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길 한림포스텍 회장 “선 없는 세상이 미래다”

정춘길 한림포스텍 회장

일반입력 :2013/08/21 10:15    수정: 2013/08/21 11:06

봉성창 기자

스마트폰을 쓸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편 중 하나는 배터리 사용 시간이다. 배터리 집적 기술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사람들은 그 이상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좀 적당히 쓰라는 타박은 임시방편일 뿐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이는 진보된 기술의 몫으로 돌아간다. 가령 무선 충전과 같은 것이 좋은 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도 전부터 일찌감치 이 무선 충전 기술에 주목한 회사가 있다. 국내 최초로 독자 기술로 배터리팩을 개발해 주목받은 한림포스텍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춘길 한림포스텍 회장은 한참 배터리 셀 사업이 주가를 올리던 2002년 한 가지 엉뚱한 생각을 한다. 휴대폰이나 MP3플레이어와 같은 전자기기를 무선으로 충전한다면 더욱 편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불과 10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생각은 대학 연구소에서나 다뤄 질법한 논문과제일 뿐 이를 실제로 제품화 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전기를 마치 전파처럼 무선으로 전송 한다니까 하나같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듭디다. 난 무조건 된다고 봤어요.”

정 회장은 전 세계를 돌며 무선 충전과 관련된 기술 및 기업들을 직접 만나고 다니면서 기술 개발에 매진했고 불과 4년 만인 지난 2006년 일본 산요, 아스카와 함께 세계 최초로 무선충전 주문형반도체(ASIC) 개발에 성공했다. 또 지난 2009년에는 여러 대의 전자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멀티 제어 기술까지 확보했다.

이러한 기술력은 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국제무선충전표준협회(WPC)에 가입해 불과 1년 만에 정규 회원사가 된 것도 소니, 노키아, LG전자 등 내로라 하는 글로벌 대기업 틈 바구니 속에서도 오로지 기술력 하나 만을 믿은 결과다.

WPC가 정한 Qi(치, 氣) 규격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무선 충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갤럭시S3 LTE나 갤럭시S4에도 이러한 무선충전 단자가 준비돼 있다. 애플도 무선 충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포스텍 역시 Qi 규격을 기반으로 국내 제품을 내놨다. 일찌감치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좀 더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편리한 무선 충전기기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에 출시시기를 다소 늦췄다. 무선충전패드와 기기 사이에 이물질을 감지해 자동으로 과열을 막아주는 기능이나 패드에 기기를 똑바로 올려놓지 않아도 충전이 이뤄지는 등 차별화 된 기능이 더해졌다. 마지막으로 이토스(etoss)라는 새로운 브랜드도 달고 진지하게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 비중은 아주 높은 반면 무선 충전은 오히려 굉장히 대중화가 늦어지고 있어요. 일본처럼 대형 제조사나 이동통신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정 회장은 인터뷰 도중에도 계속 이토스 시연을 보이며 무선 충전이 얼마나 편리한 지를 수 차례 강조했다. 일단 올려놓기만 하면 그 후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배터리를 끊임없이 충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Qi 규격을 지원하는 모든 무선충전 기기는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점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어졌다.

“일단은 스마트폰용 무선 충전패드에서 시작해서 다음 단계로 자동차용 무선충전기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자동차 메이커와도 이야기가 잘 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탁자와 같은 가구에 무선충전 기능을 도입해 스마트 오피스 환경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 생각입니다.”

정 회장은 무선 충전 기술을 그저 단순히 신기한 액세서리에 들어가는 편의 기능 정도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무선충전 기술이야 말로 전 세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줄 미래 기술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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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충전패드 위에 스마트폰을 2~3cm 가량 딱 붙여야 충전이 이뤄지는 걸음마 단계지만 나아가 수십미터 이내에서 무선 충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리 무선 충전 기술이 발달되면 집안 내 선이 모두 사라지며 자연스럽게 스마트 그리드가 구축된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수십만 km 혹은 그 이상의 거리에서도 송전이 이뤄지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24시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가 에너지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정 회장은 굳게 믿고 있다.

“100여년 전 테슬라가 무선 송전 기술에 대한 이론을 정립한 이후로 1961년 마쯔시다에서 세계 최초로 무선 충전이 가능한 전동칫솔이 나왔습니다. 불과 100년도 안 걸린 일입니다.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기술은 언젠가 이를 가능하도록 만듭니다. 그동안 수없이 경험하지 않았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