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규제 해법은

[긴급진단③] 포털규제, 창조경제 藥인가 毒인가

일반입력 :2013/07/25 08:53    수정: 2013/07/25 14:15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네이버 규제’를 놓고 업계가 시끄럽다.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관련 기사만 수십 꼭지를 쏟아낼 정도로 규제의 필요성을 놓고도 공방이 치열하다. 규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온라인의 절대 ‘甲(갑)’인 네이버가 무차별적 영역 확장으로 벤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며 뉴스소비의 관문이 된 포털이 언론권력까지 휘두른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진영에서는 개방, 참여, 공유, 혁신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산업의 속성상 사전규제는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며 신중론을 편다. 더욱이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인터넷 산업의 규제는 시장의 활성화만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순환적 인터넷 산업 생태계를 위해 어떠한 규제가 바람직한지, 창조경제(창업경제)에 바람직한 규제 해법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진흥과 규제’는 양날의 검이다. 어느 것을 통해서도 경쟁의 촉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ICT 산업 발전을 꾀하기 위해 지식경제부, 문화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에 흩어졌던 ICT 진흥업무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이관시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진흥과 규제의 결과가 같더라도 그 목적이 각각 ‘벤처육성’과 ‘소비자후생 증대’라는 점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다.

이상승 서울대 교수는 “진흥이란 것은 기업을 육성해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경쟁법상 규제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며 “경제학 이론에서 경쟁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규제가 성공한 예는 없다”고 말했다.■창조경제 활성화는 규제보다 진흥법

때문에 정부와 여당이 ‘민생 및 창조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포털규제가 규제보다 진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사양 산업으로 평가되는 인터넷에 대한 규제보다 산업 ICT 생태계의 중심 플랫폼으로 성장해가는 모바일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권영선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1998년 MS가 윈도우에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기 한다고 넷스케이프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2년 MS가 소송의 방어에 성공했다”며 “하지만 현재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은 크롬이 1위, 파이어폭스가 2위에 랭크돼 있으며 모바일에서의 MS 점유율은 극히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인터넷은 살아 움직이는 동태적인 시장으로 현재의 점유율은 휴지와 같다”며 “네이버가 국내 시장에서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작은 기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가 SNS 서비스인 ‘라인’이 최근 전 세계 가입자 2억명을 돌파하며 선전 중이지만 시가총액은 14조3천억원, 글로벌 경쟁사인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약 70조원에 이른다. 네이버와 줄곧 비교되는 구글의 시가총액은 약 300조원이다.

지난달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국내 모바일 앱 시장에서도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에 밀려 설치와 순이용자 수에서 각각 12위와 8위에 머물러 있다.

네이버의 검색광고 매출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 3천278억원(올해 1분기 기준) 중 15.9%인 521억원으로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ICT특별법 활용 방안도

포털규제의 한 방안으로 내달 하순께 공포 예정인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특별법)’도 거론된다.

ICT특별법의 취지가 정부와 여당이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든 법이고, 포털의 지배력남용 행위가 발생될 경우 이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결가능하다는 것이다.

먼저, 특별법에는 중소벤처 창업 및 ICT 융합산업 활성화를 위한 ▲총리실 산하에 정보화예산협의회 구성 ▲ICT 생태계 복원을 위한 인적, 물적 인프라 구축 ▲신규 융합 기술서비스의 사업화 지원으로 ‘신속처리 및 임시허가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반면, ‘SW의 제값받기’나 ‘디지털콘텐츠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대중소기업 간 상생 및 ICT 생태계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제도도 포함돼 있다.

8월말 법의 공포가 이뤄지면 시행령과 고시 제정 작업 등을 통해 이러한 내용들이 구체화 되며, 여당이 9월 정기국회 입법을 추진하는 것보다 물리적인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해당법을 발의한 조해진 의원실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상생 등의 방안에는 포털이 갑의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공정위와 충돌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살펴보고 있으며 미래부와도 조율 중에 있다”고 말했다.

