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새로운 IT의 풍경

일반입력 :2013/10/02 09:04    수정: 2013/10/02 11:21

사물인터넷(IoT, The Internet of Things)는 최근 급부상한 IT용어다. 10여년 동안 IT업계를 떠돌았던 온갖 화두들이 IoT란 단어로 수렴되는 인상마저 줄 정도다. 유비쿼터스, 사물통신(M2M),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빅데이터 등 한때 유행어가 총망라돼 등장한다. 일각에선 말만 바꾼 IT업계의 마케팅일 뿐이란 삐딱한 시선도 있다.

IoT란 말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쓰인 말이었다. RFID 기술이 발전하며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1999년 케빈 애시톤이란 RFID 전문가가 처음 제안한 용어니 10년도 더된 단어다. 그런 IOT가 왜 이제 와서 달아오르는 것일까. 단순한 IT업계의 새 마케팅 단어로 치부하기보다 세심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IoT는 인류가 발전시켜온 수많은 기술이 범위와 적용분야를 달리하며, 다양한 서비스로 꽃피는 새 패러다임이다. 그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자, 기술에 해박한 자, 기술을 적용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자, 서비스를 고안해내는 기획자, 대규모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사업자, 플랫폼을 만드는 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적 활동군을 보유한다. 거기서 파생될 경제적 가치에 우리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잡탕과 포장이 아닌 'IT 기술의 총아'

실제로 IoT는 그동안 IT업계가 만들어낸 모든 기술의 총집합체다. 사람과 수많은 기계들이 다양한 기술로 소통을 하며, 그 소통에 기반한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소통에 기반한 서비스는 다시 소통을 강화하고 인생의 질에 영향을 준다.

기기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정교한 센서 기술, 사람과 기기를 모두 연결하는 네트워크, 생성되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게 해주는 빅데이터 기술, 빅데이터와 서비스를 운영해주는 거대한 클라우드 컴퓨팅, 통신과 결합된 다양한 서비스, 그리고 그를 이용하는 사람에 이르는 장대한 풍경이다.

사물과 사물이 정보를 주고받는 건 우리 일상생활에 꽤 깊이 들어와 있다. 생산자동화 같은 분야에선 M2M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IoT는 통신이란 기본 전제에 지능(Intelligence)과 서비스를 더한 것이다. 제각각 떨어져 존재하는 사물 간 통신을 거대한 하나의 틀로 묶어내 서비스를 투입하고, 사람에게 더 나은 부가가치를 주는 것을 IoT로 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DATE에 따르면, IoT는 전세계적으로 2011년 26조8천200억원 규모에서 2015년 4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AIT에 따르면, 국내 시장도 2011년 4천147억원에서 2015년 1조3천474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11.9%, 한국은 연간 26%의 성장률이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시장규모전망은 앞서 거론했던 여러 기술분야의 현재 시장규모를 합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장에서 기대하는 IoT의 경제는 그보다 거대하다. 기술과 기술, 그리고 참신한 발상의 결합이 만들어낼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는 기대 때문이다.

현재 상황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단계다. 구글글래스,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컴퓨터라 불리는 기기가 막 등장하는 시기다. 나이키 퓨얼밴드로 촉발된 헬스체크 디바이스와 스마트폰의 연계 등 점과 점의 연결이 이제야 본궤도에 올랐다.

■사람을 중심으로 본 IoT의 풍경

IT업계는 IoT의 활용분야를 산업군에 따라 구분한다. 빌딩, 에너지, 컨슈머&홈, 헬스케어, 산업현장, 교통, 리테일, 보안, IT, 국방 등이다. 각종 기술의 가치사슬로 보면 칩셋, 모듈, 디바이스, 네트워크,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구성된다.

그보다 더 IoT 시장의 풍경을 쉽게 조망하는 방법은 사람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점차 범위를 확대하는 방법이다.

최윤석 한국오라클 전무는 “사람이 IoT를 접할 때 그 용처의 범위를 갖고 나누는 게 낫다고 본다”라며 “IoT는 그동안 별도로 존재했던 산업들이 융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사람의 몸과 관련된 IoT를 생각해보자. 최근 들어 급속도로 논의가 활발해진 ‘액티비티트래킹’이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밴드형 기기 등을 통해 사람의 동작이나 몸상태를 모니터하는데서 출발한다. 하이킹, 조깅, 사이클 등 운동과 관련된 것도 있고, 혈당지수, 호흡, 맥박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건강과 관련된 것도 있다.

다음으로 사람이 사는 집이다. 외출 중에 밥솥을 작동시키고, 집안에 들어가면 가전제품이 알아서 켜진다거나 하는 건 기초다. 현관문을 스마트폰이나, RFID 태그 내장 액세서리로 열고 닫는 것부터 시작한다. 냉난방기가 알아서 온도를 맞추고, 환기를 하는 식의 동작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사람이 집안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대기전력을 자동으로 차단하거나, 허용되지 않은 침입자를 감시하기도 한다.

다음은 도시다. 도시 교통현황을 모니터하고, 신호체계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다. 경찰차에 달린 블랙박스를 CCTV처럼 활용해 도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방범체계도 실험된다. 도시 공해정도를 체크해 그에 적절한 정책과 조치를 취하게 해주는 경우도 언급된다. 주차장 바닥에 센서를 둬서 차량을 세우도록 하고, 스마트폰의 앱으로 도시 내 주차장의 빈공간을 쉽게 찾아가게 해주는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다음으로 각 산업 속의 IoT다. 생산시설의 상태점검과 수리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가 IoT로 구현된다. 사람의 위치에 기반한 쇼핑몰 서비스와 재고관리, 농축산업의 경우도 농작물이나 가축의 상태를 점검하는데 IoT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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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큰 범위인 환경이다. 전세계 환경오염정도를 체크하고, 자연재해를 사전에 파악하는 조기경보시스템, 수자원나 산림, 천연기념물의 상태추적 등이 IoT와 관련된다.

IoT의 풍경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눈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그러나 그 틀은 앞선 다섯 범주로 정리될 수 있다. 이 범주 속에 여러 기술이 동원되고 얽히며, 사람의 행동과 기기의 상태가 다양한 기술로 직조돼 서비스로 가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