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님' 근절 유통구조 개선법 갈등

일반입력 :2013/09/26 07:00    수정: 2013/09/26 14:16

정윤희 기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일명 보조금 금지법)이 통과되면 이동통신 유통시장의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통신사, 제조사, 판매점, 소비자들의 입장차가 큰 분위기다.

해당 법안은 ▲차별적 보조금 지급 금지 ▲보조금 내용 공시 ▲보조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의 요금할인 선택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만들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해진 의원(새누리당)이 대표 발의했으며,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일단 이통사, 제조사, 통신판매점들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호갱(호구+고객)’이 양산되는 현재의 휴대폰 유통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속내는 다소 차이가 난다. 통신사들은 출고가 인하가 선행되는 동시에 제조사 장려금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반대로 제조사들은 이를 탐탁지 않아 하고 있다. 또 이동통신 판매점들은 실제 판매인들이 입을 피해를 걱정하는 모습이다.

■ 단말기 보조금...이통사-제조사 입장차 뚜렷

통신사 한 관계자는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려면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선행되는 것이 필수”라며 “휴대폰 보조금에서 제조사 장려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규제는 전혀 없고 매번 통신사만 두드려 맞는 격”이라고 말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 역시 “국내에서는 스마트폰이 해외시장에서 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황이 이런데 통신사에게만 보조금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은 놔두고 빙산의 일각만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제조업계에서는 시장 위축 등에 대해서 다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제조사들은 아직까지 법안 논의가 진전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지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는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통신 전문가는 “출고가는 제조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와 협의해서 결정하고, 제조사 장려금의 사용 역시 통신사의 입김이 세다”며 “보조금 규제에 제조사도 포함할 경우 개별 단말기의 출고가, 장려금 비율, 판매현황 등을 모두 미래부에 넘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외 제조사와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대리점 '위법행위 거부권 보장', 소비자 '출고가 부터 낮춰라'

휴대폰을 판매하는 대리점, 판매점들은 영세 상인들의 입장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말기 유통구조 건전화를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한 상황임에는 공감하지만, 소형 유통망에 대해서는 과도한 제재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동통신판매인협회는 “유통망 입장에서는 수수료 차감 등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법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실제 시장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1%의 대형 판매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머지 99%의 생계형 매장마저 피해를 입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역설했다.

반면 소비자단체, 시민단체들은 법안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보조금 규제는 이통사들의 경쟁을 제한해, 결국 소비자들에게 비싼 값으로 휴대폰을 사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보조금을 규제하려면 높은 가격의 단말기 출고가 인하 선행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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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휴대폰 보조금 규제는 명백한 경쟁제한 행위로 오히려 모든 소비자들에게 비싼 값으로 휴대폰을 사게 해 피해를 입게 된다”며 “(해당 법안은) 현재 법적 근거 없이 가이드라인으로만 돼있는 보조금 규제를 법제화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역시 “현재 법안 그대로는 소비자에게 비싼 돈 주고 휴대폰 사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100만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들의 출고가 인하가 선행된 후, 혹은 최소한 병행된 후에 보조금 규제를 논의해야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