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MS 조세회피...뉴욕 매출이 아일랜드로

일반입력 :2013/05/27 14:30    수정: 2013/05/27 17:18

이재구 기자

애플만이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엄청나게 복잡한’ 셈법을 사용해 미국정부에 24억달러(약 3조원)나 세금을 덜 낸 사실이 드러났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 미의회에서 조세회피와 관련해 직접 출석해 증언하는 등 조세회피의 대명사로 보도됐지만, 관심권 밖이었던 MS역시 법인세율이 낮은 이른바 ‘조세천국(Tax Heaven)’ 국가에 역외 법인을 두고 세금회피를 해 온 달인이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해 9월 미상원보고서로 제출된 MS의 기상천외한 세금회피 방법을 분석한 보고서를 입수, 24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MS는 싱가포르, 버뮤다(푸에르토리코),아일랜드 등의 국가에 100% 투자한 3개의 커다란 자회사법인을 두었고, 이들로 하여금 해외에서 매출을 확보케 한 후 현지국가가 매기는 낮은 세율의 세금만을 내 왔다.

이렇게 해서 미 본국장부에 매출을 기록하고 납세할 경우 내야 하는 35%의 엄청난 법인세율을 회피해 왔다. 물론 판매에 따른 현금수익의 주인은 이들 회사에 전액 투자한 미 워싱턴주 레드먼드 시 소재 MS 본사였다.MS가 출자한 이들 3개 해외 대표 자회사는 본사 연구개발(R&D)비용을 65%나 분담하는 대신 본사를 대리해 전세계에 MS제품 판매권을 갖는 형식을 취해 왔다.

보고서는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기업을 설립하고 이들을 상호연계시켜 세금을 회피한 MS의 기상천외한 세금회피 수법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MS는 지난 2011년 미정부에 31억1천만달러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세율을 따져보면 미연방세법에서 규정하는 법인세율 35%가 아닌 13.4%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미국에만 법인이 있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MS의 경우 수많은 해외법인과 그 자회사들을 교묘하게 연계시켜 이같은 조세회피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MS는 미국 뉴욕의 SW의 판매권을 버뮤다해 푸에르토리코법인에 준다. 매출도 그곳으로 가게 만들어 놓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법인으로 간 매출은 다시 아일랜드소재 MS 자회사의 또다른 자회사로 넘어가 그곳 매출로 잡히게 돼 있다는 점이다.

결국 MS는 아일랜드 법인세율 1.02%에 달하는 달하는 세금만 내왔다.

이렇게 해서 MS는 제품을 팔아도 미국정부의 35%라는 무거운 세금을 내는 대신 아일랜드에 1%대의 세금만 내면서 절세,세금회피, 또는 합법적인 탈세를 할 수 있었다.

미의회 보고서는 미국기업들이 해외에 과세되지 않은 채 쌓아둔 현금규모가 1조7천억달러에 달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확보한 보고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MS, 복잡한 해외법인 연계구조 교묘하게 활용

지난 9월 나온 미상원 영구소위 조사보고서는 미국기업들의 조세회피 수단을 알아보기 위해 MS를 사례로 삼아 집중조사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다국적 미국기업들의 대다수가 이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단지 MS만 이처럼 조세회피를 한 것은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MS는 전세계에 설립한 다양한 자사의 자회사 기업 네트워크와 미 연방세법상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했고 이 해에 내야 할 세금의 44%인 24억3천만달러나 절세, 또는 조세회피를 했다. MS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11년에 232억달러의 수익을 보고했고 31억1천만달러의 세금을 미국정부에 냈다. 이는 미국세법상에 규정된 35%의 세율에 훨씬 못미치는 13.4%정도에 불과했다.

