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아이폰 美 수입금지 D-1…변수는?

일반입력 :2013/08/02 09:31    수정: 2013/08/02 12:43

오는 3일(현지시각) 미국서 아이폰4를 포함한 구형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여부가 결정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6월 4일 일부 애플 제품들이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외 생산된 해당 모델의 수입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백악관에 이를 건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ITC 최종 판결 후 60일 이내, 오는 3일까지 그 내용을 승인하거나 거부해야 한다. 승인할 경우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은 미국내 반입이 금지된다. 그가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영향을 줄만한 변수는 자국 경제에 영향력이 큰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선처, 다른 산업계 이해관계자들의 청원, 2가지로 압축되지만 둘 다 대통령이 ITC 판결을 뒤집을 것이라 기대하긴 어려운 내용이다.

일단 애플은 지난 5월 미국 상원을 통해 불거진 조세회피 의혹을 떨치지 못했다. 당시 상원 상임조사위원회는 애플이 세금 납부를 피하려고 국외 보유자금 1천20억달러를 운용 중이며 미국서 발생한 순익 수십억달러를 법인세 2% 이하인 아일랜드 지역 법인으로 옮겼다고 지적했다.

이와 별개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삼성전자 파트너, AT&T와 버라이즌같은 현지 통신사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통령이 ITC 판결을 뒤집을 결정적 요소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일은 25년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사례가 마지막이었다. 그는 지난 1987년 삼성에서 만든 메모리칩에 대한 수입을 금지한다는 ITC 결정을 뒤집었다.

수입 금지를 당할 수 있는 애플 제품에 아이폰4, 아이폰3GS, 아이폰3G, 아이패드2, 아이패드가 포함돼 있다. 대부분 더 이상 정식 판매되지 않고 있지만 아이폰4는 아이폰4S, 아이폰5와 함께 여전히 판매 중이다.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5를 주력 프리미엄 기종으로, 2011년 선보인 아이폰4S를 중가 보급형으로, 2010년 내놓은 아이폰4를 저가 내지 공짜폰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수입 금지가 발효될 경우 애플 입장에선 이런 3등급으로 분류한 아이폰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애플은 지난달초 ITC에 아이폰 수입금지 결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ITC에 제출된 문건에 따르면 애플 측은 (수입 금지 발효시) 모든 부문별 애플 제품의 제공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입문자용 제품 구매자를 고객으로 포섭할 기회를 빼앗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는 갤럭시 브랜드를 통해 프리미엄 단말기부터 초저가 모델까지 매년 수십가지 모델을 각 지역별로 출시한다. 시장조사업체들의 통계에서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마진이 떨어지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항상 상대를 압도하는 배경이다.

그간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공통되게 소수의 단말기만을 선보이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높은 이익율을 쌓아올리는 것에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업계서는 이런 고급화 전략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와 수익성 압박을 받게 됐다고 진단이 나왔다. 이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 성장 둔화와 애플의 저가 아이폰 단말기 출시가 필연적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를 방증하듯 애플이 올해 아이폰5S일 것으로 추정되는 차세대 고사양 전략폰과 함께 플라스틱 케이스를 쓴 저사양폰 '아이폰5C'를 준비해온 정황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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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지난달 하순 4~6월 실적을 발표하며 올가을 신제품 출시 계획을 암시했다. 애플이 실제로 저가 아이폰을 준비중이라면 아이폰4 단말기 수입 금지 발효에 따른 타격은 줄어들 수 있다. 업계는 그 시점이 예년처럼 9월일 것이라 기대 중이다.

어쩌면 애플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간 이후 항소를 준비중인지도 모른다. 앞서 애플이 대통령에게 최종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청원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항소법원에 항소함으로써 최악의 사태를 피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 6~12개월이 걸리는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가처분 명령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폰4의 위치를 루머로 떠돌고 있는 신형 저가 아이폰으로 완전히 대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