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데이터센터 가보니...디지털 규장각

[르포]산바람 불어와 디지털 기록 보존

일반입력 :2013/06/21 09:27    수정: 2013/06/21 16:46

전하나 기자

[춘천=전하나 기자] 건물 외벽 전체를 감싸고 있는 나무색 루버(차양)는 빛과 바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최적의 각도를 계산해 설계됐다. 안내를 해주던 구지현 NHN 인터넷데이터센터장은 “내부에서 24시간 돌아가는 뜨거운 서버를 식히기 위해 태양의 직사광선은 피하면서도 공기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여 자연스럽게 건물을 타고 들어오는 산바람을 막지 않도록 과학적으로 고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러운 건축>의 저자이자 일본 유명 건축가 쿠마 켄고(Kuma Kengo)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해인사 장경각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했다.

외양만 따온 것이 아니라 ‘기록’을 위한 보존소라는 점에서 장경각의 의미를 담아 명칭도 ‘각(閣)’으로 정했다. NHN은 20일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의 자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각’을 언론에 공개했다.

■자연을 담은 과학건축물

강원도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자리잡은 ‘각’은 축구장 7개 크기 면적에 본관과 3개 서버동을 합쳐 모두 4개 건물로 이뤄졌다. 건물은 구봉산의 경사를 이용해 층층이 지어졌다. 산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을 유입시켜 건물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모습은 흡사 계단식 차밭을 연상케 했다.

NHN이 30여곳에 이르는 부지를 살펴본 끝에 춘천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지난 30여년간 지진·황사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없었다. 둘째, 연평균 기온이 IDC가 집중된 수도권역에 비해 1~2도 가량 낮아 IDC를 자연 냉각할 수 있으니 에너지 절약에 효율적이다. 셋째, 소양댐과 같은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매일 800톤 가량이 증발되는 물을 채워넣을 수 있다. 여기에 수도권과의 접근성까지 좋다. 그야말로 최적의 입지조건인 셈이다.

건물 안에는 9만대 가량의 서버를 보관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곳곳에는 35℃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서버, 51개 가량의 서버를 꽂을수 있는 저전력·고집적의 랙,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섞이지 않게 해 열 손실을 줄인 차폐시스템 등 자체적으로 개발한 최첨단 기술이 녹아 들었다.

특히 여름이 길고 고온다습한 우리나라 기후에 맞도록 1년여의 연구개발을 통해 외기를 이용한 서버룸 냉각장치(Air Misting Unit)도 개발, 적용됐다. 이 건물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친환경 인증제도 LEED인증 사상 IDC로는 세계 최초로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을 얻었다. IDC의 에너지 효율을 평가하는 표준 지표 ‘PUE’가 글로벌 평균인 2.0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1.11이다.

‘각’은 또 진도 9.0 이상의 지진 뿐만 아니라 홍수, 태풍, 화재 등 피할 수 없는 천재지변에서도 거뜬히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비상 시 외부로부터 전력 공급이 끊기더라도 ‘다이내믹 UPS’라는 설비가 작동돼 무려 72시간까지 버틸 수 있다.

■국내 첫 디지털 기록 보존소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IDC를 건립, 운영 중이지만 국내 인터넷업체가 자체 IDC를 지은 것은 처음이다. ‘각’의 설립은 네이버 이용자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해 후대까지 전하겠다는 이해진 의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박원기 NHN IT서비스사업본부장은 “네이버 이용자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데이터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를 디지털 기록으로 소중히 보관해야겠다는 사명감이 각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이용자들이 지난 10여년간 생성한 데이터는 180페타바이트(PB)에 이른다. 지금도 네이버에선 1초당 4천여건의 검색어가 입력되고, 2천300여통의 이메일이 오간다. N드라이브에 올라오는 사진은 하루 2천만개 이상으로 이를 양으로 따지면 400 테라바이트(TB)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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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C 내 서버실은 이런 정보가 모두 모이는 곳이다. 블로그에 올린 이야기나 메일에 첨부한 문서,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통해 주고 받은 대화들 등이 1차적으로 이곳으로 온다. NHN은 이들 데이터 중 중복되는 데이터를 제거, 압축해 나머지는 외부 IDC에 복제해두는 식으로 이중 보관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비즈니스 여건에 따라 국가별 서비스의 존폐까지 결정하는 상황에서 한국에 뿌리를 둔 국내 인터넷 기업이 자체 IDC를 건립한 것은 한글로 된 디지털 자산을 지켜낼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NHN은 앞으로 더 많은 기록이 늘어날수록 공간을 쌓아 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