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규제, 창조경제 藥인가 毒인가

① 모바일시대, 네이버 웹 규제 왜?

일반입력 :2013/07/23 08:45    수정: 2013/07/23 10:46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네이버 규제’를 놓고 업계가 시끄럽다.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관련 기사만 수십 꼭지를 쏟아낼 정도로 규제의 필요성을 놓고도 공방이 치열하다. 규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온라인의 절대 ‘甲(갑)’인 네이버가 무차별적 영역 확장으로 벤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며 뉴스소비의 관문이 된 포털이 언론권력까지 휘두른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진영에서는 개방, 참여, 공유, 혁신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산업의 속성상 사전규제는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며 신중론을 편다. 더욱이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인터넷 산업의 규제는 시장의 활성화만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순환적 인터넷 산업 생태계를 위해 어떠한 규제가 바람직한지, 창조경제(창업경제)에 바람직한 규제 해법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규제라는 제도화를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과학적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웹 포털 1위사업자인 네이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시에 스마트폰 이용인구가 3천만명을 넘어선 모바일의 시대에 웹의 규제 요구가 트렌드에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한 해외기업들과 경쟁해야 할 토종 플랫폼 업체의 발목을 잡는다는 논리다.

권영선 카이스트 교수는 “인터넷은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이 가능한 기술진보가 매우 빠른 산업이고 SNS 1위업체인 카카오톡은 그 역사가 2~3년, 페이스북은 10년에 불과하다”라며 “현재 인터넷 포털은 웹에서 앱 기반으로, 또 음성 기반으로 전환되는 사양 산업인데 이 시점에서 규제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규제 앞서 시장지배력 분석 우선

특히 개방, 참여, 공유, 혁신이란 속성을 지닌 인터넷 산업의 규제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공정경쟁을 해칠만한 요소는 사후규제로도 충분하며 사전적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인터넷 산업의 사전적 규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이뤄져야 하며 보다 철저한 분석과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인터넷 산업은 원천적으로 사전적 규제가 되어서는 안 되는 산업이며 사후규제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라며 “시장지배력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사전적 규제는 오히려 이로 인한 부작용이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헌영 광운대 교수는 “공정위가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불공정거래 제재에 나섰지만 지난 2009년 서울고등법원에서 결국 패소했다”라며 “이는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하기 위한 입증에 실패했기 때문인데 최근 논란도 과학적 입증보다는 다소 감정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승 서울대 교수가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11일 개최한 포털 관련 정책 간담회에서 “시장지배력의 부당한 남용 문제가 있을 경우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입법 태도를 보여야 한다”면서도 “입법 과정에서 많은 의견이 수렴돼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이 교수는 “경쟁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하더라도 정당한 방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비스 질 등을 개선해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면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전적 규제 우려 목소리

포털을 규제해야 한다는 소위 ‘네이버법’을 주장하는 이들은 독과점 위치에 있는 포털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인터넷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공정경쟁 환경이 제한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포털이 경쟁적 위치에 있는 외부 콘텐츠를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주고, 과거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처럼 사업을 무한 확장시켜 타 중소벤처들을 고사시킨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네이버가 53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두고 부동산, 오픈마켓 등에 진출해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주장한다.

네이버 측은 “50개가 넘는 계열사 모두 자사 서비스와 유관한 회사들로 무차별적 확장이 아니다”라며 “앱스트어에는 수십만개에 이르는 유사한 서비스들이 있는데 이는 모방된 서비스가 아니라 이용자 편의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들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실제, 네이버의 계열사는 내주 한게임(NHN 엔터테인먼트)이 완전 분리되면 25개사로 줄어들며 NBP(인프라&광고영업) 3개사, NHN I&S(인사·총무) 5개사, 해외법인 9개사, 모바일 전문 3개사(캠프모바일, 아이커넥트, 브레인펍), 해외사업지원 2개사(라인플러스, NHN Arts), 검색개발(서치솔루션), 장애인사업지원(엔비전스) 등 업무유관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전자, 물산, 의류, 증권, 금융, 요식업, 중공업, 석유화학, 건설, 철강, 광고대행 등 이종업종의 약 6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전통적 기업인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와는 다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업계 전문가들은 인터넷 산업 규제의 목적이 경쟁사업자의 수익 증대가 아닌 이용자후생 증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사전적 규제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헌영 교수는 “헌법에는 인터넷을 가장 표현 촉진적 매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인터넷은 개방, 참여, 공유, 혁신이라는 독특한 속성을 갖고 있다”라며 “인터넷을 규제하기 위한 기준은 이들을 만족시키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적 자율성·정체성 보존 가치도

국내 포털에 대한 규제를 좀 더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에는 ‘문화적 자율성과 정체성 보전’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우리나라 포털 시장은 중국, 러시아와 함께 전 세계 포털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지닌 구글의 아성을 누르고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권영선 교수는 “구글이 해외에 DB를 둔 사업자라 국내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정보사회에서 포털이 어떤 언어로 서비스 되느냐는 문화적 자율성과 정체성 측면에서 중요한 이슈”라며 “구글이 국내에서 영어로 서비스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구글 지도에서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표현하지 못하는 문화적 이질성이 다른 콘텐츠에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국내 오피스 시장에서 아래한글의 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제재하자고 하지 않는다”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포털에 대한 사전적 규제는 이 같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연재순서]

① 모바일시대, 네이버 웹 규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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