[Interview]=====================================================================

“중소벤처 육성은 규제 아닌 진흥 택해야”

네이버 규제법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여당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네이버를 포함한 포털 규제 법안을 만들 계획이라며 지난 11일 여의도연구소 주최의 정책간담회에 이어 23일에도 민생탐방을 이어갔다. 반면, 산학에서는 인터넷에 대한 사전적 규제는 정책목적 달성의 효율성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우려한다. 최근 여의도연구소 정책간담회의 발제자로서, 토론의 장에 핵심에 서 있는 서울대 이상승 교수의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았다. 그는 하버드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기업경쟁력연구센터소장을 역임 중이며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시장경제선진화TF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규제는 해야 될 규제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규제가 있다”고 운을 뗀 이상승 교수는 포털에 대한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할 규제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네이버와 관련된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는 경쟁사업자 시각에서 제기된 이슈로 소비자의 입장은 없다. 경제학이론에서 경쟁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쟁에 제한을 가하는 방식의 경쟁법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 네이버를 겨냥해 정책입안을 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포털 규제 목적이 중소벤처를 육성해 건전한 ICT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면 ‘규제’가 아닌 ‘진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털 규제가 벤처를 육성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것이 이유라면 유망한 벤처가 자금투자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경쟁력 향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유망 벤처를 만들어내겠다고 대기업의 손발을 묶는 것은 올바른 규제가 아니다.”

그는 웹툰과 검색광고를 예로 들면서 포털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남용 행위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한 규제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 역시 면밀한 관찰과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웹툰을 제공하면서 일부 작가와 중소업체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혜택을 입었다. 만화의 유통 채널이 기술 발전으로 진화했고 네이버가 이를 신규서비스로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욕구가 충족된 것이다. 그렇다고 네이버를 무조건적으로 규제해야 되는가.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고려해야겠지만 손발을 묶는 방법은 아니다.”

“네이버 검책창에 ‘미스코리아 이효리’라고 검색하면 네이버 뮤직만 나오고 멜론이나 벅스는 검색되지 않는다. 75%의 검색점유율을 지닌 네이버가 노골적으로 경쟁사들을 배제시킨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지배력의 남용이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같은 검색창에 멜론이나 벅스만 치면 간단히 해결되기 때문이다. 포털 규제에 대해 심층 분석해야 되는 이유다.”

이 교수는 이달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구글을 상대로 한 불공정행위 제소에서 무혐의 처리된 사례를 들며, 포털 규제에 대한 신중론을 이어 갔다.

“NHN과 다음은 구글이 제조사를 상대로 모바일 안드로이드OS의 영향력을 이용해 구금검색을 끼워 팔기 했다고 제소했지만 무혐의로 끝났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쉽게 네이버나 다음 앱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실제 네이버의 모바일 검색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공정위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몇 달 간의 조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네이버라는 특정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 입법 움직임에 다시 한 번 우려를 표하면서, 중소벤처를 육성하고 건전한 ICT 생태계 조성에는 이 같은 규제 논의가 소모적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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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 규제 적합

포털규제에 대한 산학계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대기업에 대한 횡포나 지배력 남용은 견제해야 되지만 이를 사전적인 법 규제로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으로 수렴된다. 가이드라인이나 협의체를 통해 충분히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 간 경계가 없는 인터넷 산업을 법으로 규제하다보면 부득이하게 국내법 적용이 어려운 해외사업자에 대한 특혜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네이버가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부분이 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마녀사냥식 감정적 접근은 안 된다”며 “혁신과 전횡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하고 이에 대한 사후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철균 전 청와대 뉴미디어홍보비서관은 “최근 논란은 네이버의 뉴스스탠드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큰데 이 같은 경우도 신문·방송 관련 커뮤니티채널을 만들어 협의로 풀 수 있다”며 “포털 산업이 빠른 기술적 변화에 민감하다보니 합의에 익숙지 않지만 이해관계자가 합리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포털규제 논란과 관련해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도 23일 ‘공정과 상생을 위한 인터넷 간담회’에서 “골목상권, 검색차별화, 광고구분, 광고수수료, 포털 불공정 등의 5가지 독점 이슈가 나타나고 있지만 상당부분이 현행 공정거래법 틀 안에서 제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그는 미국에서 구글에 대한 규제 이슈를 해결했던 사례를 설명하며 “규제를 최소화하고 가이드라인으로 상생 협력안을 마련해 해결할 수 있다”며 “포털과 콘텐츠사업자들이 인터넷상생협의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고 미래부도 잠재적 문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자율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연재순서]

① 모바일시대, 네이버 웹 규제 왜?

관련기사

② ‘통신-방송-인터넷-단말’ 통합시대, 포털규제 별도 법?

③ 인터넷 포털 규제 해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