MS대변인은 “이같은 절세를 통한 비용절감이 주주들에 대한 의무이며 주주들에게는 보고되지만 미국세청(IRS)에는 보고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의회보고서에 따르면 MS는 자사의 지적재산권(IP)를 이용해 매출을 올리는 3개의 매출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소비자,유통점 SW 및 정부와 기업대상 라이선스 판매분 SW를 포괄한다. 둘째는 MS빙과 X박스라이브같은 웹제품 판매에서 나온다. 세 번째는 본사가 컴퓨터제조업체에게 거둬들이는 제품 라이선스비용이다.

MS는 지난 1990년 아일랜드, 푸에르토리코, 싱가포르에 3개의 지역운영본부(regional retail operating centers)를 두었다.

아일랜드본부는 유럽,중동,아프리카를, 싱가포르는 아시아를, 푸에르토리코는 북미전역 판매를 각각 총괄한다.

이들 3사와 미국 MS본사가 MS의 총 91억달러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각 법인별 소매판매비율에 따라 분담한다.

아일랜드사무소는 본사 R&D비용의 약 30%를, 푸에르토리코는 약 25%를, 싱가포르는 약 10%를 각각 분담한다. 나머지 35%는 HP와 델같은 제조업체에 SW벌크판매를 해 매출을 올리는 MS본사가 낸다.

MS의 3개 해외법인은 이같은 MS본사 R&D비용분담 몫에 비례해 전세계에서 독자적으로 MS제품을 판매하고 매출을 올리는 모양새를 취한다.

애플의 3개 외국법인은 실제로 다양한, 서로 연계된 회사로 구성돼 있다. MS의 세금회피를 가능케 한 것은 이들 회사간의 얽히고 설키게 만든 지분투자 관계였다.

뉴욕서 발생한 매출이 버뮤다 MS자회사 몫?

MS푸에르토리코운영본부(MOPR)는 미국에서 MS제품 판매권을 사기 위한 돈을 지불한 회사다. MOPR은 MS SW의 디지털 및 물리적 제품을 만들어 이를 미국전역과 여타 미주지역에 판다.

만일 어떤 미국인이 뉴욕 맨해튼 베스트바이 점포에서 MS오피스 한 카피를 샀다면 이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생산되고 출하된 제품이다.

MOPR은 버뮤다해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MACS홀딩스 소유인데 이 회사 소재지는 역시 버뮤다지만 운영본부는 아일랜드에 있는 라운드아일랜드원 사무소다. 그런데 알고보면 라운드아일랜드원은 MS가 100%투자한 자회사다. 이같은 결과를 종합해 보면 한 미국인 고객이 MS오피스를 뉴욕 베스트바이 맨해튼 점에서 구입했다 하더라도 이는 MS지역대리점으로부터 구매한 것이 된다. 그런데 지역대리점은 이 MS오피스를 MS자회사(라운드아일랜드원)의 자회사(MACS)가 전액출자해 세운 푸에르토리코MS지역본부(MOPR)에서 산다.

MS가 이처럼 복잡하게 뒤엉킨 공급망을 만든 이유는 제품판매액의 47%나 되는 이윤을 푸에르토리코로 보냄으로써 미정부의 세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MS는 이렇게 미국서 제품을 팔아 이익을 얻은 후 푸에르토리코정부의 과세율 1.02%(2011년의 경우)만 내면 모든 납세가 그것으로 끝난다. 미국의 연방법인세 35%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이렇게 해서 MS는 2011년에 미국에서만 45억달러의 세금을 회피할 수 있었다. 이 회사가 이렇게 북미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푸에르토리코로 가게 함으로써 미연방정부에 내지않은 세금 규모는 한 햇동안 매일 400만 달러에 이르렀다.

MS아일랜드가 버뮤다 매출 관리...세금은 1.02%

아일랜드에 있는 법인 MS아일랜드리서치(MIR)는 MS본사의 R&D비용을 함께 낸 대가로 유럽과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MS제품 판매권을 갖기로 협정을 맺은 법인이다.

MIR은 실제로 어떤 제품을 만들거나, 이를 특정 고객 대상으로 파는 게 아니다. 대신 MIR은 MS의 지적재산권(IP)을 100% 자회사인 MS아일랜드운용본부(MIOL)에게 90억달러에 라이선싱해 준다.

