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굿바이, 한게임" 뜨겁게 안녕

일반입력 :2013/08/01 13:38    수정: 2013/08/01 15:51

남혜현, 이유혁 기자

네이버와 한게임이 각자의 길을 간다. 지난 2000년, 포털과 게임 공룡이 한솥밥을 먹기 시작한 지 13년만의 일이다.

1일 NHN은 이사회를 열고 네이버주식회사와 NHN엔터테인먼트의 분할을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네이버의 연결대상 자회사 수는 25개로 줄었다.

분할에 따라 NHN의 주식거래는 지난달 30일부터 중지됐다.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9일에 각각 변경 상장, 재상장될 예정이다.

업계는 네이버와 한게임의 분할을 당연한 수순으로 본다. 포털과 게임을 합쳐 국내 최대 IT 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온갖 규제 이슈로 뭇매를 맞았다. 각 부문이 유기적 통합이 되지 않고 겉돌았단 평가를 받았다.

양측은 인적분할로 몸통을 가볍게 만들어 모바일 시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주식회사는 라인과 캠프 모바일을, NHN엔터테인먼트는 자체 모바일 게임 개발을 주력으로 한다.

네이버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잇는 플랫폼으로, 한게임은 그 플랫폼 위에 얹을 콘텐츠 개발에 집중한다. 그럼에도 모바일 게임을 둘러싼 시장에서 양사는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 네이버가 네이버 게임을 가져가는데다, 자체 모바일 게임 역시 출시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가능성도 열린 셈이다.

■네이버 '라인-캠프모바일' 키운다

분할 후 NHN은 포털 및 글로벌 모바일 사업에 집중한다. 모바일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도 꾸준히 닦아왔다. 지난 2월 설립한 신규법인 캠프모바일과 라인주식회사의 국내 법인 라인플러스가 대표적이다.

캠프모바일은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밴드'를 만들어 이름을 알렸다. 1천500만 이용자를 확보한 밴드를 글로벌화 한다는 계획이다. 추진 전략은 구상 중이다. 밴드 외에도 다수 시험적인 앱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각오다.

NHN 관계자는 1천500만명 중 30%가 해외 이용자라며 별다른 마케팅없이 300만 해외 이용자를 확보한 상태이기에 전망이 밝다고 강조했다. 또 캠프모바일이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시장 반응을 보면서 해외 진출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도 글로벌 모바일 시장 공략 중요한 축이다. 지난달 라인은 출시 2년만에 전세계 2억명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고속성장을 이뤄냈다. 이와 같은 성장세라면 올해 안 3억 명을 돌파해 글로벌 메신저 '왓츠앱'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인 게임은 현재 35개 게임을 보유했다. 아바타 커뮤니티 서비스인 라인플레이도 1천만 이용자를 돌파했다. 여기에 라인플러스는 라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달 4일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라인주식회사는 이중 360억원을 취득해 라인에 투자할 방침이다.

포털사업도 모바일 최적화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네이버웹 경험을 앱에서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최적화할 계획이다. 국내 PC 온라인 시장은 네이버가 장악했으나 모바일에선 네이버도 도전자 중 하나다.

NHN은 지금까지 구축해 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가입자 수 확보 위주의 글로벌화를 추진한다. 신규 공략 시장으로는 남미와 유렵 등을 고려하고 있다. 12억 인구를 가진 인도도 주요 공략 시장 중 하나다. 아울러 모바일 게임, 라인 플레이 등의 서비스 확장 통해 라인의 멀티 플랫폼화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분할된 NHN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도 진행할 예정이다.

NHN 관계자는 모바일 시대의 빠른 의사결정과 대응을 위해 몸집을 가볍게 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분할을 결정하게 됐다며 향후 캠프모바일과 라인을 중심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호-이은상' 한게임 부활 신호탄 쏘나

이준호 이사회 의장, 이은상 대표 체제로 시작하는 NHN엔터테인먼트는 산하 사업조직을 캠프, 개발조직을 제작실로 편재한다. '온라인-모바일 게임' 투 트랙 전략을 강조하면서 개발은 각각 게임센터, 게임제작실이 맡는다. 다만, 캠프와 스튜디오란 편재 아래서도 개별 프로젝트들은 유닛 단위로 움직이는 등 기동성을 강조했다.

분할로 NHN엔터테인먼트는 자산규모 1조원의 대형 게임사가 됐다. 게임개발사 오렌지크루와 펀웨이즈, 와이즈캣, 댄싱앤초비, 해외법인 NHN 플레이아트와 NHN 싱가포르, NHN USA, 게임운영회사 지플러스, 투자회사 NHN인베스트먼트 등을 계열사로 둔다.

NHN엔테테인먼트로 새출발하는 한게임은 자체 개발 역량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그간 한게임이 퍼블리싱에 집중했던 것에서 탈피, 자체적인 생존 역량을 갖추겠단 이야기다. 연초 200여명의 개발자를 뽑으며 자체 개발과 퍼블리싱의 비율을 맞춰나갈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규제 이슈로 점철된 웹보드 게임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대신 모바일과 온라인 게임을 동시에 키운다. 하반기 전략 모바일 게임 발표를 앞두고 있는 등 이슈를 만드는데 집중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새로운 플랫폼의 시대가 열리고, 게임 콘텐츠의 국경이 없어지는 변화 속에 분할이라는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며 14년 동안 국내 최대의 IT기업 성공 신화를 일궈낸 전통과 저력을 바탕으로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끊임없이 귀기울여 오래도록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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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NHN엔터테인먼트가 분할에 따라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을 것으로 본다. 네이버가 분리되면서 당장은 기업 가치 평가가 조정, 시가 총액이 절반 수준인 2조5천억~2조원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럼에도 기대되는 부분은 '모바일'이다. 부진했던 온라인 게임을 지난해 대거 털어버린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NHN엔터테인먼트가 모바일로 전환을 잘 하고 있다며 분기별로 모바일 매출이 빠르게 올라아고 있고, 온라인도 지난해 실패작을 많이 털어버렸기 때문에 시총이 2조5천억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 매수를 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