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SK하이닉스 화재에 '술렁'

일반입력 :2013/09/05 10:29    수정: 2013/09/05 14:52

이재운 기자

SK하이닉스 중국 저장성 우시(無錫)시 소재 D램 제조공장에서 4일 발생한 화재가 공급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던 D램 시장에 미칠 영향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재피해 시설이 얼마나 빨리 복구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D램시장에선 고정현물가 상승이 이뤄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동안 D램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했다는 지적이 나왔던 상황인 만큼 SK하이닉스의 수급 상황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는 SK하이닉스 공장의 화재로 D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D램 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조만간 조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판도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일단 SK하이닉스는 “클린룸 내의 반도체 제조용 장비에는 큰 문제가 없어 조만간 조업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상당량의 검은 연기 발생에 대해서도 “이는 화재가 옥상으로 통하는 공기정화시설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불안감을 최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화재로 일단 삼성전자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난야 등 D램 시장 경쟁업체들은 단기간이나마 수혜업체가 될 전망이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킹스턴, 이노테라, 난야 등 타이완 소재 경쟁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존 재고가 있어서 당장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단기적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상반기 모듈 재고를 많이 쌓아 둔 킹스턴은 물론 타이완 업체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도 수혜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D램에서, 마이크론은 이노테라의 실적 상승으로 수혜를 볼 전망이다. 전날 마감한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가 5% 가량 상승하는 등 시장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단 단기적인 D램 공급 불안으로 D램 현물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조사 전문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다. 우시의 C2 팹은 D램만 생산하는 단일팹으로 300mm 웨이퍼 기준 월 14만장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절반을 맡고 있어 이 공장에 조업 차질이 생길 경우 세계 D램 시장 공급량의 15%에 해당하는 부분이 차질이 빚게 된다.

SK하이닉스가 피해를 입은 부분이 대체로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재무상으로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하며 상승세에 접어들었던 실적 흐름에는 타격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2007년 벌어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 정전사고와 비교하며 “SK하이닉스의 피해 시설 복구 속도에 따라 영향력이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당시 생산 차질로 수 천억원대의 피해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빠른 복구로 400억원 규모로 최소화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이천 M10 라인에서 D램을, 청주 M11·M12 라인에서 낸드플래시를, M8 라인에서 시스템IC를, 화재가 발생한 우시 C2에서 D램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M10라인 가동률이 100%에 이르러 C2라인에서 조업차질이 길어질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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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중국 우시 C2 팹에서는 지난 4일 오후 3시 50분경(현지시간) 장비설치 공사 도중 화재가 발생해 1시간 30분만인 오후 5시 20분경에 화재 진압이 완료됐다. 1천500명이 근무 중이었으나 화재 발생 후 신속히 대피했고, 1명의 경상자가 치료를 받은 것 외에는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때 ‘가스폭발로 인한 화재’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시장의 우려감이 커지기도 했으나, 회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