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만화 이유 궁금해? 궁금하면 5천원"

일반입력 :2013/08/16 16:12    수정: 2013/08/16 16:14

남혜현 기자

나이를 거꾸로 먹게 만드는 전시가 열렸다. 단언컨대, 아이 손을 잡고 전시를 찾은 부모가 더 좋아할 공간이다. '추억 돋는 즐거움'을 제공할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오는 18일까지 4박5일간 열린다.

'이야기의 비밀'이란 주제로 열리는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전시 이틑날인 15일에 찾았다. 장소는 지하철 7초선 삼산체육관 역에 위치한 한국만화박물관. 입장은 무료지만, 5천원의 관람료를 내면 즐길거리를 더 챙길 수 있다.

O…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추억의 만화들을 표지나마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빛 바랜 표지 컬러에서 아련한 추억이 묻어 나온다.

O…하늘 높이 날아라 전시장 바깥에 설치한 트램블린 위에서 안전장치를 한 어린 아이가 하늘 높이 뛰고 있다.

O…아름다운 가게에서 마련한 중고 책 매매 장소. 한 아이가 상자 속에서 만화 책을 골라 보고 있다.

O…전시 부스에는 이두호, 이현세, 윤태호, 김형배, 시니&혀노 등 인기 만화가들이 작품의 발상부터 완성까지 자신이 어느 부분에 방점을 두고 작업하는지를 소개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O…이현세 작가가 삼국지 작업 시절 그린 콘티. 콘티마다 작가의 스타일이 다른데, 이현세 작가는 인물 표정과 동작, 대사까지 꼼꼼하게 적어 놨다.

O…'황색탄환'을 그린 김형배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며 참고한 서적들. 황색탄환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무형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인간성을 잃고 혼탁해지는 휴머니즘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O…작가들의 펜, 펜, 펜. 손 때가 묻은 펜 대와 잉크가 깊이 배인 펜 촉에서 만화가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디지털로 작업한 천계영 작가는 자신의 펜으로 마우스를 출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O…최장수 연재 만화자 시사 만화인 '고바우 영감'. 김성환 작가가 50년간 그렸다. 네모난 얼굴에 큼지막한 안경을 쓴 고바우 영감은 많은 이들에 친숙한 시사 만화 캐릭터다.

O…와글 와글. 땡이네 만화가게 안엔 부모들의 추억이 녹아 있다. 단언컨대, 땡이네 만화 가게 앞을 서성인 부모들은 아이들보다 더 설레는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O…이제 그만 가야지 한 페이지만 더 읽으면 돼요 아이들이 만화에서 눈을 떼질 못한다. 시끄러운 전시장 안에서도 아이들은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는 듯, 그림 한 컷 대사 하나에만 집중했다.

O…전쟁이 끝나고 궁핍한 시절에도 만화를 보는 사람은 있었다. 이 길거리 좌판은 지금으로 따지만 만화 대여점. 가난한 우리 부모들은 길거리에서 만화를 빌려 보며 삶의 곤궁을 잊곤 했다.

O…2005년 타계한 고우영 선생 특별관도 전시장에 마련됐다. 한국 성인 극만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고우영 선생의 작품들은 지금도 꾸준히 읽힌다.

O…고우영 선생이 '추동성'이란 필명으로 활동하던 시절 출간한 '도술삼형제'다. 1965년 초판본으로, 나중에 '소년중앙'에 '거북바위'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O…만화 검열이 있던 시절. 시녀들의 나체 장면 등이 비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수정돼 있다. 그림 속 여성의 가슴이 검은색으로 먹칠 돼 있거나 칼로 오려져 있는 모습 등을 볼 수있다. 작품은 고우영 선생의 삼국지.

O…보물섬을 기억 하시나요? 1982년 처음 발간됐으니 올해 나이로 32살이다. 30대 청년층은 어린 시절을 보물섬과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큐점프, 영챔프, 윙크 등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만화 잡지들을 다시 만나보는 재미가 쏠쏠하다.O…만화책과 캐릭터, 체험부스가 가득한 전시장 한 켠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한 공간이 마련됐다. 어느 동네에선 '땅 따먹기', 또 다른 동네에선 '1,2,3,4'로 불리던 게임에 아이들이 푹 빠졌다. 아이들이 이렇게 잘 뛰어놀았던가.

O…만화인 명예의 전당. 나무를 이룬 퍼즐마다 만화가들의 대표 캐릭터와 사인이 담겼다. 불청객 시리즈의 영탄이(고행석 作)부터 마음의 소리 조석(조석 作)까지 세대를 아우른 만화 캐릭터를 한번에 볼 수 있다.

O…만화 축제에 빠질 수 없는 코스프레. 공주 캐릭터 분장을 한 이들이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O…만화가의 머릿 속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모든 만화가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지야 않겠지만, 요즘 시대 단면을 잘 표현해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줬다.

O…'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작가 '훈'이 사인회를 가졌다. 사인회 시작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만화에 이어 영화까지 흥행하면서 작가의 인기도 크게 올랐다.

O…프랑스 그래픽 노블 부문에서 주목받는 신예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도 사인회를 가졌다. 그는 2009년 <염소의 맛>으로 앙굴렘 세계 만화 페스티벌에서 '올해의 발견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론 '폴리나'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 등이 있다.

O…철인 캉타우를 모티브로 한 만화경 속을 들여다보는 어린이 관람객. 화면 안으로 빨려들어갈 듯 집중한 모습이 귀엽다.O…가장 유명한 한국 감독, 살인의 추억-괴물-마더에 이어 또 한번의 흥행작을 내놓은 봉준호 감독도 '셀카'를 즐긴다. 함께 사진에 나온 이는 <설국열차> 원작자인 장마르크 로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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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곳곳에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은 아이들이 직접 만화를 그려볼 수 있도록 준비된 공간이다.

O…전시 첫날,평일임에도 불구하고 9천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예년의 두배가 넘는 성적이다. 광복절인 15일엔 전시장에 발디딜 틈도 없이 관람객이 성황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