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패한 애플...‘오바마의 60일’ 셈법은?

일반입력 :2013/06/10 16:19    수정: 2013/06/10 17:01

이재구 기자

“애플은 ‘오바마대통령의 60일’을 기다린 후, 만일 그가 美국제무역위원회(ITC)판결을 승인하면 항소를 해 6~12개월의 시간을 벌 것이다. 그 기간이면 저가 아이폰이 나오고, 구형 아이폰4나 아이패드1,2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이 삼성의 표준필수특허를 침해했다”는 ITC의 최종판결(4일) 이후 애플의 대응 시나리오를 이렇게 전망했다.

ITC 판결 이후 공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손으로 넘어가 있다. 과연 오바마는 어떻게 자신의 재량권을 행사할까? 이런 시나리오라면 삼성의 ITC특허소송 승리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 ‘60일 내 가부 결정’...고민의 덫에 걸린 오바마

오바마 美대통령은 ITC최종 판결후 60일 이내에 삼성특허를 침해한 애플제품을 중국서 미국으로 반입하지 못하도록 승인할지, 거부할지에 대해 결정내려야 한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권한이기도 한 ITC판결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오히려 그는 이전 대통령들처럼 ITC판결을 존중하게 될 전망이다.미첼실버버그&크눕의 수전 콘 로스 무역분쟁 및 지재권담당전문가는 “오바마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한쪽 기업을 공격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이전의 사례를 볼 때 대통령이라 해도 ITC의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지난 80년대 로널드 레이건대통령이 마지막이었다.

만일 오바마가 더 큰 부담을 갖게 된다면 그건 지금까지 미법정에서 선전해 온 애플에 대한 결정을 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법원은 지난해 8월 말 삼성에 10억달러의 애플 특허 침해 특허배상금을 내라는 판결을 해 애플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지재권 전문인 미셸 캐리어 럿거스대 법학교수는 (이 때문에)“이번 ITC판결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애플로선 깜짝 놀랄 패배

지난 4월 구글 모토로라사업부는 이번 삼성 애플 건과 같은 표준필수특허(SEP)와 관련된 2건의 소송에서 애플에 패소했다. 이는 삼성이 애플의 침해를 주장한 것과 같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라이선스료를 받아야 하는 이른 바 프랜드(FRAND)특허에 대한 소송이었다.

모토로라는 첫 번째 ITC소송에선 애플에, 두 번째는 MS에 각각 패했다. MS의 소송을 담당한 시애틀법원은 모토로라가 MS에게 매긴 것보다 훨씬 낮은 SEP 라이선스 비용을 물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애플은 삼성과도 같은 종류의 SEP관련 소송에서 지난 해 가을 예비판결에 이어 또다시 승리할 것으로 점쳐왔었다. 그러기에 애플의 놀라움은 클 수 밖에 없다.비록 아이폰4S와 아이폰5는 이번 ITC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이대로라면 매출관련 피해는 발생하게 마련이다. 수입금지 대상은 인기있는 아이폰4를 비롯, 3GS,3G,아이패드 및 아이패드2다.

하지만 아이폰4는 2년 약정시 99센트인데도 여전히 스테디셀러여서 그대로 둔다면 ITC판결의 영향을 배제하기 힘들다. 월가 분석가들이 ITC수입금지 결정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애플의 피해를 매출의 1%인 6.8억억달러에서 많게는 2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다.

ITC수입금지 판결은 있었지만...‘반입 금지된 사례’는 없었다

이번 분쟁의 패배로 애플은 회사이미지에 두가지 불명예를 짊어지게 됐다.

지난 달 화제가 됐던 역외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세금회피 의혹에다 특허침해판결로 생긴 창조적 기업이미지에 대한 흠집을 더하게 됐다.

애플은 미국 밖에서 삼성과 일진일퇴의 특허소송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크게 볼 때 삼성의 갤럭시폰과 갤럭시탭의 판매중단 가처분 명령을 내리는 데엔 성공하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사법부가 홈팀 애플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오바마대통령까지 나서서 애플을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례를 살펴 보더라도 오바마가 미법원처럼 또다시 애플 쪽의 손을 들어주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캐리어 럿거스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ITC가 설립된 지난 1916년 이래 이런 경우는 딱 5번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ITC는 격렬한 스마트폰 지재권 전쟁 속에서 벌금부과 대신 통상 제품 수입금지 판결을 내려왔다. 하지만 단 한번도 판결 이후 미국내로 제품 반입이 금지된 적은 없었다.

캐리어 교수는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시장에서 휴대폰이 철수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컬컴-브로드컴의 전례를 살펴보니

이런 상황속에서 삼성과 애플 두 회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60일’이 끝나기 전에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한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현재 상황은 지난 2007년 퀄컴과 브로드컴이 ITC판결 이후와 유사하다.

애플은 당시 퀄컴처럼 이번 ‘오바마의 60일’기간 중 청원을 넣어 ITC의 최종 판결에 대한 거부권행사를 요청할 수 있다.퀄컴은 지난 2007년 “(퀄컴)모바일비디오 기술에 대한 ITC의 미국내 수입 금지판결이 번복돼야 한다”고 청원한 적이 있다. 조지 W 부시대통령은 이를 거부됐다. 그러자 애플은 이듬해 항소법원에서 재심을 요청했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두 회사의 분쟁은 결국 이듬해인 2009년 퀄컴이 브로드컴에게 8억9천100만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해결이 났다.

애플은 이 퀄컴의 전략을 차용해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오바마가 ITC판결대로 삼성의 손을 들어 준다면 항소법원에 항소하는 방식을 선택, 자사제품의 미국내 반입금지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승소여부와 무관하게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가처분 명령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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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6~12개월 정도 걸리는 항소심 재판기간은 현재 소문으로 돌고 있는 새 저가 아이폰을 출시하기에 충분한 여유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 때 쯤이면 아이폰4없이 다른 제품을 팔아도 전혀 걱정할 필요없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칸 로스 전문가는 “이번 판결은 분명 삼성의 승리다. 하지만 단기적인 승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