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설국열차, 후속작 만든다면..."

일반입력 :2013/08/16 12:10    수정: 2013/08/16 15:36

남혜현 기자

설국열차가 시리즈로 이어진다면, 프리퀄로 가고 싶다. 윌포드가 기차를 만들던 시절, (영화속 성자) 길리엄이 자신의 팔을 잘라 내어줄 때를 클라이막스로 하는 꼬리칸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어떤 다른 감독님이 잘 해주시지 않을까?

영화 <설국열차>가 1천만 관객 고지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봉준호 감독이 만화 <설국열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15일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설국열차> 원작자인 장 마르크 로셰트, 뱅자맹 르그랑과 함께 스페셜 대담 게스트로 참석해서다.

봉준호 감독은 대담 사회자인 김병수 목원대 교수가 영화 <설국열차>를 만화 시리즈의 4편으로 보고 후속작을 만든다면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묻자 프리퀄로 만들고 싶다며 이같이 답했다. 프리퀄은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을 말한다.

만화 <설국열차>의 원작을 그린 장마르크와 시나리오를 쓴 뱅자맹은 이날 완성된 영화 <설국열차>를 봉준호 감독과 함께 처음 봤다. 두 사람은 원작에 충실했다며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뱅자맹은 시나리오를 다 알면서도 서프라이즈가 계속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짝 울었다. (눈물을 흘린게) 부끄럽지 않다. 너무나 마법같은 영화였다며 소감을 밝혔다.

장마르크도 촬영 현장에도 가보고 해서 영화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각색을 거쳤음에도 원작 스토리에 충실했다는 점에 특히 놀랐다.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라고 뱅자맹의 말에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자리에서 원작 <설국열차>를 처음 봤을 때, 그리고 원작자들과 만나고 함께 일해 본 소감 등을 밝혔다.

그는 2005년 홍대 앞 만화 서점에서 <설국열차>를 처음 봤고 매혹이 되서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라며 2006년 깐느 영화제에서 뱅자맹을 봤는데, 괴물을 보고 뭐 이런 감독이 우리 만화를 영화로 만든다고 해라고 할까봐 떨리고 긴장했는데 다행히 좋아하더라라고 당시 소감을 털어놨다.

원작을 영화로 만들면서는 연재 만화를 '두 시간·기차 안'이란 한정된 시·공간에서 풀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지만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두 시간이나 일직선 밀폐 공간에서 촬영하는 것이 어렵기도 했지만 하나의 매력이기도 했다. 그게 또 날 미치게, 흥분하게 하는 요소기도 했고 원작에 끌리게 한 것이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대담 주인공들의 공통점인 '만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봉준호 감독은 스스로 만화광이라 일컬으며, 어릴적 소년중앙잡지에 연재됐던 <아스트릭스>를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최근작으로는 최규석 작가가 그린 <습지생태보고서>, 박건웅 작가의 <노근리 이야기> 등을 언급했다. 좋아하는 작가로는 최규석, 박건웅 외에도 앙꼬, 김한조, 권영득 씨 등을 꼽았다.

<설국열차> 원작자들에 한국 만화를 직접 사보라 권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파리 생제르망 거리에 갈 때마다 들리는 만화 가게가 있다. 프랑스 그래픽 노벨, 일본 망가 옆에 정확한 발음으로 '만화'라 쓰인 코너가 있고, 한국 만화들이 프랑스어로 번역돼 있다라며 가기 가서 (한국 만화를) 사서 보라고 말했다.

자신의 영화 중 만화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느냐는 질문엔 <플란다스의 개>라 답했다. 그는 극장서 흥행이 안 된 작품이라 만화책이라도...라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 만화가들, 만화가 지망생들에 대한 응원도 했다. 장마르크 작가는 프랑스를 빗대 말하자면 만화가는 굉장히 열정을 가지고 해야하는 어려운 직업이라며 만화가로 성공하기 위해선 열정과 확신을 가지고 오래 노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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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자맹은 만화도 영화랑 비슷하다. 어떤 좋은 작품을 하나 만들려면 좋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좋은 만화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첫째도 좋은 이야기, 둘째도 좋은 이야기, 셋째도 좋은 이야기다라고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이기 이전에 만화 팬으로 말하자면, 80년대 그린 <설국열차> 파트1과 십여년 후 그린 <설국열차> 파트2, 파트3의 장마르크 그림체가 완전히 달라졌다라며 가수로 치자면 창법이, 감독으로 치자면 연출법이 달라진 것인데 그 변화가 마음에 와닿았다라며 창작자로서 만화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