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전 새 '브레인' 누구?

일반입력 :2013/09/01 07:42    수정: 2013/09/02 08:56

삼성전자는 2번, 애플은 1번. 두 회사가 '특허 전쟁'을 벌이는 동안 소송을 총괄하는 법무팀 수장이 교체된 횟수다.

30일 현재 지난 2011년 4월부터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특허소송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측이 초기 특허 소송전을 총괄해온 법무담당 임원들은 모두 퇴사해 자리를 옮긴 상태다. 향후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새로운 담당 임원이 회사의 특허 소송과 라이선스 협상에 유리한 입지를 위해 맞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해외법무팀장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과 소송을 지휘한 첫 담당자는 김현종 전 삼성전자 해외법무팀장(사장)이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진행했다. 이휴 유엔대사를 지내다 2009년 삼성전자에 합류, 2011년 4월부터 애플과 특허전 등 해외 지법인의 통상 분쟁과 각종 소송을 맡아왔다. 그는 2011년 12월31일자로 퇴사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1월1일 경영지원실의 김상우 컴플라이언스팀장(부사장)을 후임 해외법무팀장으로 앉혔다. 김 부사장은 검사 출신으로,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변호사 자격도 보유한 글로벌 법무 전문가다. 지난 2005년 입사 후 해외 법무를 맡아 굵직한 소송과 분쟁 해결을 주도해왔다. 지난 2010년부터 컴플라이언스팀장을 맡아 준법경영의 기틀을 다지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해외법무팀장을 곧 바로 다른 인물로 교체했다. 지난 14일 공시된 삼성전자 반기(45기)사업보고서 미등기임원현황에 따르면, 현 삼성전자 해외법무팀장은 이상주 전무(대우)다. 그는 김 부사장처럼 검사 출신이면서 미국변호사 자격을 보유했고, 지난 2004년 삼성화재 해외법무담당 준법감시인으로 그룹과 인연을 맺고 2008년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겨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우 부사장은 김현종 전 사장 후임을 맡은지 얼마 되지 않은 2012년 1분기중 다시 컴플라이언스팀장 자리로 되돌아간 듯 보인다. 2012년 1분기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뿐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던 쌍방소송의 전개와 결과가 빈번할 때였다. 불과 1~3개월만에 번복된 인사이동의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보고서상의 임원현황 내용에 잘못된 점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인사 시기와 배경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애플 특허라이선싱 및 전략담당 이사

애플의 경우에는 임원 변동 내역이 한결 간단하다. 회사는 지난 2011년 이후 소송전을 총괄해 온 보리스 텍슬러 특허라이선싱 및 전략담당 이사가 지난 6월 퇴사함에 따라 후임자를 제프 리셔를 맞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텍슬러는 1993년부터 2009년까지 16년간 HP에서 일했고 그 경력 마지막 3년간 회사의 지적재산(IP)라이선싱 담당 수석 매니징 디렉터였다. 그는 이후 2009년 6월부터 4년1개월간 애플에서 특허 소송전을 지휘했는데 최근 2년동안 삼성전자와의 법정공방을 이끈 책임자이기도 했다. 그는 퇴사 후 프랑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체 '테크니컬러'의 신임 사장을 맡아 지적재산개발업무를 담당케 됐다.

애플은 텍슬러 전 이사가 퇴사한 직후인 지난달 소송담당 이사를 맡아 온 제프 리셔를 후임자로 지목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의 이력을 보면 미국 LA 캘리포니아대 법대를 졸업후 1999년부터 법률사무소 지적재산권담당 사업체 등에서 일했고, 지난 2005년 입사한 제약회사 애보트에서 특허소송 자문위원을 맡았다. 이후 2006년부터 지난 6월까지 애플 소송담당 이사로 활동했다.

애플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 공식 발표되지 않은 부분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삼성전자-애플 법무팀, 어디서 어떻게 만날까

양사의 미국내 '법정공방'은 지난해 8월 24일 애플 손을 들어준 배심원 평결 후 소강 상태인 듯 보이지만, 각사 법무팀은 분주하다. 따라서 이상주 삼성전자 해외법무팀장과 제프 리셔 애플 특허라이선싱 및 전략담당 이사가 이끄는 양측 법무팀은 현재도 여유롭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삼성전자와 애플은 최근까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쌍방 제소한 특허침해 제품 수입금지 관련 대응을 이어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달초 애플에 불리한 미국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를 무마시키고 특허 라이선스 협상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압박할 수 있었던 수단 하나를 무력화한 셈이었다. 반독점규제를 강조해온 미국 정부의 표준특허권 남용 방지라는 명분이 동원됐다.

이와 반대로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10월까지 삼성전자에 불리한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할지 관건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 특허를 침해한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 금지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진단한다. 거부권 행사가 없을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ITC 판결에 항고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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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는 1심 평결의 후속 심리로 오는 11월 애플의 손해배상금 재산정 절차도 앞뒀다. 삼성전자 측은 손해배상규모를 산정하기에 앞서 애플 측이 주장하는 개별 특허들의 유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손해배상금 재산정 심리 일정을 늦추려고 시도중이란 분석이 있다.

한편 양측이 소송을 마무리한 이후 또는 진행중 상호특허사용계약(크로스라이선싱) 등 합의나 협상을 시도할 경우에도 각 법무팀 수장들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