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사파리7, 점유율 싸움 진검승부

일반입력 :2013/06/11 07:13

새 맥용 사파리 브라우저가 OS X와 더 가까워졌다. 이 둘의 관계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에 담은 인터넷익스플로러(IE) 시리즈와의 관계를 닮아가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각) 애플은 WWDC 현장에서 신형 사파리에 개편된 시작화면, 미세 조정된 문서 읽기, 더 향상된 메모리 관리 성능 등을 담아 선보였다. 다만 브라우저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애플이 OS X 기반 사파리 브라우저에 추구한 변화는 기존 경쟁 상황에 계속 맞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간 회사가 제품에 집중할 때 보였던 전략이 불리한 국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었던 점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애플은 업데이트된 사파리7이 확연히 더 빨라진 페이지 렌더링, 강화된 보안, 한 사이트 안에서 여러 문서를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브라우저와 OS X 운영체제에 내장된 비밀번호 관리기능 '키체인'이 더 강력하게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해 사파리에 등장한 아이클라우드와 브라우저간의 동기화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아이클라우드 키체인'은 새 비밀번호를 자동 생성해 제안해 준다. 이 기능은 또 웹사이트 로그인시 신용카드 번호, 계정정보, 무선랜 비밀번호같은 사용자 정보를 보관한다.

그리고 사파리7은 브라우저를 시작할 때 나타나는 '톱사이트(Top Sites)' 화면에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톱사이트는 북마크, 읽기 목록, 링크 공유하기를 제공했다.

이제 읽기 목록은 사용자가 문서를 얼마나 읽었는지 알아차리고 스크롤이 끝에 닿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콘텐츠를 불러들인다. 공유 링크는 트위터나 링크드인같은 소셜네트워크에 내용을 더 쉽게 게재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페이스북이 그 변화에 끼지 않았다는 점은 이 회사와 애플간의 냉각기를 암시하는 모양새다.

사파리의 렌더링 속도가 빨라졌다면 '니트로' 자바스크립트 엔진에 구현된 저스트인타임(JIT) 렌더링 기능 덕이다. 애플은 이밖에도 '탭' 각각의 프로세스를 분리시켰다. 이는 탭브라우징 사용시 특정 사이트 한 곳에 오류가 생겨 모든 브라우저 탭이 먹통이 되던 문제를 풀어 준다. 이는 사실 IE, 크롬, 파이어폭스같은 경쟁자들이 먼저 지원한 기능들이다.

이밖에 사파리 최적화 기능으로 공유메모리의 캐시 복원, 비활성 탭 최적화, 개별 탭 전력관리 개선 등이 소개됐다. 한마디로 사파리 사용자들은 이전 버전에 비해 더 많은 탭을 동시에 열어놓을 수 있게 됐다.

애플은 경쟁 브라우저를 의식한 듯, 파이어폭스와 크롬이 사파리7보다 30% 느리다고 주장했다. 이는 'JS벤치'라는 자바스크립트 성능측정사이트를 통해 얻은 결과에 근거한다.

회사는 한때 모바일 기기를 통해 칭찬받아온 최신 웹표준 지원 경쟁을 PC용 브라우저에서 재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사파리에는 HTML5와 CSS3 지원 강화, 색관리 기능 개선을 위한 ICC 프로파일 추가, ACID3 테스트 준수, 인라인PDF 관리,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서드파티 쿠키 저장 차단도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 변화가 뜻하는 건 단지 출발선에 올라섰다는 점뿐이다.

지난해 공개된 사파리6 브라우저에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기능상의 변화가 있었다. 다만 다른 브라우저 개발업체에 비해 애플이 보여준 변화는 주도권을 확보하기에 무리가 있었다는 평가다. 일례로 사파리6은 기존 주소창과 검색창을 통합해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일찍이 크롬이 선보인 것이고 파이어폭스에서도 선택적으로 가능했던 기능이다. 아이클라우드를 통한 탭 동기화 역시 구글이나 모질라가 비슷하게 제공해온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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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저의 흐름은 어느정도 일관성을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IE도 크롬도 모질라도 점차 줄어드는 데스크톱 시장의 지분을 모바일 영역에서 보완하려는 상황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와의 연계와 사용자 정보에 대한 관리 개선 및 프라이버시 지원 강화는 그 수단이다. 애플 사파리 역시 그 대세에 동참하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사파리가 원래 경쟁 브라우저들에 비해 PC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비중이 모바일에 비해 훨씬 적었다는 사실이다.

사파리7은 올하반기 OS X 10.9 '매버릭스' 출시와 함께 공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