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 출연료보다 쎈 미스터고 고릴라털

일반입력 :2013/07/11 16:09    수정: 2013/07/11 16:28

송주영 기자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 잠실구장 타석에 들어선다. 링링의 몸에 붙어있는 200만개의 털이 바람에 흩날린다. 잠실구장에 꽉 들어찬 수만명의 관중이 링링의 멋진 타구 한방에 환호한다.

영화 미스터고의 주인공인 고릴라는 실사가 아니다. 90% 이상을 컴퓨터그래픽에 의존했다. 고릴라 링링과 잠실야구장, 그 속의 관중은 컴퓨터 안에만 존재하는 그래픽이다.

11일 서울 여의도 IFC몰 CGV에서는 미스터고의 그래픽 작업을 담당한 덱스터디지털, 클라우드 환경 슈퍼컴퓨터를 제공한 LG엔시스, 슈퍼컴퓨터의 반도체를 공급한 인텔코리아 3사의 공동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윤석 덱스터디지털 이사는 “영화 한편을 만드는데 고성능의 하드웨어, 기술지원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헐리우드의 IDC센터가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만 120억원이 투자된 미스터고는 풀HD 3D 컴퓨터그래픽 영화다. 동물이 출연하는 자연스럽게 많은 털을 움직여야 하는 주인공 덕에 민머리 주인공 슈렉 등 미국 대형 애니메이션보다도 구현이 더 어려웠다.

미스터고의 주인공을 맡은 성동일은 최근 한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릴라가 자신의 출연료보다 비싸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미스터고는 80만개의 털이 고릴라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물에 젖기도 하는 등을 시살감있게 표현했다. 고릴라의 털은 경우의 수를 일일이 컴퓨터로 계산해 마치 실제로 살아있는 동물처럼 만들었다. 실제로 80만개의 털을 구현했고 솔루션을 이용해 200만개까지 털의 개수를 늘렸다.

미스터 고에 등장하는 그래픽은 영화 속 배경이 된 야구장, 관중에도 적용됐다. 영화 속 야구장은 프로야구가 열리는 대규모 경기장이다.

반면 미스터고 제작진이 실제 영화를 촬영한 장소는 프로야구장이 아닌 춘천의 한 야마추어 경기장이었다.

1, 3루에 근접한 100여명의 관중은 실제로 촬영에 동원된 사람이지만 나머지 관중들은 모두 컴퓨터그래픽이다. 수만명의 관중의 움직임을 모두 계산해 컴퓨터 내에서 구현했다.

이 이사는 “소규모 관중만 찍어서 붙여볼까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지만 사실감이 없어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작업을 맡은 덱스터디지털은 고릴라 링링, 관중의 움직임을 그래픽으로 구현하기 위해 자체 솔루션을 개발했다. 질러스퍼라는 프로그램이다. 정교한 움직임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클러스터 환경의 슈퍼컴퓨터가 동원됐다.

슈퍼컴퓨터에 사용한 코어 개수는 6천500여개다. 우리나라 3D 컴퓨터그래픽 컴퓨터 자원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윤석 텍스터디지털 이사는 “보유하고 있던 1천500개 코어규모의 렌더팜(렌더링을 위한 컴퓨터 자원)에 가산동 LG엔시스가 보유한 코어 5천개 규모의 컴퓨팅 환경을 더했다”며 “5개월 동안의 제작기간, 이중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위한 3개월의 기간 내에 작업을 마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원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미스터고에 활용한 정보의 규모는 600TB(테라바이트)다. 책, 동영상으로 환산하면 미국 의회 도서관이 소장한 도서 규모의 30배, HD 동영상 9년10개월 분량이다. 이를 쿼드코어 PC로 작업하면 400년이 걸린다.

고릴라 털을 표현하는 작업도 어려운데 미스터고는 3D 영화다. 다양한 각도의 영상을 잡아내야 입체적인 3D 영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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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사는 “자체 개발한 솔루션으로 어려운 동물 그래픽 작업에 도전했지만 하드웨어의 문제에 봉착했다”며 “우리나라의 렌더팜을 모두 조사했지만 대규모의 작업을 할 수 있는 렌더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클라우드 렌더팜이다. 미스터고의 고릴라 구현 작업에는 LG엔시스의 가산동 클라우드 렌더팜이 활용됐다. 인텔 제온이 슈퍼컴퓨터의 두뇌로 이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