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소리 지르지 않고 이렇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한선교 위원장도 “최 의원 말씀대로 오늘 국감은 잘 진행돼왔다”며 “앞으로 제가 더 잘 이끌겠으니 제가 모자란 사람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 달라”고 말했다. 미방위는 국회 안팎에서 여야간 공방이 특히 불꽃 튀는 상임위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