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이마트 보조금 논란, 해법 있나?

기자수첩입력 :2013/10/07 17:11    수정: 2013/10/08 08:23

“A사가 출시된지 좀 지난 옵티머스LTE3에 보조금을 약간 싣기 시작했어요. 그후 B사가 비슷하게 따라붙었습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토요일(5일) C사가 갤럭시S4와 옵티머스G프로에 보조금을 예상치보다 더 붙이고 일요일 오전에 3사 모두 17만원까지 치고 나갔습니다.”

최근 하이마트에서 갤럭시S4가 할부원금 17만원으로 내려갔던 과정이다. 재고에 따른 한정 물량이었지만, 스마트폰 출시 초기 비싼 출고가격과 비교해 또 다시 수많은 ‘호갱(호구+고객)’을 양산하게 됐다.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번호이동 시장에서 이통3사는 정부 규제와 경쟁사의 움직임에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인다. 법적 상한 보조금 27만원을 고수하다가 약정 기간 동안 꾸준하게 얻을 수 있는 매출을 포기해야 한다. LTE-A와 광대역 LTE 등 새로운 기술 경쟁에 힘을 잃을 수도 있다.

소비자는 결국 값이 내릴 것이라고 믿는 고가의 단말기를 제값주고 사기 꺼리게 된다. 얼추 비슷해진 고사양 스마트폰을 신제품이라고 덥석 사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규제 당국 입장에서도 골칫거리다. 비싼 통신 요금을 지불하라고 보조금 규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박근혜 정부는 가계통신비 절감에 노력을 기울인다. 다만, 일부 소비자가 이른바 호갱이 되어버리면 시장 관리감독의 의무를 져버리게 된다.

휴대폰과 보조금 유통 최일선에 있는 대리점 관계자들은 보조금으로 얼룩진 통신시장 과열은 단말기 가격 인하부터 시작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혼수제품 가격에 육박한 스마트폰 출고가가 시장에서 그대로 통하지 않으니, 보조금 상한선을 넘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별적 보조금 대안,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정부와 국회는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왜곡된 휴대폰 유통 시장 개선을 위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을 꺼내들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법률 통과시 시행령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여야 이견도 크게 없는 사안이다.

지난 5월 국회에 발의된 법안으로 현재 국회 계류중이다. 다른 정치적 쟁점으로 법안처리 후순위로 밀리지 않으면 통과 자체는 어렵지 않아보인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보조금 부당 차별 금지 ▲보조금 공시를 통한 투명성 제고 ▲이용자의 단말기 서비스 합리적 선택 지원 ▲단말기 유통 시장 건전화 등을 골자로 삼고 있다.

문제가 되는 보조금을 없앤다는 내용이 아니다. 시장을 왜곡시키고, 이용자 차별을 낳는 문제점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홍진배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이 법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과도하고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에 따라 불합리한 ‘서비스-단말’ 연계를 제한해야 한다”며 “보조금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투명하고 합리적인 보조금이 주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조금은 유지하되 고가 요금제에 보조금이 쏠리는 것을 막고 외국의 사례처럼 소비자가 실제 출고가, 약정 보조금, 실제 판매가격을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보조금 공시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서비스 경쟁 구도로 전환하고, 최종적으로 단말기 가격 경쟁에 따른 구입가 인하를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새 법안, 실효성 거둘까?

명분은 충분하다. 휴대폰 유통 과정에 투명성을 확보해 보조금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혜택을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스마트폰의 비싼 출고가를 경쟁으로 낮추겠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제조사들은 이통사에만 유통 주도권을 내주게 되는 것이라며, 판매점 일부 역시 생계형 판매점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통사도 겉으로는 가격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지만, 시장 자율성도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다.

우선 경쟁을 통한 단말기 값 인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는 높다. 무조건 싸게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출고가를 인하했을 때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법이 통과되면 당장 ‘보조금 공시’를 통해 차별적인 피해를 받는 소비자는 줄어들게 된다. 보조금 추가 지급 조건으로 고가 요금제를 강제하는 일이 사라지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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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동시에 시장 활성화도 책임져야 하는 법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 보조금 잡겠다고, 시장 구조를 지금보다 경색시키는 부분이 가장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법안 통과를 다루는 국회, 시행령을 마련하는 관련 부처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