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차이나모바일-도코모 업고 "삼성 나와"

일반입력 :2013/08/17 08:41    수정: 2013/08/18 08:31

정현정 기자

올 가을 세계 스마트폰 시장 판도가 또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신흥 시장을 겨냥한 보급형 아이폰으로 반격에 나선다. 최근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 포화가 한계로 지적되는 가운데 보급형 아이폰이 어떤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여기에 애플이 그 간 고수하던 전략을 바꿔 중국과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것도 두 회사 간 진검승부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애플과 7억4천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 간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NTT도코모 역시 아이폰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궈화 차이나모바일 회장은 15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현장에서 “(아이폰 출시를 위한)애플과 협상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현실적인 사업과 기술 문제가 아직 존재하지만 양측 모두 열의를 가지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혀 아이폰 출시가 임박했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같은 날 일본 산케이신문은 NTT그룹 계열사인 NTT커뮤니케이션즈가 심프리(SIM Free) 버전의 아이폰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NTT도코모의 아이폰 도입 가능성이 또 한 번 거론되는 상황이다. 경쟁사인 KDDI와 소프트뱅크가 아이폰으로 재미를 보면서 가입자 이탈이 이어진 가운데 그동안 NTT도코모는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아이폰을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동안 애플은 주요 국가의 1위 통신사업자들에 아이폰을 공급하지 않아왔다. 보조금 문제와 글로벌 단일 서비스 전략 등에서 이동통신사 요구와 상충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중국에서 2·3위 사업자인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 통해서만 아이폰을 판매했으며 일본에서도 KDDI와 소프트뱅크에만 아이폰을 공급했다. 국내에서도 2위 사업자인 KT를 통해 먼저 아이폰 판매를 시작했다.하지만 최근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은 물론 전세계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율은 4.8%로 1위인 삼성전자(17.6%)는 물론 중국의 신생 업체 샤오미(5%)에게도 밀리며 중국 시장 공략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7천6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시장점유율 33.1%로 1위를 지켰다. 반면 애플은 같은 기간 3년 만에 최저 수준인 13.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본진인 북미시장에서도 지난 2분기 35.2%의 점유율로 첫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 내 아이폰 점유율이 줄어드는 등 중국 내 아이폰 프리미엄은 이미 상당히 희석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이 중국 시장을 발판삼아 중저가 아이폰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시급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애플의 대응도 가시화되고 있다. 팀 쿡 CEO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을 극비 방문하는 등 올해에만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하며 시궈화 회장을 만나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애플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데에는 중국 시장의 63%를 점유한 최대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에 아이폰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로 꼽혔다. 곧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애플의 저가형 아이폰 ‘아이폰5C’도 중국 등 신흥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시장에서도 그동안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며 이동통신사와의 관계에서도 우위를 가져가던 애플의 전략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애플과 차이나모바일의 협력과 보급형 아이폰 출시가 시장에서 상당한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분석되면서 올 가을 이후 삼성전자와 애플의 대회전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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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각에서는 애플의 전략 변화가 시장에 생각만큼 큰 위력을 떨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내에서 아이폰의 프리미엄이 약화되고 있는데다 차이나모바일이 애플의 기대만큼 아이폰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차이나모바일과의 협력과 보급형 아이폰 발표로 점유율 확대 효과는 있겠지만 그동안 애플과 이동통신사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차이나모바일이 아이폰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 내 LTE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사들의 공략도 계속되는 만큼 삼성과 애플 양사의 경쟁구도 보다는 애플이 다른 중국 제조사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게 먼저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