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업계 '시스코·델 x86'으로 헤쳐모여

일반입력 :2013/08/02 08:45

송주영 기자

하드웨어 업계가 델, 시스코를 중심으로 뭉쳤다. 스토리지, 서버 등 하드웨어 업계에서 델, 시스코에 구애한다. 델, 시스코는 서버 시장에서 각각 6위권 내에는 드는 업체로 x86 서버로는 강세를 보인다. 동시에 토털 솔루션으로 스토리지, 유닉스 시장에서는 경쟁을 하지 않는 업체들이기도 하다.

하드웨어 업계는 경쟁관계를 피하며 어플라이언스를 구성하면서 델, 시스코와의 제휴를 적극 추진했다.

지난달 오라클은 x86 분야에서 델과의 협력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제휴 내용은 양사 모두 밝히지 않았으나 빅데이터 분야가 될 전망이다. 양사의 어플라이언스 모델 발표도 예상됐다.

시스코는 스토리지 업계에서는 제휴 1순위다. 넷앱, EMC 등이 시스코의 UCS 서버와 어플라이언스 모델을 출시했다.

양사는 아군에 힘입어 시장에서도 선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서버 6위권 업체 중 매출 성장을 기록한 곳은 시스코, 델 뿐이었다. 시스코는 지난 1분기 x86 블레이드 서버 시장에서 2위까지 올라갔다.

■토털 솔루션 업체 많다보니…

글로벌 하드웨어 시장의 강자라고 하면 IBM, HP다. 서버 시장 1, 2위 업체인 이들은 제휴도 많이 추진할 법하지만 이들은 하드웨어 분야 제휴에서는 소외됐다.

IBM은 원천기술 개발 등에서는 삼성전자 등과도 협력을 한다. 반면 완제품, 마케팅 협력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기업용 IT 솔루션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며 독자 노선을 추구한다.

IBM과 달리 HP는 제휴라고 하면 빠지지 않는 업체지만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아니다. 소프트웨어쪽에 치우쳤다.

HP가 소프트웨어 제휴에 적극 나서게 된 것에는 배경이 있다. HP도 한때 IBM과 같은 토털 솔루션 업체를 꿈꿨다.

HP는 2000년대 초반 미들웨어 사업에 진출하며 소프트웨어 시장 진입을 노렸던 HP는 결국 시장 확산에 실패했다. 이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관리 소프트웨어만 남기는 대신 여타 인프라는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공급했다.

HP의 제휴 전략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했던 업체가 2000년대에는 오라클이었다. HP는 오라클 소프트웨어와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시스템을 구축, 시장을 공략했다. 양사의 관계는 지난 2009년 오라클이 썬을 인수하면서 끝났다.

HP는 오라클과의 협력을 끝낸 후 SAP 등과 협력을 강화했다. HP는 오라클의 경쟁사인 SAP HANA 기반의 하드웨어 제품을 가장 많이 파는 업체다.

HP의 제휴는 소프트웨어에 한정된다. 하드웨어로 넘어가면 다르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분야 모두 제품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업계에서는 HP가 경쟁해야 할 대상이지 협력을 맺을 만한 상대는 아니다.

■시스코·델 x86 기반으로 뭉쳐

시스코, 델은 다르다. 시스코는 스토리지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서버는 공급하지만 스토리지는 없다. 넷앱의 어플라이언스 모델인 플렉스팟, EMC의 브이블록 등은 모두 시스코 기반의 UCS서버다.

x86 시장은 클라우드와 함께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부각됐다. 스토리지 업체는 x86 제휴사로 시스코에 큰 관심을 가졌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스토리지 업계에서 제휴 문의가 많이 온다”며 “스토리지에서 경쟁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시스코는 서버 시장 진출 후 스토리지에도 진출하겠냐는 업계의 추정이 나오자 강하게 부정했다. 존 챔버스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도 “시스코는 스토리지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델도 시스코와 마찬가지다. 델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모두 갖췄지만 시장이 한정됐다. 로엔드 중심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델은 x86만 전문으로 하고 유닉스는 없다.

델이 오라클과 손잡을 수 있었던 점도 전면적인 경쟁대상으로 여기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오라클이 델과 어떤 방향으로 협력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다. 델코리아 관계자는 “오라클과의 제휴는 손을 잡았다는 정도만 알려졌다”며 “아직 지사에는 전달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오라클 역시 델코리아와 같이 본사로부터는 들은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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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코리아는 연말이 되면 오라클과의 협력 방향이 구체적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신에서 나왔던 대로 빅데이터에서의 x86에서의 협력 정도로만 추정했다.

오라클은 델과 손은 잡았지만 자체 어플라이언스 모델을 꾸준히 확대한다. 오라클은 DBMS, 하드웨어, 스토리지 중심인 엑사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공급한다. 엑사데이터 역시 x86 제품이다. 오라클은 직원들이 엑사데이터 계약을 체결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