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부사장 영입 中샤오미, 속셈과 전략

일반입력 :2013/08/31 07:25    수정: 2013/09/01 08:37

이재구 기자

‘안드로이드폰이면서도 아이폰과 똑같아보이는 앱을 갖춘 단말기를 파는 회사, 중국시장서 애플보다 스마트폰을 많이 판 회사, HW판매로 이익을 남기기보다 아마존처럼 인터넷서비스로 돈을 벌겠다는 회사, 웹사이트에 한번에 30만대의 스마트폰 물량을 내놓으면 몇분만에 매진되는 스마트폰 회사, CEO의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을 타계한 스티브 잡스처럼 하는 회사...’

29일 휴고 배라 구글 안드로이드 제품 담당 부사장이 샤오미글로벌 부사장으로 갔다는 사실을 구글플러스를 통해 밝히면서‘중국의 애플’ 샤오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샤오미를 ‘중국의 애플’로 부른 바 있다. 샤오미가 애플의 마케팅전략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외신들을 통해 구글의 안드로이드스타 휴고배라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뜨거운 관심의 초점으로 부각된 중국스마트폰 회사 샤오미(小米)의 ▲휴고배라 부사장 영입배경 ▲구글과의 전략적 유사점과 약점 ▲애플 제품 및 마케팅 전략과의 유사성 등을 조명해 보았다.

올해 43세인 레이 준 샤오미 공동창업자는 수십억달러의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신제품 발표회 때면 검은 셔츠와 블루진, 운동화를 신고 마치 생전의 스티브 잡스처럼 제품을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알리바바그룹, 바이두, 텐센트홀딩스 같은 회사를 꿈꾸고 있다.

최근 휴고 배라 구글 부사장의 샤오미행과 관련, 빈 린 샤오미 공동창업자가 구글에서 그와 함께 일한 적 있는 구글러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급성장하는 중국내수용 스마트폰회사 샤오미, 도대체 어떤 회사길래?

샤오미는 지난 2010년 창업, 올해로 3년 반 밖에 안된 회사다. 2천4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연간매출은 20억달러에 불과하다. 자사 제품을 중국,홍콩내에서만 판매한다. 미국의 대다수 스마트폰 소비자들은 그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회사다.

그럼에도 지난해 70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팔았고 올해는 그 두배인 1천400만대를 팔 계획이다. 노키아나 블랙베리가 매년 출하하는 양에도 한참 못미친다. 하지만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샤오미의 전략은 하이엔드스마트폰을 초저가로, 그것도 웹사이트에서만 파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이엔드스마트폰을 사실상 거의 마진이 없는 저가로 파는 이 전략은 샤오미를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차별화하고 애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샤오미는 다른 많은 중국스마트폰 제조업체와 달리 오프라인매장 판매, 저급품 스마트폰은 사양한다. 다른 중국토종 스마트폰업체들과 공통점이라면 초저가로 판다는 점뿐이다.

레이 준 CEO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값싼 휴대폰을 만들어 파는 여느 중국기업과 다르다.우리는 포춘500기업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중국인들이 여전히 애플과 삼성 제품에 강한 기호를 보인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엔가젯은 애플,삼성을 좋아하는 중국소비자들은 부를 과시하고 돈쓰기를 좋아하며 아마도 샤오미 제품 사용자들을 내려다 본다고 평가하고 있다.

■구글모방 “스마트폰 HW로 이익 안남겨”...서비스 주력

샤오미는 이처럼 최고의 스펙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온라인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혔다. 주고객은 학생과 매니아층이다.

빈 린 공동창업자는 올초 올씽스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정적으로 재료비 밖에 안되는 가격에 제품을 판다”고 말했다. 샤오미의 마이폰2S(듣기에 아이폰과 비슷하다)는 이 회사의 최신 주력폰이며 삼성의 갤럭시S4,HTC원과도 견줄 만한 스펙을 가진 제품이다. 그럼에도 삼성갤럭시S4의 절반값인 370달러 정도에 팔린다.

샤오미는 쥐꼬리만한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똑같은 휴대폰을 경쟁사보다 오랫동안 파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6개월마다 새로운 주력폰을 내놓는 경쟁사와 달리 똑같은 모델을 거의 18개월 동안 판다. 수익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해 주고 액세서리 판매기간도 늘릴 수 있다. 실제로 샤오미는 모토로라의 모토X처럼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품을 주문하면 다양한 뒷판과 액세서리 배터리까지 제공한다. 샤오미는 지난 2010년 창립돼 2011년 8월 처음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이듬해 8월에 두 번째 스마트폰 모델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했다. 한번에 30만대씩 판매하는 이 회사의 제품은 웹사이트에 올리기 무섭게 단 몇분 만에 팔린다. 광고비나 유통비를 들일 필요가 없다. 린빈 공동창업자는“샤오미에는 마케팅 예산이 없을 뿐더러 세일즈팀도 없고, 유통소매상에게 제품 인상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자랑한다.

린 빈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수익에 초점을 두어 회사를 성장시키기보다 고객서비스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모바일인터넷의 미래는 서비스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구글의 저가또는 무료로 경쟁력있는 제품을 제공하고 광고로 돈을 버는 구글의 모델을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샤오미의 이익 안나는 스마트폰은 트로이목마?