MIR과 MIOL 두회사의 소재지는 버뮤다의 푸에르토리코지만 실제 운영자는 아일랜드에 있는 라운드아일랜드원이다.

MIOL은 MS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유럽,중동,아프리카의 120개 총판에 판매한다. MIOL은 650명의 직원을, MIR은 350명의 직원을 각각 아일랜드 사무소에 채용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이들 법인에 7.3%와 7.2%의 세금밖에 매기지 않는다.

지난 2011년 수익을 살펴보면 MIR은 43억달러, MIOL은 22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MS는 이처럼 실질적으로는 자사의 수익이지만 장부상 아일랜드기업 매출수익으로 만들어 놓고 미국정부에는 아무런 세금도 내지 않았다.

MS는 MS아일랜드운영본부(MIOL)가 MS아일랜드리서치(MIR)에 지불한 90억달러 규모의 라이선싱 거래 비용에 대해서도 역시 단 한푼도 미국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았다.

■싱가포르매출이 버뮤다 페이퍼컴퍼니로 통한다

싱가포르에 있는 MS아시아아일런드법인(MAIL)은 MS본사와 R&D비용 공유협정에 따라 비용을 지출하는 그룹이다. MAIL은 실제로는 버뮤다에 위치하고 있으며 직원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다. MAIL은 아시아에서의 소매유통 판매를 위한 대가로 12억달러를 지불한다.

MAIL은 자사가 확보한 지재권 권한을 활용, MS판권을 30억달러에 MS비공개유한회사(MOPL)에 라이선싱해 준다. 여기서도 MS는 이 엄청난 수익에 대해 아무런 세금도 지불하지 않았다. MOPL은 MS SW를 카피해 이를 아시아의 총판대리점들에게 판매했다.

재미있는 것은 MAIL과 MOPL역시 MS가 전액 출자한 MS싱가포르홀딩스비공개유한회사의 자회사라는 점이다. 즉 버뮤다-아일랜드에서처럼 자회사가 또다시 자회사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MAIL은 직원을 두지 않고 있지만 매출은 18억달러나 된다. MAIL은 0.3%인 조세천국 싱가포르 세율에 맞춘 세금만을 냈다. MOPL은 MS제품판매를 통해 48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5억9천20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세율은 10.6%였다. MOPL은 678명의 직원들 두고 있다.

미국 대기업들, 너무 놓은 법인세 둘러싸고 논란

아일랜드와 싱가포르에서 이뤄지는 조세회피 방식은 미국내 납세를 완전히 뒤집는 방식이다.

MS는 주주에게 이같은 이익을 보고하지만 미국세청(IRS)에는 보고할 필요가 없다. 이미 아일랜드법인이 번번이 이런 관계를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재권(IP)라이선싱비용은 통상적으로는 이런 복잡하고 합법적 구조를 가진 세금회피방식에서도 즉각 과세된다. 반면 MOIL과 MIR은 별도회사여서 세금을 내야 하지만 IRS셈법으로는 두 개 회사가 단일회사여서 과세되지 않는다.

MS는 자사가 취하는 이같은 복잡한 구조의 세금회피방식을 “복잡한 세금법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주장한다.

보도는 MS가 전세계적으로 경쟁하는 기업이어서 세금을 적게 내려는 움직임에 대해 수긍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또 MS는 기업 세제개혁을 요구하는 수많은 기업들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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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대변인은 MS의 조세회피에 대해 “우리는 미국세법이 단순화되고 전세계의 다른 기업들과 함께 보다 경쟁적이 되도록 하는 조세개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MS는 “미국의 국제 과세법규는 낡았고 주요 교역국의 과세시스템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보도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복잡한 기업구조를 갖춰 납세의무 부담을 줄여보고자 하는 기업이 MS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주요기업 대다수가 이렇게 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이를 그만둘 이유도 없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