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ITC 판결 D-1, 애플 비장의 카드 있다

일반입력 :2013/08/08 16:22    수정: 2013/08/08 17:36

삼성전자가 미국서 제품수입금지를 당할 수도 있는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을 앞둔 가운데, 소송 상대인 애플이 모토로라와의 법정싸움을 통해 얻어낸 특허를 무기삼아 추가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만약 삼성전자가 ITC로부터 유리한 최종 판결을 받게 되더라도, 애플은 또 다른 압박 수단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이다.

오는 9일(현지시각) 美 ITC는 삼성전자 제품의 애플특허 침해 여부를 판결할 방침이다. 예비 판정에서 침해가 인정된 애플 상용 특허 4건중 1건이라도 다시 침해가 인정될 경우 구형 갤럭시 제품의 수입이 금지된다. 이는 ITC가 당초 지난 1일로 예정된 판결 기일을 조사 기간 연장 명목으로 미룬 것이다. 또다시 판결을 늦출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1년 6월말 ITC에 애플 제품에 대해 수입 금지를 신청했다. 이후 삼성전자 표준특허 침해를 인정한 판결이 지난 6월 하순 나왔다. 수입 금지 대상에 든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은 아직 시판중이라 애플 쪽 타격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오바마 행정부가 검토기간 만료에 임박해 발동한 거부권으로 위기를 면했다.

이번 ITC 판결은 애플이 지난 2011년 7월초 신청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요청에 따른 것이다. 수입 금지는 특허침해 판결이 나온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검토기간 60일 이내에 묵인 내지 승인할 경우 발효된다. 삼성전자가 수입 금지를 당하더라도 대상 제품인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넥서스, 갤럭시탭10.1 등은 출시된지 오래돼 직접 타격은 작을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삼성전자 입장에서 ITC 판결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느라 속내가 복잡하다. 단순한 경우의 수로 ▲애플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인정될 경우 ▲특허를 침해했다고 인정됐지만 애플처럼 오바마 행정부의 거부권으로 수입 금지까지 당하진 않을 경우 ▲특허를 침해했다고 인정되고 오바마 대통령 승인에 따라 수입 금지까지 당할 경우, 3가지 시나리오가 갈리는데 겉에 보이는 득실차보단 향후 미칠 파장이 달라진다.

이는 양측의 특허 분쟁의 이해관계가 ITC 특허침해 판결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서로 주장해온 특허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소재를 가리고 규모를 산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특허 로열티 관련 합의를 위해 협상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당장 삼성전자는 애플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만한 변수만 남겨둔 상태다.

■삼성전자, 애플처럼 ITC '최종판정 번복' 기대

우선 ITC 판결로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내 수입 금지가 발효되면, 향후 법정싸움에서 삼성전자의 주장을 약화시키고 애플과의 합의 과정에서도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여지가 있다.

만약 ITC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 애플 특허 침해 판결을 내리더라도, 애플처럼 60일 이내에 대통령의 거부권을 이끌어내 수입 금지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 ITC에서 제품 수입금지를 유도하기보다 지역내 법정싸움이나 양측 합의를 권장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엔 향후 협상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여전히 표준특허 권리를 주장하고 애플 역시 상용특허 침해 배상을 요구하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선 삼성전자가 가장 원할만한 최종 판결 시나리오는 지난해 10월 애플 특허 4건을 침해했다는 예비 판정을 뒤집는 비침해 결론이다. ITC가 지난 3일 최종 판결한 애플 제품의 삼성전자 특허 침해도 지난해 9월 예비 판정을 뒤집은 결과다.

그런데 애플은 이번에 삼성전자 제품에 특허를 침해당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다시 삼성전자를 상대로 별도의 특허 공격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서 애플이 터치스크린 관련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모토로라를 제소했다가 패소한 ITC 판결을 7일(현지시각) 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심으로 '뒤집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애플, 비장의 터치스크린 특허로 재장전

이날 애플과 모토로라 소송을 맡은 항소심 법원은 ITC에 애플 특허 2건에 대한 유효성과 모토로라 제품의 특허 침해여부를 재심리토록 명령했다. 애플은 이로써 자사 터치스크린 관련 특허를 침해한 모토로라 최신제품(모토X)을 제외한 드로이드 시리즈를 미국에 수입하지 말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이 모토로라를 상대한 ITC 특허소송에서 이번 판결로 침해여부와 유효성을 재심리할 수 있게 된 터치스크린 관련 특허 2건((미국특허 7,812,828번, 7,663,607번) 가운데 하나는, 지난 5일 미국 특허청에 익명으로 재심사 청구가 접수된 2건(미국특허 7,920,129번, 7,663,607번) 중 1건이다.

앞서 애플은 이 2건을 삼성전자와의 소송 초기에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철회한 바 있다. 현재 애플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향후 진행할 다른 소송을 통해 7,663,607번을 포함한 이 터치스크린 관련 특허 3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애플과 모토로라의 특허소송 소식을 전한 독일 특허전문블로그 포스페이턴츠의 운영자 플로리언 뮬러는 이 판결에 따라 애플은 삼성전자와의 초기 소송중 임시로 거둔 해당 특허의 권리를 다시 주장할 수 있게 됐다며 삼성전자는 의심할 여지 없이 큰 우려를 품고 이 항소를 지켜봐 왔고 오늘 판결이 매우 불만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변호를 의뢰중인 로펌은 '퀸임마뉴엘'이다. 이곳은 애플을 상대로 패소한 모토로라의 소송을 담당 중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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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3일 ITC 판결을 뒤집은 오바마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자사 표준특허 권리를 주장하기에 얼마간 제약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도 표준특허 침해에 따른 주장이 먹히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애플처럼 상용특허 침해를 근거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송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라며 ITC 판결이 나와 봐야 뭔가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