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온라인 게임 위한 ‘깐깐한’ 조건

일반입력 :2013/07/09 11:12    수정: 2013/07/09 11:19

‘괴물’, ‘도둑들’, ‘해운대’ 등 영화에도 대작이 있듯 온라인 게임에도 대작으로 분류돼 많은 인기와 명성을 얻은 작품들이 있다.

대작 영화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제작비, A급 출연진, 탄탄한 시나리오, 실력 있는 배급사 등이 확보돼야 하는 것처럼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개발비와 스타 개발자, 스토리를 장기간 끌어갈 수 있는 깊이 있는 세계관, 마케팅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맡아줄 퍼블리셔가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대작 게임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 고가의 품질 높은 그래픽 엔진 사용도 필수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작 온라인 게임은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 ‘아키에이지’, ‘테라’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400억원이 훌쩍 넘는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수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빛을 본 명작 중의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먼저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에 이어 히트시킨 블소는 오픈 시점 때까지만 500억원이라는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된 엔씨표 초대형 게임이다.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을 국내 최고 게임의 반열에 올려놓은 엔씨소프트가 만든 차기작이란 점 하나만으로 주목을 받은 블소는 영상, 음악, 스토리 모두에 많은 공이 들어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블소의 성공 뒤에는 ‘리니지’ 흥행 신화를 쓴 배재현 PD의 제작 노하우, 김형태 AD의 개성 넘치는 원화, 독립된 사운드실의 풍부한 음향과 음악 등이 한 데 어우러져 있다.

배재현 PD는 리니지 프로그래머로 시작해 리니지2 프로듀서 등을 거쳐 블소 제작 총괄을 맡으며 블소에 힘을 불어 넣었다. 또 ‘마그나카르타’ 등을 통해 개성과 실력을 인정받은 김형태 AD가 블소 캐릭터 디자인을 맡으면서 남성팬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여기에 엔씨소프트 사운드실에서 근무하는 40여 명의 인력들이 만들어낸 2만여 개의 음향과 300개 테마음악, 총 120여 명이 참여한 성우 더빙 등이 화제가 됐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완성한 웅장하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은 블소의 재미를 더욱 배가시켰다.

아울러 ‘권선징악’이라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주제를 기반으로, 사부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성장과 그 이면에 감춰진 비밀들을 풀어가는 재미를 스토리로 삼았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시나리오를 장편의 시네마틱 영상을 통해 풀어내 큰 감동을 안겼다. 여기에 언리얼엔진3를 통한 수려한 그래픽과, 경공과 보패 조합 등 동양적인 매력과 재미를 살린 점이 대작이란 평가를 받는 데 일조했다.

아키에이지 역시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 받는 대작이다. 이 게임은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의 성공 신화를 쓴 송재경 대표가 제작한 게임으로 출시 이전부터 업계의 많은 관심과 조명을 받았다. 이 작품은 엑스엘게임즈가 약 6년 간, 400억원을 들여 만든 올해 최고의 MMORPG다.

엑스엘게임즈가 아키에이지를 개발하면서 많은 공을 들인 부분도 블소와 마찬가지로 스토리와 사운드 부분이다. 그래픽은 블소와 달리 크라이텍엔진3를 사용해 보다 미려하게 풍경의 아름다움을 살렸다. 아키에이지의 게임 속 넓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전투와 농사 등은 마치 현실 세계와 같은 느낌과 인상을 준다.

아키에이지 스토리는 판타지 소설 ‘세월의 돌’로 유명해진 전민희 작가가 맡아 스케일이 더욱 커지고 캐릭터에 숨이 불어넣어졌다. 또 음악은 다수의 감수성 넘치는 발라드를 작곡한 가수 윤상이 맡아 듣는 재미와 감동을 높였다.

특히 엑스엘게임즈가 아키에이지에 집중적으로 쏟은 노력은 게임 방식 부분이다. 일반적인 MMORPG가 몬스터를 사냥하고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과 경험치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반면, 아키에이지는 나무를 잘라 집을 건축하고 배를 건조하는 등 기존의 공식과 규칙을 허물고 자유도를 높였다. 해외에서 이 같은 게임들이 출시되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최초로 시도되는 실험적인 방식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블루홀스튜디오가 개발해 2011년 오픈한 테라 역시 국내 온라인 게임 대작 명단에 빼놓을 수 없는 수작이다. 오픈 당시 400억~450억원의 개발비가 쓰인 테라는 엔씨소프트 출신 개발자들이 개발에 참여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신생 개발사의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NHN 한게임이 퍼블리셔를 맡아 향후 마케팅 지원까지 보장받은 상태여서 오픈 전부터 성공이 점쳐졌던 게임으로 여겨졌다. 또 언리얼엔진3로 개발해 그래픽 품질을 최대한도로 높인 점도 게임 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2011년 1월 오픈한 테라의 인기는 당시 PC방 순위 1위를 달리던 아이온을 위협할 만큼 거셌다. 비록 신생 개발사였지만 실력 있는 개발자들의 노하우와 퍼블리셔의 완벽한 지원이 만나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당시 논타깃팅 공격 방식에 익숙하지 않던 게임 이용자들에게 테라는 조작의 즐거움을 줬으며, 성장의 재미를 안겼다.

대신 테라는 블소와 아키에이지와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스토리와 사운드를 부각시키지 않았다. 게임 진행 방식과 품질을 높이는 데 그 만큼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아 부었다. 이 때문에 서비스 초반 빈약한 스토리로 이용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꾸준한 보완과 업데이트, 그리고 부분유료화 방식의 과금 정책을 채택해 지금도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3개의 작품 모두 대작이란 타이틀이 붙은 만큼 해외 진출 계획도 확실히 세워져 있다. 블소와 아키에이지는 중국 최대 퍼블리셔인 텐센트를 통해 대륙 진출을 한창 준비 중이며, 테라는 중국 유명 게임사인 쿤룬과 손잡고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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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키에이지는 일본의 게임온을 통해 최근 1차 비공개 테스트가 진행됐으며, 테라는 이미 일본과 북미와 유럽 등에서 오픈해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작의 조건은 훌륭한 인재와 이를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막대한 개발비, 그리고 작품의 뼈대와 줄기를 이루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사운드 등이 갖춰진 작품”이라며 “대작이라고 해서 반드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 발전에 많은 도움과 밑거름이 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