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주권]누군가 내 정보를 훔쳐보고 있다

일반입력 :2013/10/14 08:43    수정: 2013/10/18 10:19

김효정 손경호 기자 기자

첩보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기술들이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 사건을 통해 현실이 됐다.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감시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 시점이 된 것이다. 인터넷이 보급될수록 각 나라가 확보하고 있는 고유의 정보자산을 지켜내는 일은 점점 버거운 일이 되고 있다. 이중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자체 검색 엔진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포털서비스는 가장 대중적인 정보유통창구이면서 지켜내야할 자산이기도 하다. 정보주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관련 전문가 인터뷰, 해외사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정보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자국 포털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고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국내 포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연재 순서

(1)누군가 우리의 정보를 훔쳐보고 있다

(2)검색주권 제대로 보기

(3)자국 검색엔진, 21세기 문화전쟁의 핵

(4)포털, 정보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야

■美 NSA '프리즘 사건'...누구나 인터넷 감시당한다

지난 6월 미국 국가안보국(NSA)을 통한 무단정보수집활동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구글, 야후, 페이스북 등 미국 내 서버에 저장되거나 이를 거치는 정보들은 모두 감시의 대상이 된 셈이다.

미국 NSA와 사이버사령부를 총괄하는 키이스 알렉산더 국장은 감시프로그램을 통해 테러용의자에 대한 해외 정보를 집중 감시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을 향한 테러 수십 건을 막았다고 해명했다. 감시활동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결국 전 세계에서 미국 IT 기업으로 수집된 정보가 자국 내 정보기관에 제공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심각한 점은 미국 정보기관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을 통해서 정보를 손쉽게 수집해 활용해 왔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국장이 밝힌 것처럼 자국 보다는 해외 정보 수집에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 가디언 등은 NSA의 감시 활동 폭로자 에드워드 스노든으로 부터 입수한 기밀문건을 인용, NSA가 유럽연합 사무실과 본부를 도청한 데 이어 한국, 일본 대사관까지 감시대상에 포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에 따르면 NSA는 주로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요 IT기업의 서버에 백도어(뒷문)를 구축해 놓고 수시로 이메일, 채팅내역, 사진, 저장된 데이터, 파일전송, 게시글 등을 감시해 왔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구글, 페이스북 등이 테러방지를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반드시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 감시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정보를 우리가 지켜내야 한다는 필요성은 NSA 사건 이후 강화됐다.실제로 미국 정부 등 해외 기관의 감시활동에 대해 국내 사용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지디넷코리아가 조사전문 기관인 네오알앤에스와 함께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76.2%가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남녀모두 거의 같은 비율을 보였으며 연령대별로도 약 76%가 매우 동의한다,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미국 프리즘 사건 등 테러방지를 목적으로 한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에 대한 감시활동이 자국의 안전을 위해 정당한가에 대한 조사에서는 53.2%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의 정보주권이 타국에 의해 침탈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74.4%가 동의한다는 의견을 보여 인터넷 공간에서의 정보주권에 대한 국내 누리꾼들의 높은 관심과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포털사이트다. NSA가 구글을 감시해왔다면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 누구라도 프라이버시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포털을 포함해 그 나라의 정보는 그 나라의 힘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말했다. 영토, 영해, 영공에 더해 인터넷 세상도 우리나라 스스로 통제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바일 시대, 더욱 심화된 공포

국내에서는 구글 보다 네이버, 다음을, 페이스북보다 카카오톡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외국으로부터 감시우려는 덜했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로 오면서 감시위협은 커졌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등 모두 미국 회사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자국 정보를 지켜야 한다는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째주 구글 플레이 스토어 내 앱 점유율 추이를 보면 순설치자 기준으로 마켓, 주소록, 유튜브, 지도, 지메일 등의 구글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순서대로 1위부터 5위까지를 차지했다. 국민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은 6위, 카카오스토리가 10위, 네이버앱이 14위를 차지했고 다른 서비스는 모두 구글이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유통되는 다양한 정보와 함께 이메일, 포털 검색 서비스 등이 모두 구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처럼 모바일 시대에는 과거 PC 기반과는 달리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모든 서비스를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생태계를 주도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구글, 애플 등 모두 해외기업들이라 정보를 수집, 저장, 관리하기 위한 접근 과정에 이들 기업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

네이버 관계자는 삼성 갤럭시S 시리즈를 비롯해 안드로이드OS로 구동하는 스마트폰은 구글 검색창이, 애플은 사파리 모바일 웹브라우저가 기본창으로 뜬다는 사실만 놓고 봐도 국내 포털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보주권지키기, 유럽은 이미 뼈아픈 실패

정보주권/검색주권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용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뼈아픈 개념이기도 하다. 유럽 내 포털 사용자들의 80%~90% 이상이 구글 검색을 활용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유럽 내에서 나오는 검색키워드 정보, 이메일 수신내역 등의 콘텐츠가 모두 미국 회사에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유럽 내에 또 다른 NSA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과연 구글이 유럽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네이버 등과 마찬가지로 자체 검색 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바이두, 러시아 얀덱스 등은 상대적으로 정보주권/검색주권에 대해 아직까지는 자유로운 편이다. 다만 최근 체코 포털기업인 세즈남이 결국 구글에 시장을 내 준 것으로 미뤄볼 때 넋 놓고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

정보주권/검색주권은 자국 내에 유통되고 있는 스스로 생성/수집/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FTA 체결로 인한 금융관련 개인정보를 사례로 들 수 있다. 고려대 정보보호학과 이경호 교수는 한미FTA에 포함된 조항에 따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같은 미국 은행이 국내 지점을 운영하면서 수집한 개인정보는 미국 본사 서버에 저장된다. 이와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재판관할권이나 사법권 등에서 두 나라 중 어느 곳에 정보를 책임지고 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는 포털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구글을 통해 수집된 국내 정보와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 문제를 누가 주도해 책임질 수 있는가가 정보주권을 누가 가졌느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것이다.

■정보주권 지키키, 남은 과제는...

정보주권 차원에서 검색주권 역시 비슷한 시각에서 검색결과로 인한 분쟁이 났을 때 누가 책임지고 판단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요소다. 자체 검색 엔진을 가진 한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는 자국내에서 발생한 분쟁을 내부에서 내부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되지만 구글 등 해외 포털이 시장을 장악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다른 나라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좌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에 정보주권에 대한 논의는 그 나라 고유의 문화와도 연결된다. 포털사이트에 입력되는 수많은 검색어들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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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보주권/검색주권을 지켜낸다는 것이 무조건 국산 포털사이트만 사용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 사용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필요한 정책들을 가져나갈 필요가 있다. 정보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국장은 자국 포털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결국 소비자들은 더 좋은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일 뿐이라며 구글과 경쟁해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하면서도 정보주권/검색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한글DB 구축, 검색알고리즘 개선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효정 손경호 기자 기자it@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