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 넵튠 "작은 게임사 키우는 맛 있다"

일반입력 :2013/09/17 08:39    수정: 2013/09/17 08:42

남혜현 기자

작은 회사를 만드니 재미가 있죠. 지분이 제일 많으니까 누가 나를 자를 수도 없을 거고요(웃음).

한게임 대표에서 스타트업 넵튠으로. 대기업을 이끌다 소규모 게임 개발사를 차린 정욱 대표㊷를 11일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넵튠 사무실에서 만났다.

노랗게 탈색한 머리. 새끼손가락 크기 파란 펜던트 목걸이. 몸에 잘 맞는 티셔츠에 헐렁한 카고 팬츠.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 한때 놀아봤고 지금도 제법 놀 줄 알 것 같은 아저씨.

'세'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차분한 말투가 의외였다. 옅게 남은 부산 억양으로 비교한 '한게임 대표와 넵튠 사장'은 어감만큼 차이가 컸다.

큰 회사는 안정적이고 월급도 많고 복지도 좋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대기업이다 보니깐 생기는 속 썩이는 이슈도 있죠. 일단 (대표인) 저부터 (고용이) 보장되지 않으니까요. 창업하고 나니깐 실직할 두려움은 없죠.

유혹을 받아도 혹하지 않을 불혹에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을 꾸렸다. 2011년 한게임 퇴사 후 그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했다. 하고 싶은 대로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지만, 그를 찾는 이는 줄었다.

대기업 대표일 때랑 상황이 어마어마하게 다르죠. 명절 때만 해도 옛날엔 선물이 이렇게 쌓였다면, 지금은 확 줄어들고(웃음). 성공하면 사실 자기 사업하는게 더 좋은데 성공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수익을 놓고 보면 정욱 대표는 일단 합격점이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넥슨 프로야구마스터 2013'이 지난달 기준 총 70억원을 벌어들였다. 게임 개발비와 운영비, 인건비를 모두 감안해도 흑자다.

매출로 우리보다 위에 있는 게임이 많지는 않아요. 회사를 운영하고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상황에 만족 해요. 게임이라는게 흥행 사업이니까 반드시 잘 된다는 보장은 아무도 못하거든요.

단 하나의 게임을 출시한 스타트업이 곧바로 흑자를 내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운칠기삼이라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 운은 따르지 않는다. 단언컨대, 행운의 여신은 독한 마음을 먹은 자에 먼저 웃는다.

정 대표는 퇴사 후 꼭 게임 회사를 창업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한게임 대표 시절, '쿨가이 콘테스트'에 나갈 만큼 몸 만들기에 열중했던 그다. '다이어트 컨설팅 회사'를 차릴까 '진지한' 고민도 했다.

온갖 다이어트 비법을 섭렵한 그는 90kg 나가던 체중을 소금기 끊어가며 65kg까지 줄였다. 지금도 그 몸무게를 유지한다. 이 독한 마음이, 낙타가 바늘 구멍 지나기라는 스타트업 성공을 이끌었다.

게임 회사를 차린 건, 모바일이라는 환경 탓이 굉장히 컸어요. 지금 온라인 게임으로 창업하려면 수백억원이 들어요. 투자를 받는다 해도 잘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죠. 안됐을 땐 타격도 크고요. 모바일은 훨씬 적은 돈으로 해볼 수 있으니까요.

야구 게임으로 기틀을 닦은 넵튠의 다음 행보는 역할수행게임(RPG)이다. '피시 아일랜드'의 성공 경험을 녹인 RPG 1종이 연내 출시 대기 중이다.

다운로드가 조금 적어도 꾸준히 매출이 나오는 게임이 RPG에요. 스타트업이 엄청나게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할 순 없죠. 하늘 아래 새로운 게임은 없다지만, 피시 아일랜드 성공 경험을 녹여서 지금 준비 중에 있어요.

효자 게임인 넥슨 프로야구마스터도 후속편을 준비 중이다. 정욱 대표는 지금 프로야구 마스터를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게임을 운영하며 이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는 설명이다. 감을 잡았으니 어쨌든 지금 보다 더 나은 게임이 나올 것이란 확신이다.

목소리 커지는 법 없이 한시간 남짓 이야기 하던 정욱 대표는 자신을 카리스마가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자신의 리더십을 참을 인자 세개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팀에서 의견 차가 있을 때 이대로 해라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대신, 같이 소주 한 잔 하며 이렇게 하면 어떨까 권유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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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잠깐 흥분한 대목이 구인난이다. 게임 바닥에서 '정욱'은 유명 인사다. 그런 정욱도 스타트업을 하다보니 사람 뽑기 어렵단다.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는 개발자들은 스타트업에 원서를 내지 않는다. 구인 사이트에 이력서를 낸 10명에 인터뷰를 요청해도 면접보러 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스타트업의 현실이다.

흑자내는 알짜배기 스타트업,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지난해 5억원을 투자 받은 곳. 가족적인 분위기에 월급도 꼬박꼬박 나가고 직원 복지도 나름 훌륭한 회사라고 넵튠을 소개한 그가 미래의 직원들에게 말했다. 넵튠, 계속 잘 될 회사 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