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박병엽 빠진 팬택, 살아남을까?

일반입력 :2013/09/24 19:05    수정: 2013/09/25 09:20

정현정 기자

‘벤처신화’의 주인공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부회장 사퇴 이후 팬택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고강도 사업구조 혁신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특유의 승부수와 저돌적 돌파력으로 이를 극복해 온 창업주이자 팬택의 정신적 지주였던 박 부회장의 부재가 현실화할 경우 팬택의 생존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잇따라 인수합병되는 등 세계 스마트폰 경영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거대자본 삼성·LG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팬택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24일 박 부회장은 이날 오후 은행 채권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영 전반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동시에 도의적인 책임을 진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친화력과 보스기질이 누구보다 뛰어난 박 부회장의 성격상 일부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고 무급휴직으로 회사를 떠나야하는 상황에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부회장은 이날 사내게시판을 통해 “늘 존중하고 아껴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고 역량 부재한 경영으로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아픔만을 드린 것 같아 깊은 자괴와 책임감을 느낀다”며 “부디 이준우 대표를 중심으로 빠른 시장 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팬택으로 거듭나게 해주실 것을 당부드리며 번거롭지 않게 조용히 떠나고자 합한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올렸다.

박 부회장 사퇴 이후 팬택은 이준우 부사장의 단독대표 체제로 생존력 담보를 위한 고강도 사업구조 혁신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내수 시장에 집중하면서 브랜드력 강화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 의미있는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연속 적자 고리를 끊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5일자로 내부 구성원들에 ▲국내 시장 위주의 사업구조 재편 ▲적정규모 조직 유지 ▲브랜드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 자원의 선택과 집중 ▲소비자 사후 지원 지속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고강도 사업구조 혁신 방안을 공지할 예정이다. 팬택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 발표에도 업계에서는 갑작스런 박 부회장의 사의 표명에 우려스러운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 환경에서 완벽한 구심점이 없는 팬택이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 1991년 팬택을 창업해 연간 3조원 규모의 회사로 키워냈고 이후 위기 때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이를 헤쳐나간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받는다. 직접 경영 전반의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면서 팬택에 심어놓은 박병엽식 경영방식에 ‘팬택의 처음부터 끝이 곧 박병엽’이라고 할 정도다.

만약 팬택에서 박병엽이 빠진다면 소위 ‘오너 혹은 CEO 브랜드 파워’가 어느 기업보다 큰 팬택이 제대로 지탱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의표명 역시 일종의 명분을 얻기 위한 박 부회장식 승부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한 업계관계자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모든 것이었듯이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회사를 끌고 온 박 부회장이 곧 팬택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그동안 숱한 위기에도 팬택을 지탱해온 데는 조직 만큼 박병엽 개인의 힘도 컸다는 점에서 구심점이 없는 팬택이 제대로 서기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팬택은 고강도 사업구조 혁신을 시도하면서 국내 시장 집중도를 높여 현재 15만대 수준인 월간 판매량을 2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팬택은 최근 국내 스마트폰 시장 축소로 10%대 점유율 마저 위태로워지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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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전체 인력의 4분의 1 이상인 800여명에 인력에 대해 6개월 무급휴직제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인력 감축에 나선다. 이와 함께 브랜드력을 강화하는데 모든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 소비자 사후 지원은 지속적으로 강화키로 했다.

팬택 관계자는 “일단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 적정시장의 시장점유율이 담보가 돼야한다”면서 “최근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선택에 가장 큰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 브랜드인 만큼 브랜드력을 높이는데 모든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