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탭-넥서스7, 왜 한국서만 맥 못출까?

일반입력 :2013/08/27 16:05    수정: 2013/08/28 16:19

정현정 기자

전 세계적으로 태블릿이 노트북을 위협하며 세력을 키우고 있지만 유독 국내 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과 달리 태블릿이 통신사를 통한 유통체계를 갖추지 못한 점과 킬러콘텐츠 부재로 인한 생태계 미비, 대화면 스마트폰의 인기 등 복합적인 요인을 배경으로 지적하고 있다.

27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태블릿 출하량은 총 126만대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다. 지난해 전세계 태블릿 출하량이 2억2천930만대로 전년 대비 58.8%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같은 기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대비 7.4% 성장한 것과 비교해도 역성장세가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태블릿 출하량이 조만간 노트북 출하량을 추월하며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스마트폰과 뚜렷한 차별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큰 한계는 유통과 마케팅 측면의 문제다. 국내 모바일 시장이 통신사 영업망을 중심으로 판매체계가 구축된 상태에서 대부분의 태블릿들이 셀룰러 통신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와이파이 전용 모델로 출시되면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구글코리아는 26일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태블릿 넥서스7 2세대를 국내 출시했다. 지난해 출시된 1세대 제품이 3개월이 지나서야 국내에 출시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1차 출시국에 포함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커졌지만 당분간은 와이파이 전용 모델로만 판매될 예정이다.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갤럭시노트8.0과 갤럭시탭3 8.0도 모두 와이파이 전용 모델로 출시됐다. 삼성전자는 해외 시장에서 갤럭시탭이나 갤럭시노트를 3G나 LTE 모델로 출시했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갤럭시노트10.1을 마지막으로 LTE 태블릿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산 제품으로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애플 아이패드 미니가 통신 기능을 탑재한 마지막 태블릿 제품이다. 통신사에서 와이파이와 LTE 모델로 동시에 출시한 제품의 경우에도 와이파이 모델 판매량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통신사들이 태블릿 출시나 보조금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통신사 입장에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은 단순히 제품을 받아서 차액을 남기는 단순 유통이 아니라 데이터 요금을 내는 고객으로 부터 창출하는 매출이 주수익원이지만 태블릿은 스마트폰에 비해 가입자당매출이 극히 낮다.

한 업계관계자는 스마트폰을 한 대 판매하면 월간 최소 몇 만원의 수익이 생기는데 반해 태블릿 이용자들은 대부분 테더링을 통해 데이터를 이용하거나 데이터 쉐어링 요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월 매출이 아예 무(無)이거나 1만원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통신사들이 태블릿 출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LTE나 3G 태블릿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셀룰러 기능을 갖춘 태블릿 제품 출시가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태블릿 사용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태블릿은 노트북과 달리 이동 중에도 쓸 수 있는게 장점이지만 통신사가 구축한 와이파이는 대부분 통신요금을 납부한 이용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집이나 사무실 등 고정된 와이파이존을 이용하거나 테더링을 이용해야하는 불편이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태블릿은 집 밖에서 사용한다고 해도 사무실이나 커피숍 등 고정된 장소에서 사용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스마트폰을 통해 짧고 짤막한 영상이나 실시간 콘텐츠를 소비하는 반면, 태블릿은 영화 등 실시간 시청이 필요없고 장시간 집중이 필요한 영상을 시청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데이터 사용이 제한되다보니 태블릿의 사용성이 동영상 시청 등 부수적인 기능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국내 이용자들이 대화면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것도 태블릿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해외에 비해 국내 사용자들은 5인치 이상 대화면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갤럭시노트 등 대화면 스마트폰을 쓰면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사용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만큼 굳이 태블릿을 추가로 구매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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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보니 태블릿용 콘텐츠 생태계 구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자책이나 동영상 콘텐츠 등 스마트폰과 차별되는 킬러콘텐츠가 부족한데다 이를 구매할 수 있는 스토어 환경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다보니 태블릿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한정된 상태다. 태블릿은 업무환경에서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도 부족해 비즈니스 시장에서 노트북을 밀어내는 것도 아직 힘이 달리는 모습이다.

업계관계자는 결론적으로 국내에서는 태블릿의 정확한 사용법(usage)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아직까지 태블릿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처럼 모든 이용자가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필수적인 IT 제품이라는 인식보다는 일부 매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