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게임업계 핫이슈 “앗, 이런 일이”

일반입력 :2013/06/18 11:42    수정: 2013/06/18 13:17

작년에 이어 모바일 게임 성장세가 돋보이는 가운데 올해 국내 게임업계는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웹보드 자율규제안 등이 발표됐으며, 남경필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취임 및 협회 명칭 변경 등의 이슈가 있었다. 또 일명 ‘손인춘 법’으로 불리는 게임업계 말살정책 법안이 발의돼 ‘지스타 보이콧’ 사태가 벌어졌으며, PC방 전면 금연화 시행에 따른 찬반 논쟁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 차세대 비디오 게임기 발표로 이를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고, 잦은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 점검 이슈 등이 올 상반기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손인춘 법’에 지스타 불발 위기까지

올해 게임업계의 가장 ‘핫’한 이슈는 단연 ‘손인춘 법’으로 인한 게임업계의 반발이었다. 특히 작년 지스타 메인 스폰서였던 위메이드는 게임산업에 대한 과도한 법안이 발의되자 올해 지스타 불참을 선언하는 등 강력한 항의의 뜻을 밝혔다.

손인춘 법이란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등 17명의 국회의원들이 지난 1월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일컫는다.

이 법률안에는 기존 게임 셧다운제 시간을 확대하고,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게임중독 치료 기금을 사업자로부터 강제로 징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삼중 규제, 게임산업 말살 정책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특히 이번 논란은 2개 법안을 발의한 17명의 의원 중 지스타 개최지인 부산의 서병수 의원(해운대·기장갑)과 유기준 의원(서구)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반발은 더욱 심각해졌다. 지스타 개최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받고 있는 부산시의 소속 의원들이 게임산업 규제안에 동참하자 업계가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사태가 커지자 부산시 소속 의원들과 관계자들은 급거 상경해 게임협회와 국회를 방문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주요 게임사들은 한국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묻지마’식 규제안이 계속 이어질 경우 지스타 보이콧도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의 협회장 취임

올해는 한국e스포츠협회장(전병헌 민주당 의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장(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직이 모두 현역 국회의원들로 채워졌다. 이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그 동안 산업 변두리로 취급받던 게임산업이 보다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또 남경필 협회장은 게임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협회 명칭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로 바꾸고, 국회의 규제입법으로 추진을 보류하기로 했던 국제게임쇼 지스타를 다시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전병헌 e스포츠협회장 역시 침체된 국내 e스포츠 시장을 다시 살려내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과 지위를 되찾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포부를 밝혀 업계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생존 몸부림

게임의 사행성 문제가 끊이질 않고 지적당하자 게임업계는 웹보드게임 자율 규제안으로 얼킨 실타래를 풀고자 노력했다. 이들은 업계 자율로 지켰던 고스톱, 포커류 게임 월 한도 금액을 30만원으로 정하고, 하루 최대 5시간만 게임을 이용하는 시간 한도도 걸었다. 여기에 무작위로 게임 상대를 정해주는 ‘랜덤매칭’ 방식을 전면 도입하기로 하는 등 업계 자율안을 6월부터 시행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자율규제안 수위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게임업계와 정부의 신경전이 계속 진행 중이다. 조만간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힌 최종적인 웹보드 게임 자율규제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여 주요 웹보드 게임사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PC방 전면금연화가 시행되면서 PC방 업주들의 신음 소리가 높아졌다. 그 동안 흡연 공간과 금연 공간을 분리 운영했던 PC방 업주들은 또 한 번 흡연부스를 설치해야 하는 금전적 부담과, 고객들의 이탈을 크게 염려했다. 또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뒤늦게 정부가 PC방 전면 금연 계도기간을 올 연말까지 연장해주면서 벼랑 끝에 놓였던 PC방 업계의 숨통이 잠시 트였지만, 이들은 여전히 생존권을 앞세워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히려 전면금연화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차세대 게임기 등장에 비디오 게임 활력

올 상반기는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 밀려난 것처럼 보이던 비디오 게임 시장이 차세대 게임기 등장 예고로 다시 살아난 기간이기도 하다. 아직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디자인과 성능으로 무장한 'PS4'와 ‘X박스 원’의 등장은 잠잠했던 게임 팬들을 흥분에 빠뜨렸다.

