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T서비스 시장 '경종' 울린 삼성SDS

기자수첩입력 :2013/06/17 08:48    수정: 2013/06/17 09:27

송주영 기자

우리나라 IT서비스 업계 1위 삼성SDS가 국내에서 금융, 공공 대외 IT서비스 사업을 중단할 전망이다. 국내 사업으로 일부 융합IT 분야만을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의 사업 중단은 경쟁 심화, 사용자의 잦은 변경관리 속에 이익은 내기 어렵고 규제만 심해지는 우리나라 IT서비스 산업에 던지는 경고다.

삼성SDS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포기를 검토하는 금융, 공공분야는 과거 IT서비스 업계가 치열하게 경쟁하던 분야다. 삼성SDS는 과거 경쟁하던 이 분야 사업을 과감하게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사업 포기 검토의 배경에 대해 “선택과 집중 때문”이라고 말한다. 해외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는 금융, 공공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설명이지만 더 큰 것은 수익성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간 기업인 삼성SDS가 수익성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공공분야 시장은 올해부터 정부가 대기업 참여를 제한해 포기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여기에 금융사업도 함께 중단할 전망이다. 금융사업을 포함시킨 의미는 우리나라의 IT서비스 시장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금융, 공공분야가 IT서비스 업계의 대외사업에서 가지는 상징성은 크다. 우리나라의 IT서비스에서 금융,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정도 수준이다. IT서비스에서 가장 큰 시장은 제조분야다. 하지만 제조분야는 대기업의 캡티브 시장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은 모두 그룹 관계사에 굵직한 IT 개발, 운영관리 등을 맡긴다. 연간 수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리지만 대부분은 관계사의 몫이다.

공공, 금융은 다르다. 공공은 계열사라는 완전한 오픈마켓이다. 금융은 대형사의 경우 그룹 계열사인 IT서비스 업체가 있지만 의존도가 크지 않다. 대형 IT개발 사업, 차세대시스템의 경우 오히려 삼성SDS, LG CNS, SK C&C 등 외부 업체를 활용했다. 금융시장이 오픈마켓으로 꼽히는 이유다.

삼성SDS가 포기한 시장이 바로 이 시장이다. 그나마 이 같은 과감한 포기는 그룹사 매출, 외형이 뒷받침되는 삼성SDS나 가능한 일이다.

한 중견 IT서비스 업계 대표는 “대외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상황에서는 영업이익 1% 내기가 힘들다”며 열악한 수익구조를 비관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댈 그룹사 매출이 없거나 적은 대표적인 업체들, 쌍용정보통신의 영업이익율은 2%, 대우정보시스템은 적자였다. 롯데그룹이 인수하기는 했으나 대외사업을 주력하는 현대정보기술도 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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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서비스 분야 해외사업은 위험성이 크다. 아직 우리나라 IT서비스 업계의 해외사업 역량에 대해 관련업계는 ‘걸음마 수준’이라고 진단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IT서비스 분야의 해외사업 수익성에 대해서는 아직 거론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첫술에 배부르기보다는 이제 시작단계라고 봐달라”고 말했다.

삼성SDS는 아직 크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해외사업 강화를 위해 국내 대외사업을 포기한다. 우리나라의 기업에게 국내 IT서비스 시장과 정책은 기댈만한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