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미 성능 인플레이션 시작

일반입력 :2013/08/25 08:57    수정: 2013/08/25 12:26

스마트폰이 PC 단말기처럼 외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돌려 활용한다는 개념이 자리잡으면서 그 하드웨어(HW) 성능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까지 고급형 기기들은 PC처럼 CPU와 GPU, 램과 디스플레이 해상도 등 개별 부품의 고성능을 추구하는 분위기지만 앞으로도 지속될 흐름인지는 미지수다.

23일 현재 프로세서, 메모리, 저장장치 등 부품 제조사들의 주도로 독자적인 고성능 트렌드를 이어온 PC 제품들은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이나 게이밍 플랫폼 등으로 불리며 더이상 대중적인 시장으로 인식되진 않는다.

최근 화두는 성능의 월등함보다 '저발열'과 '저전력'에 맞춰졌다. PC 구조상 성능과 전력소비에 영향이 큰 프로세서의 제조사 인텔이 모바일로 옮아간 컴퓨팅 기기 시장 흐름에 대응한 결과다.

이는 주요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들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ARM 계열 프로세서 성능 강화 움직임과 맞물리는 형국이다. 삼성전자, 퀄컴, 엔비디아같은 ARM 계열 프로세서 제조사들이 쿼드코어를 대세로 삼았고 클럭수 높이기로도 경쟁 중이다.

이미 삼성전자 갤럭시S4, LG전자 G2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2GB 램과 2GHz에 근접한 멀티코어 프로세서 등을 품었다.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모바일용 D램 3G 용량 제품 양산에 들어갔고, 후발업체인 캐노니컬조차 최근 4G램을 탑재한 고사양 스마트폰 출시를 계획했다.

하지만 실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는 최신사양 기종이 아니라 이미 기존 출시된 제품들의 성능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스마트폰 고성능 트렌드를 주도하는 삼성전자 등 일부 업체가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한 선진 시장을 제외하면 굳이 소비자들이 고성능을 강조할 이유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개발업체 엔필의 윤형근 연구소장은 3D 그래픽을 적용한 게임은 GPU 가속을, 복잡한 CPU 연산이 필요한 게임은 높은 클럭 수치를 요할 수 있지만 그런 사례는 드물다며 갤럭시S3 정도의 대중적인 단말기 사양도 특별히 화려한 효과가 없는 게임을 돌릴 때 충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 1위인 삼성전자의 외부 소프트웨어(SW) 파트너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비즈니스 앱 개발업체 소속 연구원도 오피스 등 현존하는 업무용 앱들을 다루는 사용자들이 성능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한 경우는 없었다며 지금 대중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대부분의 스마트폰 단말기 사양이 회사가 만드는 SW를 돌리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익명의 운영체제(OS)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등 지역에서는 단지 평이한 성능의 휴대폰에 만족하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다며 현존 CPU와 램도 성능 면에선 아쉬울 게 없는데다 클라우드 환경이 진화할수록 단말기 자체에 대한 요구는 성능보다 경량화가 우세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애플 아이폰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 진영 단말기도 주류 안드로이드 제조사처럼 ARM 계열 프로세서를 쓰지만, 최신 제품 사양이 1GHz 초반 클럭, 1GB 램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치당화소(PPI)를 높이는 방식으로 고화질 디스플레이 흐름에 동참하긴 했지만 성능 강화 대열에선 한참 벗어난 상태다.

다만 현재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역할은 PC 제조사들에게 요구됐던 것보다 무겁다. 애플처럼 HW와 SW가 긴밀하게 통합된 제품을 개발해 성능 개선과 안정성 향상을 추구하는 단말기 제조사들이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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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관계자는 업계 현황에 대한 외부 진단에 대해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자체 프로세서와 최적화된 안드로이드OS개발 등 기술개발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체 프로세서 엑시노스 칩과 안드로이드 최적화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단 얘기다.

향후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단말기 시장에서도 현재 PC 시장에서처럼 HW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층과 그렇지 않은 이들간의 차이가 두드러질 수 있다. 아직 고사양을 요하는 모바일용 게임이나 3D그래픽 콘텐츠 등을 위한 한계가 실험되고 있다. 이 상황이 곧 뒤집힐지 PC 성능을 따라잡는 순간이 먼저 올 것인지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