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캠핑의 시작은 오렌지족?”

캠핑업계를 지켜보는 일곱개의 시선

일반입력 :2013/09/02 14:47    수정: 2013/09/02 18:05

봉성창 기자

[편집자 주] 가히 열풍이다.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음식을 해 먹는 일이 새롭게 등장한 레저 활동이 아닌데도 전국의 아빠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주말만 되면 각종 장비를 그득 차에 싣고 떠난다. 이렇게 캠핑을 즐기는 인구는 무려 300만명. 전국 캠핑장 수가 1천여개가 넘지만 밀려드는 예약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지난 2010년부터 불어닥친 캠핑 열기는 이제 하나의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급성장했다. 각종 캠핑용품은 물론 자동차, 각종 IT기기까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불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요즘 유통업계에서 되는 아이템은 오직 캠핑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캠핑의 급속한 대중화에 따른 반작용도 적잖다. 천정부지로 솟은 고가 캠핑용품 들이 가격에 비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이른바 거품 논란이다. 소비자들이 경쟁적으로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데 따른 과소비도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캠핑 산업을 바라보는 일곱 개의 각계 각층의 기업들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캠핑 산업의 시작부터 향후 전망까지 짚어봤다.

1부 [마운틴이큅먼트] 캠핑의 시작은 오렌지족?

2부 [노마드] 주말 반납한 아빠, 캠핑용품 사느라 월급도 반납

3부 [고릴라캠핑] 흙바닥에 치는 텐트, 중고면 어때“

4부 [소니] 캠핑의 추억 찍고 보고 즐기고“

5부 [쿠팡] 요즘 대세 소셜커머스-캠핑이 만났다

6부 [옥션] 철없는 캠핑, 이유있는 대박 행진

7부 [KT금호렌터카] 추억도 대여가 되나요?

요즘 우리나라에서 각광받고 있는 캠핑 형태를 좀 더 정확하게 정의하면 ‘오토 캠핑’이라고 할 수 있다. 오토 캠핑은 자동차와 캠핑이 결합된 형태로 외국에서는 주로 캠핑카나 혹은 트레일러 등을 활용한 캠핑 형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오토 캠핑은 의미가 다소 다르다. 각종 캠핑 장비를 주로 SUV와 같은 수납 공간이 넓은 자동차에 싣고 주차장이 겸비된 캠핑장으로 이동하는 형태를 말한다. 과거에는 텐트나 각종 장비를 배낭에 짊어지고 가는 형태의 캠핑이 주를 이뤘다. 이제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덕분에 한결 수월할 뿐 만 아니라 테이블, 의자와 같은 각종 장비들도 함께 갖출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안락한 캠핑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캠핑용품 시장도 덩달아 급성장했다. 국내 캠핑용품 시장은 코베아, 콜맨, 스노우피크 빅3로 불리는 세 업체를 중심으로 약 100여 곳의 기업이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콜맨과 스노우피크는 해외 캠핑 전문 브랜드라는 이미지로 전체적인 제품 가격도 상당히 비싼 편이다.

코베아 역시 초기 합리적인 가격의 국산 제품을 내세웠지만 이후 광고 및 마케팅 비용 지출로 적잖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이다. 서울 YWCA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업계 선두 3사가 지난 2년 간 제품 가격이 평균 60% 가량 인상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때 이들 3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한때 70%에 달할 정도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이후 경쟁 업체들이 크게 늘면서 현재는 약 50% 정도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지난 3년간 다양한 브랜드들이 생겨났다. 영국 전문 산악용품 브랜드 ‘마운틴 이큅먼트’ 역시 그 중 하나다. 이들로부터 국내 캠핑 시장의 기원부터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공중파TV를 통해 촉발된 캠핑 열풍

우리나라 레져 산업은 10년 주기로 트렌드가 변화했다. 80년대 나이키, 아이다스 등 스포츠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다면 90년대에는 골프 관련 제품이 각광 받았다. 이후 2000년대에는 등산이, 2010년에 넘어서는 캠핑이 대세가 됐다.

