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흡수한 게임빌, 파괴력은 과연...

일반입력 :2013/10/05 09:22    수정: 2013/10/06 10:28

남혜현 기자

게임빌이 윙백을 얻었다. 지난 6월 유상증자를 통해 얻은 622억원에 유보금 일부를 합친 700억원을 쏟아 컴투스를 인수했다. 두 회사를 합친 예상 시가 총액은 6천억원. 글로벌 공룡들과 뛰어볼만한 진영은 만든 셈이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지난 4일 오후 각각 공시를 통해 박지영 사장과 이영일 부사장의 지분 일체를 포함한 컴투스 주식 21.37%를 게임빌이 양수키로 합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밝혔다.

박지영 컴투스 대표의 경영권도 게임빌에 넘기기로 했다. 5주간의 실사를 거쳐 조직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모든 인수 과정은 연말께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날 양사의 발표는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게임 회사들의 한살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게임빌이 컴투스를 인수하는 것은 예상치 못했단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마 했던 일이 진짜 일어날진 몰랐다라고 말했다.

■게임빌은 왜 컴투스를 인수했나

우선 게임빌이 왜 컴투스를 인수했느냔 대목이다. 컴투스는 1998년, 게임빌은 2000년 설립된 모바일 게임 회사다. 두 회사 모두 휴대폰이 전화와 문자 역할에 충실하던 피처폰 시절 창립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이끌어왔다.

컴투스는 2000년, 세계 최초로 자바 게임을 상용화시켰고 국내 첫 무선 역할수행게임(RPG)인 '춘추열국지'를 SK텔레콤을 통해 선보이며 입지를 다졌다. 2002년엔 '테트리스' '폰고도리2' 등이 킬러 콘텐츠로 부상해 일본,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컴투스가 자바 게임을 만들어내던 때, 게임빌도 태어났다. 인지도 측면에서 첫 모바일 게임이라 통용되는 '놈'시리즈를 만들어 단숨에 유명 벤처가 됐다. 창업 당시 스물여섯살이던 송병준 대표는 곧 국내 대표 벤처 CEO가 됐고, 천만다운로드를 기록한 '제노니아' '프로야구' 시리즈 등을 배출하는 스타 CEO로 자리매김 했다.

박지영 대표와 송병준 대표 모두 게임이 좋다는 이유로,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게임 벤처를 차린 모험가다. 업계는 두 회사를 일컬어 '모바일 게임 업계의 양대 산맥'이라 일컬었다. 두 사람 역시 라이벌로 관계로 종종 함께 언급됐다.

10년 가까이 게임빌과 컴투스에 국내외 모바일 게임 시장은 탄탄대로였다. 두 회사 모두 안정적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장도 열렸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진 것이 두 회사에 호재로 여겨지며 최대 기대주로 꼽히기도 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스마트폰 시장 판이 커져도 너무 커졌다. 애플 앱스토어 뿐만 아니라 구글플레이까지 열리면서 국내외 대 자본들이 게임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카카오 게임하기를 비롯한 구글 애플 인기 게임 상위권은 대부분 CJ E&M 넷마블, 위메이드 등 대기업이 독식했다. 해외 시장도 녹록치는 않았다.

시장은 게임빌, 컴투스가 스마트폰 시장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라는 우려를 했다. 마케팅 비용, 보유 게임 가짓수 등에서 위협적인 요소가 많았다. 두 회사의 주가는 자주 곤두박질 쳤다. 증권가에선 콘텐츠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를 가져 가는 일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때문에 업계는 게임빌이 모바일 게임 시장서 약해지는 존재감을 인수카드로 막아선 것으로 풀이한다. 올해 게임빌이 예고한 모바일 게임 라인업은 50여개. 컴투스도 최대 40여 종이다. 둘이 합치면 연간 게임 타이틀이 100개 가까이 된다. 일단 덩치를 키우는데 컴투스 외엔 마땅한 인수 카드도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두 회사의 닮은 듯 다른 성장 과정도 인수의 밑바탕이 됐을 수 있다. 컴투스가 '골프스타' 등 자체 개발작에 매진해 왔다면 게임빌은 그간 여러 개발사에 투자를 단행하며 퍼블리싱 회사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업게서도 게임빌=퍼블리싱, 컴투스=자체개발이란 도식으로 두 회사를 구분했다.