이에 먼저 불씨를 당긴 게임사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발표 행사를 통해 PS4 일부 사양과 새로워진 컨트롤러 ‘듀얼쇼크4’를 선보여 게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지난 달 X박스 원의 본체와 신형 키넥트, 더욱 새로워진 컨트롤러 등을 대거 공개하며 올 연말 차세대 게임기 전쟁을 예고했다. 이 같은 열기는 지난 주 개최된 북미 최대 게임 전시회 ‘E3 2013’까지 이어지며 게임 팬들의 큰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또 ‘킬존’(PS4), ‘포르자5’(X박스 원) 등 각 기기마다의 독점 타이틀이 속속 발표되면서 게임업계 빅뱅이 예측됐다.

특히 양사의 다른 중고 게임 거래에 관한 정책, 인터넷 상시 연결 필요성, 이전 기기 타이틀 호환 등에 관심이 쏟아지면서 차세대 비디오 게임기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갖게 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표절 논란, 그 미묘한 차이

카카오톡 게임을 통한 모바일 게임이 작년부터 대거 출시되면서 유사 게임에 대한 논란도 커졌다. ‘다함께 차차차’를 둘러싼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와 CJ E&M 넷마블의 공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소니 측은 넷마블이 내놓은 다함께 차차차가 자사의 ‘모두의 스트레스 팍’ 게임을 표절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내용증명을 발송했지만 결국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파티게임즈 측이 자사의 ‘아이러브커피’를 모방한 중국의 ‘커피러버’를 시장에서 퇴출시켰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논란과 사실 여부가 국내 게임업계를 달궜다.

■때만 되면 ‘롤 점검’…그래도 인기 ‘이상 무’

국내 대표 검색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는 ‘롤 점검’, ‘롤 접속’, ‘롤 챔스’ 등이 수시로 올라왔다. 게임의 인기를 증명하듯, 게임 접속이 이뤄지지 않거나 e스포츠 대회가 열릴 때면 롤과 관련한 단어가 인터넷을 장식했다.

지난해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가 잦은 서버 다운으로 이용자들의 큰 불편을 끼쳤다면, 올해는 40%대 PC방 점유율을 넘나드는 롤이 이용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회사 측은 접속 문제가 크게 발생할 때마다 이용자들과 PC방 측을 위한 보상책을 시의 적절히 내놓았지만, 접속 장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PC방 단체 측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달 말 롤 접속 장애에 대해 ‘코어 네트워크 스위치 결함’ 때문이라고 밝히며, 게임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 두 달여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양해를 구한 바 있다.

하지만 롤은 이 같은 접속 문제를 계속 일으켰음에도 여전히 국내 게임 1위 자리를 계속 지켜나가고 있다. 주말만 되면 PC방 점유율 40%를 넘기며 독보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

■모바일 게임 교통정리…불황 속 온라인 게임 ‘반짝’

작년까지만 해도 중소 모바일 게임사들에게 있어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은 ‘인생역전’을 가져다주는 파라다이스였다.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쿠키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카카오톡 입점 게임이 대거 늘고 누적되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자본력과 인력을 가진 대기업 위주로 재편됐다. 위메이드, 넷마블, NHN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장악한 것.

위메이드는 ‘캔디팡’, ‘에브리타운’, ,‘윈드러너’를, 넷마블은 ‘다함께 차차차’, ‘마구마구 2013’, ‘모두의 마블’를 히트시키며 모바일 게임 시장 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또 NHN은 ‘우파루 마운틴’, ‘피쉬프렌즈’ 등을 성공시키며 온라인 게임 부진을 모바일 게임으로 만회하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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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으로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던 온라인 게임 시장도 흥행작들이 속속 터지며 여전히 높은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 상반기 성공한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으로는 ‘아키에이지’, ‘크리티카’, ‘던전스트라이커’ 등이 손꼽힌다.

물론 예전보다 온라인 게임 개발자 풀이 줄고, 투자액이 줄어들어 새로운 온라인 게임 개발에 어려움을 느끼는 게임사들이 많지만 “재밌는 게임은 결국 뜬다”는 원칙을 입증시켜준 시기가 바로 올 상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