이러한 레져 산업의 트렌드 변화는 우리 삶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가령 농구를 하지 않지만 농구화를 신거나, 고산에 오르지 않지만 보온성이 뛰어난 파카를 외투 대용으로 입는 식이다. 이외에도 골프나 등산 등에 필요한 고기능성 의류 역시 일상 생활서 입는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오토 캠핑 열풍이 어떻게 시작됐는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대부분 업계 에서 1순위로 꼽는 것은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이다. 이른바 복불복을 통해 야외에서 잠을 자는 모습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캠핑장으로 발걸음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 강남에 거주하는 부자 부모로 인해 화려한 소비생활을 누린 20대를 가리키는 말인 ‘오렌지족’이 40대가 돼 가족을 이루고 살면서 캠핑에 관심을 가졌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캠핑 시장이 고가 장비를 중심으로 발달하기 시작해 서서히 대중화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후 MBC 프로그램 ‘일밤-아빠어디가’는 이러한 우리나라 캠핑 문화를 소재로 만든 프로그램으로 요즘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이제 40대가 된 오렌지족 아빠들은 아무래도 국산 보다는 해외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콜맨이나 스노우피크가 판매하는 100~200만원대 가격의 텐트가 불티나게 팔려나간 이유다. 최근 해외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캠핑 관련 제품을 만들어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선호도가 뒷받침된 결과다.

묻지마 외산 브랜드 선호↓...품질-AS 필수

사실 마운틴이큅먼트 본사에서는 오토캠핑용 가족용 텐트나 용품을 만들지 않는다. 국내 등산 의류 및 용품으로 잔뼈가 굵은 태산레져(대표 김성태)가 지난 2007년부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제품 수입을 진행해왔다. 이후 국내 오토캠핑 붐이 불면서 태산레져에서 자체 기획하고 개발한 오토캠핑 용품을 영국 본사에서 품질테스트를 받아 마운틴이큅먼트 이름으로 국내 선보이고 있다.

이는 해외 브랜드 아웃도어 의류 업체들이 캠핑 시장에 뛰어드는 것과는 다소 다른 접근 방식이다. 애당초 캠핑 제품이 없는 이들 업체들은 아예 국내 판권을 사온 다음 주문 생산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는 반면, 마운틴이큅먼트는 영국 본사와 협업을 통해 제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그만큼 깐깐한 품질 테스트를 거친다는 설명이다.

불과 2년만에 고무적인 판매량을 기록하자 마운틴이큅먼트 본사에서도 한국 오토캠핑 시장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캠핑의 대중화다. 아직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텐트는 배낭에 매고 이동하는 전문 산악인이나 배낭여행족 들의 전유물 정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신 해외 브랜드 답지 않게 가격 거품을 걷었다. 물론 신생 국산 브랜드 캠핑용품보다는 다소 비싼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스노우피크나 콜맨과 같은 해외 브랜드 대비 가격을 60% 수준으로 맞췄다. 또한 영국 본사를 설득해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춘 제품 전략을 펼친것이 주효했다. 대신 원가를 낮추기 위해 광고, 이벤트 등 각종 프로모션은 일절 배제했다.

특히 대표 텐트 제품이었던 ‘갤럭시’가 성공하면서 올해 신제품인 ‘썬더버드’에 이르기까지 캠핑족들에게 탄탄한 인지도를 쌓았다. 요즘 캠핑장에 가면 꼭 한 두개는 마운틴이큅먼트 브랜드가 보인다는 설명이다. 비록 수십개의 텐트 중 한 두 개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빅3를 제외하면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상당히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요즘 캠핑에는 필수용품에 포함되는 의자 역시 적잖은 인기를 끌었다. 마운틴 이큅먼트 컴포트 체어는 편안한 착용감과 탄탄한 내구성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히트 제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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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이큅먼트는 유럽서 쌓은 높은 인지도와 전략적인 한국 시장 공략을 통해 비교적 빠른 시간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캠핑이 더욱 대중화됨에 따라 무조건 외산 브랜드라고 해서 선호하는 현상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AS 강화 등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태산레져 정현문 과장은 “캠핑 시장은 앞으로도 2~3년간은 계속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캠핑이 대중화 됨에 따라 제품 품질에 대한 올라가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많은 고심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