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지 못한 꿈' MS 하이쿠를 추억하다

일반입력 :2013/06/13 09:58    수정: 2013/06/13 10:34

2005년이다. 빌 게이츠는 한 컨퍼런스에서 한손에 잡히는 기기 하나를 들어 보였다. 지금으로 치면 아이패드 미니 정도 되는 크기로 윈도를 탑재한 모바일 PC '하이쿠(Haiku)'였다.

미국 지디넷은 12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05년 윈도하드웨어엔지니어링컨퍼런스(WinHEC)에서 선보였던 '하이쿠'를 소개했다.

당시 빌 게이츠가 선보인 하이쿠는 6인치 디스플레이를 갖고 있었다. 두께도 얇았고 무게도 300그램 미만으로 매우 가벼웠다. 빌 게이츠는 하이쿠를 통해 모바일PC, 지금의 태블릿에 애정과 기대을 한껏 드러냈다.

하지만, MS 창업자의 모바일PC에 대한 비전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일단, 빌 게이츠가 공개한 하이쿠는 '목업'제품이었다. 하이쿠는 결국 상용화되지 않았다.

MS는 이듬해 오리가미 프로젝트란 걸 발표했다. 사람들은 빌 게이츠가 들어보였던 하이쿠를 기대했다. MS는 그 기대를 져버렸다. 오리가미는 무겁고 투박했다. 당시 기술력으론 하이쿠만큼 세련된 기기를 제작할 수 없었던 탓이 컸다.

미국 지디넷은 하이쿠는 MS에게 매우 큰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애플은 MP3기기 아이팟으로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지만, 아이패드는 먼 훗날인 2010년에야 등장했다. 태블릿은 2005년의 애플은 불가능했고, MS는 가능했다.

오리가미와 함께 얇고, 가벼운, 그리고 세련된 윈도 태블릿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2012년 MS 서피스 태블릿이 등장할 때까지 말이다.

7년동안 MS는 OEM 파트너의 윈도 태블릿 개발을 기다렸을 뿐이다. 직접 하드웨어를 내놓진 못했다. 하이쿠란 가이드라인도 하드웨어 파트너나 임베디드 파트너에게 수용되지 않았다.

하이쿠는 '한손에 집을 수 있다'는 태블릿의 방향성을 담았다. MS와 빌 게이츠는 이미 2000년부터 태블릿PC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하이쿠에 비해 크고 무거운 태블릿PC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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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애플이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가볍고 세련된 태블릿의 시대를 열었다. 시대를 앞서간 꿈을 꿨던 빌 게이츠는 후일 스티브 잡스의 사후 자신이 이루지 못한 걸 그는 이뤘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미국 지디넷의 제임스 켄드릭은 2005년에 하이쿠는 시대를 앞섰고, 돌이켜보건대 수년 후 나온 아이패드 미니 같아 보인다라며 아마도 애플은 MS를 세심하게 살피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