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UHD TV, 방송정책에 발목?

일반입력 :2013/07/30 08:29    수정: 2013/07/30 16:42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 당국이 울트라HD(UHD) TV 조기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선두업체로 나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 확대 움직임이 발목을 잡힐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3가지 화면 크기의 UHD TV 모델을 우리나라와 미국 시장에 투입을 완료했다. 일본 기업들도 이에 질세라 UHD 경쟁에 뛰어들었다. 소니는 UHD TV 3종을 출시해 판매에 돌입했으며 다음달 도시바와 샤프가 1종씩의 신제품을 들고 가세한다.

이처럼 향후 미국 UHD TV 시장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 제조사간 본격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우리나라와 미국 정책 관계자들은 콘텐츠 부족과 국민 부담을 이유로 조기 도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밝히며 산업계와 엇박자를 냈다.

지난 26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UHD TV 도입을 서두르지 않겠다며 미국과 영국 사례를 통해 드러난 콘텐츠 부족 상황이 UHD TV 조기 도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이 발언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방문해 제시카 로젠위슬 FCC 상임위원 및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현지 방송정책 현황을 듣고 UHD TV 정책 관련 의견을 나눈 직후 나왔다. 로젠위슬 상임위원 역시 면담 자리에서 UHD TV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미국도 UHD TV에 관심을 가졌으나 디지털방송 전환 비용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29일 현재 UHD TV 제조업체들도 제품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각자 제품에 기존 풀HD TV용 콘텐츠의 화질을 UHD TV용 해상도에 맞춰 끌어올리는 보정 기술(엔진)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사업자들은 이런 화질 보정 기술을 통해 기존 풀HD TV용 콘텐츠도 UHD TV에서 더 나은 화질로 즐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삼성전자나 LG전자뿐 아니라 소니 등 모든 UHD TV 제조사들이 한 목소리다.

하지만 UHD화질 보정 기술만으로는 소비자 확산과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전용 콘텐츠 공급 시기를 앞당기려는 작업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서 내년 UHD TV용 방송 상용화를 예고한 케이블TV 업계와 협력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국서도 UHD 콘텐츠 확보를 위해 다른 사업자들과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며 세부적인 사례들은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미국서는 방송용 UHD TV 콘텐츠 전송기술 표준이 확정되지 않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소니는 자사 제품에만 연결되는 UHD 미디어플레이어를 통해 연말까지 전용 화질로 제공되는 영화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사들에게 상징적인 국내 시장과 기대 수요가 큰 미국, 양국 방송정책 담당자들이 콘텐츠 부족 문제와 소비자 부담을 이유로 UHD TV 조기 확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후발주자들의 가격 정책도 선두 업체에 압박이 될 수 있다. 다음달 출시될 샤프의 70인치 제품은 삼성전자, LG전자의 65인치 모델과 같은 가격에 등장한다. 도시바의 84인치 모델은 삼성전자, LG전자의 최대 크기 모델보다 낮은 값으로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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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UHD 패널 공급 확대와 연내 UHD TV 출시 모델 다양화를 예고해 관련 사업부문 수익성 제고에 나설 뜻을 밝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사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가격 방어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는 이미 출시된 제품의 가격이 조정(인하)되는 경우가 흔히 있으며, 판매가 하락은 제조사의 출고가 조정 사례도 있지만 현지 판매가 이뤄진 시점과 유통 과정에 따른 영향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