게임빌이 당장 컴투스를 합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체 개발작 확보 측면에서 여유를 가질수 있다는 것이다. 넥슨이나 위메이드, 넷마블 등도 작은 개발사 등에 투자함과 동시에 자체 개발작을 늘려가는 방향이다. 게임빌 역시 700억원의 돈을 씀으로써, 이같은 방향으로 향후 운영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인수, 합병까지 가나?

인수 발표 후 게임빌 관계자는 경영권, 지분 양수도를 위한 합의이지 합병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합병을 비롯한 모든 경영 관련 결정은 향후 5주간 진행될 실사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 말했다.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의미이지 아직까지 합병 계획은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게임빌의 컴투스 인수는 지난해 6월 있었던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와도 비견된다. 당시 넥슨 일본법인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로부터 이 회사 주식 321만8천91주를 주당 25만원에 취득했다. 김 대표의 지분 14.7%를 인수함에 따라 최대 주주로 단숨에 부상한 것이다.

이후 두 회사는 마비노기2 등 일부 온라인 게임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한 것 이외에 특별한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각자 회사서 역량을 가진 온라인 게임을 육성하는데 집중해 왔다.

구조조정 측면에서 게임빌과 컴투스가 겹치는 IP가 많다는 점도 시사하는 것이 많다. 두 회사의 대표 게임은 모두 '야구'를 소재로 한다. 게임빌은 '퍼펙트 프로야구' '이사만루'를, 컴투스 역시 '프로야구' '홈런왕' 등을 갖고 있다. 이 외에 스포츠, SNG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이용자 풀을 상대로 똑같은 타이틀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다만, 게임빌 측은 이용자 중복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야구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서로 다른 색깔의 야구 게임을 하나의 채널을 통해 실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컴투스+게임빌, 모바일 판 뒤흔들까

게임빌이 컴투스를 인수하면서 얻은 가장 큰 전리품은 '이용자 풀'이다. 두 회사 모두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게임빌서클은 그간 총 3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컴투스 허브 역시 3천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두 회사의 플랫폼이 통합돼, 한꺼번에 회원을 관리할 경우 그 수는 국내 최대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수익서 턴어라운드 하겠단 전략이다. 두 회사 모두 국내외서 수익을 내왔으나 최근들어 순익은 하락세를 겪었다. 양사의 순익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뚜렷한 탈출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어왔다.

두 회사의 타이틀이 합쳐져, 가짓수가 많아지면 규모의 경제로 인한 수익 발생이 커질 것이란 기대다. 예컨대 카카오 게임하기에 들어와 있는 게임 가짓수가 많아지면, 큰 히트작이 없어도 꾸준한 매출은 발생한다. 결제자들이 많아지면 각각 소액을 쓰더라도 총합은 크다는 이치다.

여기에 겹쳐지는 해외 전략 요충지를 통합해 관리하며 비용을 절감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겠단 계획도 엿보인다. 새 플랫폼들이 다방면에서 출몰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덩치를 키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단 전략도 내놓을 수 있다.

관련기사

게임빌은 최근 페이스북과 연동, 게임센터에 처음 입점했다. 팝업형태로 운영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지만 정규 콘텐츠로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글로벌 회원을 보유한 컴투스의 게임을 향후 이같은 새 플랫폼을 통해 보급한다는 로드맵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 게임빌 관계자는 게임빌이 이미 보유한 게임과 컴투스의 게임들이 굉장히 글로벌하게 널리 퍼질 수 있는 집중화되 채널을 가질 수 있다라며 이용자 수가 많고 채널이 큰 데다 두 회사의 해외 인지도가 높다는 점을 봐달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