샤오미의 130달러짜리 새 스마트폰 홍미는 이 회사 웹사이트에서 불과 90초 만에 모두 매진됐을 정도로 인기였다. 770달러의 아이폰5, 470달러짜리 삼성 갤럭시폰에 비해 엄청나게 싼 가격이다.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 박리다매의 전형이지만 거기에는 전략이 숨어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판매보다는 온라인쇼핑과 게임을 통해 더많은 돈을 벌길 원한다. 지난해 90억달러에서 내년에 300억달러로 급성장할 중국 모바일인터넷사업에서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지난 2분기에는 최고 사양의 마이폰2S를 보조금없이 200달러에 팔았고 순식간에 매진됐다.

시장 분석회사 커낼리시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분기중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7위인 애플의 아이폰을 제치고 6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하지만 단말기는 이 회사의 인터넷사업을 하기 위한 트로이목마에 불과할지 모른다.

한 외신은 샤오미는 애플같은 단말기를 이용해 구글같은 전략으로 아마존같은 판매방식을 택하는 회사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샤오미는 현재 게임센터,온라인마켓플레이스,메시지앱 등을 포함하는 인터넷모바일플랫폼을 통해 매달 327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메시지앱은 텐센트의 인기소셜메시징앱 위챗을 위협하는 강력한 다크호스로 여겨지고 있다.

레이 준 샤오미 공동창업자는 연말까지 자체 생태계를 통한 온라인 서비스를 확대하면 이 분야의 매출이 매달 1억5천만달러씩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샤오미가 휴대폰을 파는 것은 아마존이 킨들을 파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말한다.레이 준 샤오미 CEO의 속셈은 구글처럼 더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확보해 광고매출을 늘이는 전략에 기반한다. 샤오미의 고스펙 저가 스마트폰은 이같은 구글방식을 통해 텐센트와 경쟁자들을 물리치기 위한 트로이목마로 여겨진다.

샤오미가 이런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넘어서야 할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텐센트의 소셜메시징앱 위챗은 중국인 스마트폰 사용자의 절반이 사용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는 전세계 방문객수 톱20에 드는 웹사이트다. 시나의 웨이보는 중국의 최대 마이크로 블로그사이트다.

■빈 린 샤오미 공동창업자는 구글러 출신...휴고 배라와 함께 일했었다

린이 샤오미를 일으켜 사업을 하기 전 구글에서 일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휴고 배라 구글 부사장 영입은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구글을 본뜬 샤오미의 전략은 유고 배라가 구글을 떠나 일할 회사로 샤오미행을 택할 만한 이유가 된다.

샤오미 서비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하드웨어에 엄청나게 다양한 커스터마이징된 안드로이드버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사람이 보기에 마이유아이(MiUI)로 명명된 샤오미의 운영체제(OS)는 안드로이드폰이라기보다는 애플의 iOS에 더 가깝다. 전통적인 안드로이드앱 드로어(drawer)대신 앱과 iOS를 닮은 메뉴,토글,아이콘으로 가득찬 옆으로 스크롤링하는 홈스크린을 제공한다. 마이유아이는 또한 사용자들을 샤오미의 클라우드 메시징,디바이스보안,백업기능 사용으로 이끈다.

글로벌화 요구에 직면한 이 회사의 최대 약점중 하나는 지금까지 오로지 중국어로 중국내 비즈니스만 해왔다는 점이다.

또 샤오미가 정례적으로 웹사이트에서 한번에 3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온 경험은 짝퉁제품들이 끼어들어 샤오미도 모르는 새 브랜드명성에 오점을 남겼을 수도 있다. 샤오미는 수요 증가에 따라 제품 생산을 늘리고 있고 중국정부와 짝퉁제품 단속에 나서고 있다.

샤오미의 글로벌 전략 전개상 약점도 있다. 그동안 중국어 웹사이트를 통해 보조금없는 휴대폰을 팔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고, 고객에게 보조금을 지불하는 약정판매에 의존하는 미국,유럽시장 진출시 약점이 될 수 밖에 없다. .

미국 캐나다 같은 나라에서 이통사와의 협력관계는 샤오미가 중국내 사업을 할 때와 다른 변수로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휴고 배라 부사장은 글로벌화를 통한 샤오미폰 확장의 선봉?

물론 샤오미는 글로벌화를 위한 예비 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미 홍콩과 타이완의 스마트폰시장에 진출해 있다. 이들 시장 환경은 중국 본토에서보다 서구시장에 훨씬더 가까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해 왔다.

샤오미는 홍콩,타이완시장에서 배운 것을 서구시장에 적용하게 될 전망이다. 만일 배라가 샤오미를 아시아권을 벗어나 전세계로 파급시켜 포춘500에 들고 싶다면 표절은 그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멀 것이다.

구글에서 일했던 린 샤오미 공동창업자는 29일 올씽스디지털과 가진 인터뷰에서 “배라는 제품 자체에 대해 잘 알고 어떤 제품이 전세계적으로 통할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사람은 지난 2011년 샤오미가 최초의 안드로이드폰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을 때부터 긴밀하게 일해 왔다.

린은 휴고 배라 부사장이 올해 안에 샤오미에게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많은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이 중국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길 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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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화웨이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회사로 꼽힌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스마트폰회사와는 거리가 멀다.

샤오미는 일단 홍콩과 타이완 소비자들로부터도 중국에서와 같은 빅히트를 기록해야 한다. 그렇게 될지는 아직 기다려봐야 한다. 이런 가운데 샤오미는 글로벌사업 확대 비전을 가지고 휴고 배라를 영입해 커다란 임무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